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디자인 여행 #1 - 레오폴드 뮤지엄
비엔나도 덥다. 그래도 어떤 신의 계시(?)로 밖으로 나와 MQ로 향했다. 그리고 레오폴드 미술관에 갔다. 구스타프 클림트와 에곤 실레의 원화를 직접 본다는 사실에 가슴보다 뇌가 뛰는 기분이었다. MUMOK 현대 미술관과 레오폴드를 하루 만에 보는 코스로 빈에 온 관광객도 있던데, 레오폴드 미술관은 하루를 온전히 감상해도 될 멋진 미술관이다. 알아두길.
1. 레오폴드 뮤지엄(Leopold Museum)
: 입장료는 학생은 9유로. 국제 학생증을 따로 제시하진 않는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먼저 천장의 자연 채광이 좋다. 입구뿐 아니라 레오폴드 뮤지엄 자체가 자연 채광이 참 좋다. 뮤지엄은 지하에 기획 전시, 0층은 상설 전시 및 퍼포먼스, 1층은 기념품샵, 2층은 카페, 3층은 에곤 실레, 4층은 클림트 외 다수 작가로 구성돼 있다. (비엔나의 0층은 한국의 1층)
: 클림트와 에곤 실레의 그림 모두 촬영이 허가되어 있다. 찍은 사진들은 하단에 링크 공유. 클림트의 작품은 레오폴드 뮤지엄보다 비엔나의 벨베데레 궁전 쪽에 더 좋다고 한다. 반면, 에곤 실레의 컬렉션은 세계에서 가장 큰 곳. 전시장의 텍스트 하나까지 정말 신경 쓴 전시이니 텍스트는 꼭 읽어보시길. (연대표는 본인도 생략했지만..)
2. 에곤 실레
#완성도 높은 전시 큐레이팅
: 에곤 실레가 더 익숙해 3층부터 시작했다. 전시는 다양한 방으로 구성되어 있고 방마다 에곤 실레에 관한 토픽으로 채워져 있다. 정확히는 어떤 구획으로 나뉘었다. 어머니, 전쟁, 집과 풍경, 동료 등 다양한 토픽은 에곤 실레 한 작가를 얼마나 다양한 관점에서 관찰하고 깊게 이해하고 있는가를 보여주었다. 괜히 에곤 실레 단일 작가에 대해 세계 최대 컬렉션을 자랑하는 게 아니다. 그중에서 '동료'와 '클림트' 이 두 키워드가 기억에 가장 남는다.
#에곤 실레와 동료
: 에곤 실레의 전시 작품을 계속 관람하다가 어느새 화풍이 바뀌는 지점이 동료에 관한 키워드로 꾸며진 전시관이다. 전시 관람객으로서 에곤 실레의 작품만 보며 약간 눈이 피로해질 무렵 눈에 띈 다른 화풍은 눈을 환기시켜 주면서 에곤 실레가 동시대 작가와 어떻게 달랐는지 그저 말없이 설명해 주는 듯하다. 그렇게 느꼈고, 그 점이 좋았다. 아, 중간중간 동시대 작가의 조형 작업도 전시에 분위기를 더해 좋았다.
#에곤 실레와 구스타프 클림트
: 레오폴드 미술관에서 이 두 거장의 그림을 소장하고 있다는 것에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하지만 전시관의 텍스트가 이 둘의 관계를 설명해주니 뭔가 미술관의 어떤 이스터에그를 찾은 마냥 좋았다. 어린 에곤 실레가 거장 클림트에게 묻는다. "저는 재능이 있나요?"... 한국이라면... 아마 교수의 핀잔이 될아올 것만 같다.
: 전체적으로 에곤 실레의 작품들은 그의 스케치부터 드로잉까지 찬찬히 쌓아 올린 포트폴리오를 보는 기분이었다. 그의 잘 알려진 그림이 그의 피날레가 되고 그의 스케치와 스토리가 자소서가 되는 듯하다. 그의 자화상은 대체로 젊다. 28살의 나이로 그가 유명을 달리했다는 사실을 검색해보고 알았다. 아쉬움이 남았다.
3. 구스타프 클림트 그리고
#의외성이 돋보이는 전시
: 클림트는 금박의 화려한 작품인 '키스'로 기억되기 쉽다. 아쉽게도 레오폴드에는 이 작품이 없다. 그의 작품 '죽음과 삶'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그래서 레오폴드 뮤지엄은 클림트 자체에 초점을 맞춘 전시를 구성하기보다는 그의 생소한 작품과 그와 연계되는 오스트리아 화가들의 작품을 자연스럽게 연결한 듯하다. 특히, 세계적 회화 거장이 포스터 작업을 했었다는 사실은 외 외성이 돋보였다. 전시 감상으로 인한 눈의 피로도를 덜어줘서 좋았다.
#미술관 속 하나의 작품 '비엔나'
: '죽음과 삶'을 감상하고 다른 오스트리아 작가의 작품들과 영감을 준 일본 회화와 중국 회화를 지나 그의 복원된 연구실에 도달했을 때, 비엔나가 훤히 보이는 하나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단순히 유리창이 아닌 그 채광과 풍경은 비엔나 자체를 클림트의 컬렉션에 같이 구성하고자 하나의 작품이었다. 전시 구성은 에곤 실레랑은 또 다른 매력.
#역사는 예술이 된다.
: 4층의 끝무렵 정말 기억에 남았던 전시관이 있다. 세계 대전 중 오스트리아 군인들의 작품을 모아둔 전시관이다. 한국도 역사에서 몇 차례 큰 전쟁을 치른 나라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그 시절 작품들은 다 어디서 무엇을 할까. 아무개의 기록을 예술로 만들어 주었던 것은 어쩌면 후대의 관리로 만들어진 역사의 가치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 클림트 작품이 많지 않다. 그럼에도 3층의 에곤 실레 전시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비엔나가 한눈에 보이는 미술관의 창문은 하나의 작품이고, 클림트와 오스트리아의 연관성 있는 다양한 주제의 작품은 오스트리아 회화의 매력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의 연구실 재현은 그의 그림과 다르게 칙칙해서 또 기억에 남는다.
4. 레오폴드 뮤지엄의 여운
: 전시 소요 시간은 3층과 4층을 제대로 본 게 대략 3시간 정도. 체력이 없어서 지하의 전시는 제대로 보지 못했다. 뮤지엄 샵의 상품이 너무 사고 싶은 것들이 많았지만 참았다. 그럼에도 5유로 정도 쓰고 온 듯하다. 내게는 생소하고 파격적인 퍼포먼스 두 가지와 짧은 글로 여운을 마무리해본다.
#두 가지 퍼포먼스 이야기
: 미술관에서 다 큰 남자들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정확히는 흐느끼는 소리. 소리는 바닥에 주저앉은 두 남자가 만드는 소리였다. 가드(?)분께 여쭤보니 비엔나 뮤직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미술관 지하와 3층 일부를 퍼포먼스 할 수 있게 내준다고 한다. 미술관이라는 고정관념 속 너무 생소한 아카펠라(?) 퍼포먼스에 나는 적잖이 놀랐다. 그래도 관람객들과 웃으며 이야기해주는 가드분을 보니 비엔나는 이런 미술관 문화가 익숙한 모양.
: 클림트의 전시를 보고 계단으로 내려가는데 사람들이 모여 창 밖으로 1층을 내려본다. 미술관에 입장할 당시 홀에 흰모래가 많이 쌓여있길래 작품의 일환인가 하며 본 것이 퍼포먼스 작가의 무대였나 보다. 흰모래 속에서 알몸으로 행위 예술을 하는 그. 미술관 전체가 그에게 주목하고 셔터 소리마저 방해될 정도로 고요하다. 행위 예술을 제대로 본 것도 처음이고 그 장소가 미술관 홀이라니 아.. 나는 무지해 작품으로서 감흥을 느끼진 못했으나 내 고정관념에 그가 던진 메시지는 충분히 인상 깊었다.
#마무리
: 액자 하나하나 그리고 전시관 마다의 색감 등 자칫 작품 외에 놓치기 쉬운 부분에 많이 신경 쓴 전시라는 느낌이 들었다. 비엔나가 내려다 보이는 따사로운 햇살이 드는 그 창이 계속 떠오른다. 눈이 내릴 무렵이 기대되는 미술관이었다. 그래서 또 가고 싶고 여운이 남나 보다. 총총.
클림트와 에곤 쉴레의 그림은 모두 사진 촬영이 허가되어 있었다. 그중에 느낌 가는 대로 찍은 것을 공유한다. 사진 중간에 네임택과 텍스트가 있으니 천천히 보면 좋을 듯하다. 공개적인 용도로 사용은 출처를 밝혀주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