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과 아이 얘기를 나누다 보면 묘한 차이를 느낀다. 다른 아이는 자연스럽게 좋은 점부터 말하게 되지만, 내 아이는 늘 부족한 모습이 먼저 스친다.
눈치가 빠르고 자기 의견을 또렷하게 말하는 아이를 보면 이렇게 말하게 된다.
"아이가 참 똑똑하고 영리하네요."
그런데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내 아이에게는 시선이 서늘해진다. 똑똑함과 영리함 보다, 피곤함이 먼저 떠오른다.
'우리 아인 왜 이렇게 예민할까.'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까다롭지 않고 잘 웃는 다른 아이를 보면 칭찬이 앞선다.
“참 차분하고 무던한 성격이네요.”
하지만 내 아이를 바라보면 마음 한쪽이 금세 답답해진다.
‘자기 생각도 없고, 왜 이렇게 느리지.'
같은 모습인데도, 왜 나는 내 아이에게만 다르게 반응할까. 왜 빛나는 면보다 부족한 면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 걸까.
한 번은 다른 사람의 눈이 비친 아이의 모습을 듣게 되었다. 사소한 것도 그냥 넘기지 않고, 놀랄 정도로 참신한 질문을 던진다는 것이다.
"관찰력이 참 좋고, 호기심이 많은 아이 같아요."
그 순간 내가 그동안 아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내가 '예민함'으로 부르던 것이, 다른 사람 눈에는 '섬세함'으로 비치고 있었던 것이다.
돌이켜보면 예민함을 줄이려고 했던 건 어쩌면 나 자신의 결핍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나 역시 예민한 나의 성격 탓에 스스로에게 힘든 순간이 많았다. 그래서 그 성질을 고쳐야 할 결점으로 여겨 왔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다르게 보인다. 예민함은 지워야 할 것이 아니라, 세상을 더 날카롭고 예리하게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능력을 더 돋보이게 도울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부모일 것이다.
이제는 조금 더 느긋하게 아이의 빛나는 면을 찾아보려 한다. 아이라는 원석이 보석으로 거듭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그 안에 숨은 가능성을 미리 알아봐 주는 부모의 단단한 믿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