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거창 신부범 Apr 28. 2020

직원 책상에 할 말은 많지만 꾹 참는 이유

요즘 우리 일부 직원들의 책상을 보면 너무하다 싶을 때가 많은데...


요즘 우리 일부 직원들의 책상을 보면 너무하다 싶을 때가 많다. 컴퓨터, 키보드, 마우스는 정위치에서 이탈해 자유로운 영혼이 된 경우가 그렇다. 필기구 등 기타 사무용품 그리고 인쇄된 서류들은 책상 여기저기 '뒤죽박죽' 뒤엉킨 채 자신들 멋대로 춤을 추어대는 모습도 물론이다.


빵 등 먹다 만 간식은 말라 비틀어 석고화 직전이고, 마시다 떨어뜨린 커피와 음료수 자국이 얼룩 때로 찌든 볼썽사나운 상태도 마찬가지다. 전화기와 사물함 등지에는 먼지로 수북하고 휴지통은 쓰레기로 가득 차 뚜껑이 닫히지 않을 정도로 처참한 몰골은 두말할 나위 없다.


조금만 신경을 쓰면 될 일을 '해도 해도 너무하다'라는 생각에 '책상이 왜 이렇게 지저분해'라고 한마디 하고 싶은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 하지만 그렇지 못하고 애써 참는 이유는 공적인 업무로 책상을 사용하고 있지만 관리상태까지 공적인 범주에 두고 나무랄 생각은 나에게는 없기 때문이다.


사실 내 신입사원 때만 해도 직원들의 책상이 이런 상태라면 상사로부터 지적을 받기에 충분했다. 그럴 것이 그때만 해도 사무실 전체는 오픈 페이스로 직원들의 업무태도는 물론, 책상 관리상태까지 검열하며 '이런 지저분한 책상에서  업무가 제대로 되겠어?'라며 핀잔을 들어야 했다


그런데 이런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사무실 분위기는 자율성 침해 논란으로 비하됐고 그래서 직원들의 책상을 파티션으로 가림막을 해 주는 등 직원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중요시하는 직장문화로 변모했다. 이는 업무의 집중도를 높이고 직원들 책상을 사적인 영역으로 최대한 보장해 주기 위한 취지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그러다 보니 책상에서 직원들 개인의 성향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직원은 책상을 항상 깔끔하게 사용한 반면에 어떤 직원의 책상은 차마 눈뜨고는 볼 수 없을 만큼 너저분하게 이용하기도 하는데, 이는 비단 우리 직원들의 경우만 아닐 것으로 판단된다.


그래서일까, 직장인들의 책상의 청결도와 업무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 자료도 속속들이 발표되었다.


심리학자인 샐리 어거스틴 박사는 '책상 주변이 지저분하면 내면의 행복에 집중하지 못하고 불안해 업무의 효율성을 떨어 뜨린다'라고 했다. 미국 프린스턴 대학 연구 결과에서도 '정리 정돈되지 않은 주변 환경은 그 시각적 효과만으로 뇌 건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라고 했다.


반대로 미국 미네소타 대학교 캐슬린 보스와 동료 연구자들은 책상의 주인이 수행하는 업무가 '무엇이냐에 따라 다르다'며 보수적인 관리가 중요시되는 업무에 깔끔한 책상이, 참신한 아이디어와 비전통적인 방식을 추구하는 업무에는 너저분한 책상이 도움이 된다고 했다.


또한 미국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교수인 에릭 에이브러햄슨과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H 프리드먼은 주변을 정리하고 체계화하는 것은 그만큼 시간을 소모한다며 정리정돈에 쓸 시간에 회사를 위해 더 높은 성과를 내는 게 낫다고 주장하면서 책상은  항상 깨끗해야 한다는 편견을 깨뜨리기도 했다.


이렇게 상반된 주장은 결국 업무 효율에 책상이 '깔끔하냐 지저분하냐'의 정답은 딱히 없는 것으로 보인다. 어떤 직원은 지저분한 책상에서도 일의 능률을 높일 수도 있고, 또 어떤 직원은 깔끔한 책상에서 보다 더 효율적인 업무를 볼 수 있다면 책상이란 불청결과는 관계없이 자신이 가장 일하기 편한 공간이 업무 효율을 높이는 정답은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우리 일부 직원들 책상에 할 말은 많지만 꾹 참고 있는 중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불안장애로 박수무당 될뻔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