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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창 신부범 Mar 13. 2020

​행복은 거창한데 있지 않을 겁니다

뽀얀 국물에 깍두기 하나 씹을 건강한 이하나가  바로 행복

우리는 대체적으로 큰 것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지요, 크고 넓은 집은 물론, 용량이 큰 대형차를 원합니다. 비단 이뿐인가요, TV,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도 크면 클수록 좋다고 합니다.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편리성을 추구하는 세상에 어쩌면 당연한 현상인지 모릅니다.


하지만 크다고 좋은 것만 있을까요, 어느 날 직장동료와 술안주로 먹었던 낙지볶음입니다. 그때 낙지볶음 겉으로 보기에는 오동통하고 큼직막해 먹음직스럽게 보였습니다. 하지만 먹어본 낙지는 작은 낙지 그것보다는 맛이 덜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봅니다. 모든 가치를 크기로만 매길 수 있다면 세상사 셈법은 간단하겠지요, 하지만 우리 사는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나 봅니다. 너무 커도 탈이고 너무 적어도 탈입니다. 크던 적던 욕심 없는 마음으로 채울 수 있으면 그게 바로 행복은 아닐까요,


지난주 금요일 저녁에 구운 생선입니다. 동탄에 사는 동생이 오랜만에 형집에 놀러 왔으니 생선이라도 구워 밥상에 올려보자는 심산이었지요, 평소와 달리 참깨 양념을 조금 발라보는 정성을 더해 봤습니다. 그런데 시각적으로 생선의 맛을 더욱 돋보이게 하더군요,


비단 시각적 맛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생선살을 입에 배어 물고 씹었을 때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참깨의 고소함이 생선의 맛을 더욱더 살려 주었습니다. 그래서 참께는 음식의 멋과 맛을 살려주는 조연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나 봅니다.


따라서 생각해 봅니다. 우리 세상 주연들이 빛나는 데 있어 조연들의 역할이 뛰어난 경우가 많습니다. 축구 공격수의 골은 정확한 어시스트에서 가능한 이치와 같지요, 그래서 생선위의 참깨를 통해 우리 세상 조연들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아 봅니다.


어제 점심으로 먹었던 주꾸미 비빔밥입니다. 한 손으로 비비고, 두 손으로 비비고, 요리저리 비비다 보니 주꾸미 뒷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그 뒷모습이 앞면의 모습보다 훨씬 더 멋있고 먹음직스러워 보였습니다.


그래서 또 생각해 봤습니다. 지금 우리 모두는 뒤를 돌아볼 겨룰 도 없이 앞만 보고 달려가야 남들보다 앞서갈까 말까 한 세상입니다. 하지만 '가다 힘들면 가끔은 뒤를 돌아보는 잠깐의 여유도 행복은 아닐까'라는 생각 주꾸미 뒷모습을 통해 가져 봅니다.


행복은 거창한데 있지 않을 겁니다. 비록 크고 넓은 집과 자동차가 아닐지라도, 모든 사람들의 소포트 라이트를 받는 빛나는 1등 주연이 아닐지라도 좋습니다. 설설 끓는 뽀얀 국물에 깍두기 하나 마음 편하게 씹을 건강한 이하나도 바로 행복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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