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가 지나고 보이는 것들
일주일은 빠르게 지났다. 그동안 사진도 천천히 다시 공부하고 틈틈이 디자인 리서치도 했다. 한 주가 지나고 나니 집 밖으로 나가는 일이 더 무섭지 않아졌다. 구글 맵스, 콴도 등 한국에서는 네이버 하나로 했던 일을 다양한 어플로 하고 있다. 확실히 대기업 중심의 앱 생태계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주도 이 곳 생활에 대한 감사와 디자인 영감을 나눈다. (위 사진은 알테 도나우 역 인근 립 요리 전문점 전경)
1. 문에 관한 이야기
#창문을 어떻게 여나?
: 비엔나는 창문이 두 가지 형태로 열린다. 하나는 한국의 보통 가정처럼 수평 방향이고, 다른 하나는 윗부분이 열리는 형태(?)이다. 이 두 가지 스타일이 하나의 창문 손잡이로 통제 가능하다. 여기에 잠금 기능(손잡이를 아래로 향하게)까지 더하면 하나의 창문 손잡이에 세 가지 스타일이 나온다. 디자이너는 창문 하나 디자인할 때도 고려해야 할 것이 참 많겠다.
#이 문은 왜 안 열리지..
: 유럽에서 처음 당황했던 기억 중 하나가 바로 지하철과 트램의 문이다. 한국처럼 매번 역마다 열리는 게 아니라 안에서든 혹은 밖에서든 직접 버튼을 누르거나 손잡이를 당겨야 해당 역에서 정차 시에 열린다. 알고도 멍하니 있다가 당황해서 재빨리 옆 문으로 내린 기억. 한국과 비엔나 어느 스타일이 효율적인지는 모르겠다.
2. 빵 그리고 복숭아 이야기
: 한국에서 빵을 사면서 정말 한 번도 여기에 뭐가 들었지 고민하면서 집은 적은 없었다. 음식을 가리지도 않지만 워낙 잘 먹으니. 근데 이번에 아주 좋은 경험을 했다. 빵을 뭐라고 부르는지 그리고 어떤 재료가 들어갔는지 전혀 알지 못한 상태에서 고른 나의 빵은 내게 소금을 선사했고, 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빵을 남겼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무언가도 어쩌면 설명이 필요하다. 특히, 해외 관광지라면. 천일염 최고!
: 곶감인가? 집은 그것은 복숭아. 비엔나의 납작 복숭아는 정말 맛있다고 하더라. 아 너무 맛있다. 인간적으로 납작해서 먹기도 편하고 다이어트 중인데 두 개를 먹어야 하나를 먹은 정도의 양이라 뭔가 두 개 먹고도 기분이 좋다.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다른 생김새를 보는 건 재밌다.
3. 이케아 이야기
: 팀장님과 남부 쇼핑센터 비엔나 이케아를 가게 되었다. 쇼룸의 구성과 디피 순서 등 한국과 다르지 않은 구조다. 뭔가 한국과 크게 다를 거라는 기대를 너무 했나. 아쉬웠다. 팀장님 말로는 유럽에서 충분히 검증된 구조와 제품들이라 한국에서 변형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근데 가격은 왜 변한 걸까...
4. 포스터 디자인 이야기
: 곡선의 지하철 통로에 자연스럽게 붙인 포스터들이 눈에 띄었다. 한국에서 우측 같은 평평한 포스터만 보다가 곡면으로 붙은 포스터를 보자니 묘했다. 디자인에서 포스터는 디자이너의 계산이 들어간 작업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붙이는 장소에 대한 계산도 있어야 한다는 걸 더욱 확실히 느꼈다.
: 우측의 포스터는 슈테판 성당 인근 지하철에서 찍은 포스터. 비엔나에 일주일 살면서 느낀 점이 생각보다 포스터 공해가 심하다. 관광지에는 비교적 높은 퀄리티의 포스터가 붙어있는 반면, 평범한 역이나 그 인근에는 굉장히 눈이 아픈 포스터들이 많다. 역시 유럽이라고 다 좋은 건 아니다.
5. 한국은 치맥 비엔나는 립맥
: 같은 회사의 누나께서 알테 도나우 역 주변의 립 요리 전문점에 환영회 차 데려가셨다. 비엔나 사람들에게 립 요리는 한국의 치킨처럼 많고 맛있고 맥주와 잘 어울린다. 소스는 독특한 향신료의 맛이 난다. 영어로 소통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메뉴판이 독일어라 읽지 못하는 건 슬프고 어렵다.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 감사합니다. :)
#잡담
: 최근 카카오톡 '채널'에 내가 쓴 MUMOK 미술관 소개 글이 선정되었다. :) 네이버 포스트에서 글을 쓰다가 브런치로 옮긴 지 약 한 달만의 일이다. 네이버보다 브런치의 가장 좋은 점이 있다면 개인 크리에이터의 글이 대형 콘텐츠 제작 회사의 글과 동등하게 대우받는다는 점이다. 옮기길 잘했다.
: 워킹홀리데이 기간 중에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친구한테 영감을 받아 최근 주짓수를 시작했다. 외국인 친구들과 몸을 부딪히며 많은 것을 느꼈다. 그들은 생각보다 훨씬 친절하고 때론 거칠지만 영어도 독일어도 잘한다. 다음 한주도 알차고 재미있는 한 주가 되기를.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