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둘 수는 있지만, 그날을 정해두고 싶었다

by 빅대디

"나 줄 넘기 안 할래."


울먹이며 들어온 아이의 온몸은 땀으로 젖어 있었다. 줄넘기 수업 첫날,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던 모양이다. 아이의 눈동자 속에는 당혹감과 서러움이 함께 섞여 있었다.


순간 마음이 복잡해졌다.


'이 정도도 견디지 못하면 어떡하나...'


실망과 걱정이 동시에 올라왔다. 하지만 그 말을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아무 말 없이 아이의 푸념을 들어주었다.


사실 아이는 오래전부터 줄넘기를 어려워했다. 입학 전, 개인레슨까지 붙여봤지만 쉽게 늘지 않았다. 줄을 돌리는 팔과, 줄을 넘는 다리의 박자가 좀처럼 맞지 않았다.


2학기가 되면서 놀이식 줄넘기 학원에 등록했다. 처음엔 흥미를 보였지만, 첫 수업 이후 그 의지가 완전히 꺾여버린 것이다.


그날 밤, 나는 두 가지 생각이 마음속에서 부딪혔다.


'눈물이 날 만큼 싫어하는 걸, 억지로 시키는 게 맞을까? 하지만 싫다고 할 때마다 그만두게 하면, 아이는 무엇을 끝까지 해낼 수 있을까?'


갈피를 잡지 못하던 순간, 앤절라 더크워스의 <그릿>에 나오는 한 구절이 떠올랐다.


그만둘 수는 있지만,
그만두는 시점은 정해져 있다.
특히 기분 나쁜 날 충동적으로
그만두는 선택은 피해야 한다.



그 문장은 흔들리던 나의 이정표가 되었다. 나는 한결 가벼워진 목소리로 아이에게 제안했다.


"오늘 첫날부터 정말 열심히 했구나. 많이 힘들었지? 아빠는 네가 잘 해낼 거라 믿어. 우리 일단 시작했으니까, 내년 2월까지만 해보자. 그때도 싫으면, 그땐 정말 그만둬도 돼."


아이는 울먹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안쓰러움과 미안함을 함께 삼키고 있었다.


겨울바람이 매서워진 요즘도 아이는 묵묵히 집을 나선다.

"줄넘기 다녀올게."

씩씩한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날 흔들렸던 내 마음을 잘 붙잡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곧 줄넘기 심사가 다가온다. 결과가 좋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그만두고 싶었던 수많은 찰나를 참아내며 여기까지 온 아이가, 작은 성취 하나쯤은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아이와 약속한 2월이 오면, 그때 그만두게 되더라도 나는 아이를 아낌없이 칭찬해 줄 생각이다.


“힘든 날을 견디고 약속을 지켜줘서 고마워.”


아마 이 경험은 줄넘기보다 더 오래 남을 것이다. 아이에게도, 그리고 나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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