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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기준 Sep 09. 2020

기후변화 = 자녀공부

자녀의 공부는 일기예보다


pixabay.com

아이들의 공부는 기후변화와 비슷하다.


어떤 날은 화창하고, 어떤 날은 장마가 따로 없다. 구름이 잔뜩 낀 날씨 같기도 하고 앞이 보이지 않는 자욱한 안개 같기도 하다. 자녀가 어릴 땐 잘 모른다. 하지만 몸과 마음이 성장할수록 받아들이고 처리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지기에 가끔 부하가 걸린다. 만약, 자녀를 공부로부터 자유롭게 풀어놓을 것이 아니라면 부모와의 마찰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미래를 위해 살지 마라. 오늘 하루하루에 집중하면서 최선을 다해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만약 오늘 공부하는 것이 너를 더 불행하고 고통스럽게 한다면 그냥 마음껏 놀아라. 네 인생의 규칙은 네가 만든다. 네 인생은 네 것이니까."


(김주환, 그릿)


'그릿'에 소개된 저자의 자녀, 선유는 중1의 어느 시점에 공부가 싫어졌다고 한다. 여러 주 동안 전혀 공부하지 않았으며 그 사이에 중간고사도 치렀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선유는 공부가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참았다고 한다. 완전히 공부에게서 멀어지면 어떻게 될지 한번 시험해보고 싶었다고 하면서 말이다. 성적은 떨어졌지만 이후 선유는 공부는 내가 선택해서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선유는 본인이 목표했던 S대학에 입학했다. 


입시의 관점에서 S대의 입학은 큰 성과다. 객관적으로 입시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선택을 바탕으로 공부를 했다는 것이다.


'100미터 달리기'의 자세로 달리면 멀리 가진 못한다. 입시는 장거리 달리기를 하듯 구간별 전략에 따라 쉬기도 하고 더 속도를 내기도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다른 힘을 빌려 앞에서 뒤에서 당겨주고 밀어준다면 스스로의 힘을 키워낼 수 없다. 자녀 스스로의 선택으로 무엇을 깨닫는 것이 그들의 삶에 있어 공부보다 더 중요하다.


필자가 지도한 미셸이란 학생이 있다. 집에서 영어독서를 수년간 하였으며, 말할 땐 의사표현을 정확히 하는 흔히 말하는 똑 부러진 아이 었다. 생각해보면 미셸 어머님의 마음은 내 아이가 말도 곧 잘한다고 해서 이번 기회에 영어로 말하는 것 까지 내심 기대가 된다고 하셨다. 


한 달 후 미셸과 필자의 수업에 대한 첫 피드백을 드렸다. "미셸은 수업 이해도도 좋으며 무엇보다 영어에 대한 거부감이 없습니다. 지금처럼 아이의 성향을 고려한 지도가 적절히 이루어진다면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학생이라 설명을 드리고 첫 피드백을 마무리하였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어머님이 말하길 "우리 미셸이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도무지 말하려 하지 않아요." 다른 과목과 마찬가지로 수업 후 배웠던 내용이 궁금하여 영어로 말해보라 했는데 아이가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인 것이었다. 이후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미셸은 답을 알고 있었으나 엄마의 질문이 부담스러워 답하기 싫다고 했다. 답을 말하면 엄마가 계속 물어볼 거 같기도 하고, 또한 확인받는 느낌이 싫다고 했다. 


필자는 자녀가 올바른 방향으로 꾸준한 학습경험을 쌓으면 결과물은 분명히 나온다는 신념과 함께 지도한다. 하지만 부모가 자녀의 이전 공부들의 결과를 전제로 아이를 바라보면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수학은 빨리빨리 느는데 영어는 왜 그러지?"라는 방식 말이다. 자녀의 학습에 대한 부모의 수용능력이 유연하지 않으면 아이는 공부에 있어 부정적인 인식만 쌓여 갈 뿐이다. 


"영어공부는 나를 압박하고 불편하게 하는 존재야"


대부분의 아이들은 공부를 싫어하지만 내면에는 잘하고 싶어 하는 마음도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그 마음을 잘 헤아려 줘야 한다. 공부를 싫어한다고 하여 못해도 괜찮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자녀에게 영어가 불안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면 불안하게 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잘 살펴봐야 한다. 담당 선생님과 적극적으로 상담을 하고, 결과물이 보이는 과목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지 하면서 말이다. 이는 다른 학습에도 맞춰 쓸 수 있는 이야기다. 


부모는 자녀가 공부를 대하는 태도에 대한 유연함을 가져야 한다. 순간순간의 학습기억들로 전체적인 결과를 판단하는 선입견을 가져선 안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렇게 해야 내 자녀에게 실망감을 드러내지 않을 수 있으며 아이가 학습 상황에서 느끼지 않아도 될 부정적인 기억까지 의식하게 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적인 해법은 


"공부가 네게 너무 큰 부담이 되지 않을 정도로만 해, 그래도 괜찮아." 


라고 말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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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공부 기억에 대한 긍정과 부정의 비율에 따라 앞으로의 학습방향을 크게 좌우한다. 만약 영어학습에 대한 부정적 반응이 많이 쌓였던 학생이라면 공부에 대한 그 어떤 결과물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다. 


또한 자녀가 어릴수록 부모에게 여유가 필요하다. 그리해야 자녀 스스로 시행과 착오를 경험하며, 자신만의 공부 방식을 발견할 수 있다.


부모는 자녀의 공부에 늘 좋은 결과를 바라기에 조급하다. 영어뿐 아니라 공부는 멀리 보고 길게 봐야 한다. 그래야 자녀의 학습에 굴곡이 있을 시기도 하나의 과정이라 여기며 무사히 넘어갈 수 있다. 나의 아이라는 이유로 조금은 특별하겠지 하며 자녀의 공부의 성과가 하루아침에 나오기를 바라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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