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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창 신부범 Mar 30. 2020

불안장애로 박수무당 될뻔했다

병명 없이 몸이 아프시나요, 이럴 때 정신과적 상담을 받아 보심이 어떨까

내 나이 스무 살 후반의 어느 날 저녁이었다.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갑자기 심장이 '쿵쾅~쿵쾅~'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왜 이러지~' 평소와 다른 심장 펌프질은 나를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었다. 그 시간이 불과 1분도 채 되질 않았지만 나에게 가해지는 정신적 충격은 엄청 컸다.


그리고 며칠 후 이상하게도 내 몸에서 통증이 느껴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슴 부분이 바늘로 콕~콕~ 찌르듯 아팠다. 통증은 일시적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됐다. 혹시 '심장에 이상이 있어서 아픈 것은 아닐까'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했다.


며칠 전 저녁의 죽음의 공포마저 되살아났다. 하루라도 빨리 '병원 검사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뇌리를 잠식했다. 서울의 모 대학병원 예약 후 진료를 하고 의사로부터 심장초음파 검사와 심전도 검사, 폐 엑스레이 검사를 권유받았다.


결과를 기다리던 기간에도 가슴 통증은 계속됐다. 혹시 '잘못된 검사 결과나 나오지 않을까' 하는 불안한 나날을 보냈다. 드디어 결과 날, 담당 의사는 심장도 튼튼하고 심전도상에도 이상소견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물론 폐도 마찬가지였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불안은 한순간에 녹아내렸다. 통증 또한 언제 그랬냐는 듯 깜쪽같이 사라졌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복부에서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위장 등 다른 장기에 문제가 있어서는 아닐까, 또다시 정신적 불안에 휩싸였다.


병원을 다시 찾아 위장과 대장 내시경 간 초음파 검사를 실시했지만 결과는 또다시 이상 없음 소견으로 나왔다.


이렇게 여기저기 몸의 통증은 계속됐고 병원을 찾아 검사만 수없이 했다. 그때마다 아무런 이상 없음 결과였다. 몸은 분명히 아픈데 검사 결과는 이상이 없다니 이해할 수 없었다. 그 당시 이럴 경우 점집 등 미신 쪽으로 눈길을 돌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때 나도 그랬다. 당시 형수는 미신을 어느 정도 믿는 성향이었다. 어느 날 형수는 용한 점집을 알고 있다며 같이 한번 찾아가 보자고 했다. 몸은 계속 아픈데 병명은 없으니 왜 그런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형수의 뜻에 따라 그 점집으로 향했다.


무당은 내 몸에 조상의 영혼이 들어왔다고 했다. 내림굿을 받아 박수무당이 되던지 영혼을 달래 내보내던지 둘 중 하나를 해야만 몸이 아프지 않을 거라고 했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몸이 아프지만 않다면 무엇이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후자를 택해 굿을 했지만 결과는 역시나였다.


그렇게 통증으로 고통의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이었다 지인으로부터 '신경정신과 상담을 받아보면 어떻겠냐'는 뜻밖의 권유를 받게 되었다. 몸이 아픈데 신경정신과 와는 무슨 관련이 있을까, 선뜻 이해가 되질 않았지만 그래도 찾아간 어느 신경정신과 병원이었다.


그동안 몸이 많아 아팠다. 대학병원에서 모든 검사를 다 했으나 특별한 병명은 없었다. 내 말을 들어가며 진료차트에 무엇인가를 열심히 써 내려가던 의사, 설문지를 주며 해당란에 체크하라던 의사는  공황장애 일종인 '불안장애'일 가능성이 크다며 약물치료를 해보자고 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처방해 준 약을 복용하고 몸에 통증이 신기하게도 사라졌다. 물론, 약 몇 번 먹는 것으로 몸의 통증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다. 복용을 중단하면 다시 증상이 찾아왔고 약 2년여간의 꾸준한 약물치료 끝에 지금은 약 복용 없이도 건강하게 살고 있다.


이렇게 나는 불안장애인 줄 모르고 하마터면 무당이 될뻔했다. 그래서 경험담으로 말하고 싶다. 혹시 몸이 아파 병원을 찾았지만 뚜렷한 병명이 없어 고통받고 계신 분이 계시다면 정신과적 상담을 먼저 받아 보심은 어떨까, 비과학적인 미신보다 의학적으로 검증된 병원을 찾는 게 현명한 처신이라 생각되니 그렇게 해보시라 강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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