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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창 신부범 Jul 16. 2020

이 기사에서 군대 소원수리가 소환됐다

체육계 비위 신고제도와 군대 소원수리가 어쩜 그리 닮았을까?

어제  아침 인터넷 뉴스에 <'훈련 날보다 맞는 날이 많았다'… 운동선수들이 말하는 '나도 최숙현이다'>라는 제하의 경향신문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이 기사는 전현직 운동선수들을 직접 만나 얘기를 들어 보고 체육계 폭력과 폭언의 원인은 무엇인지 심층적으로 다루는 기사였다.


이 기사를 요약하자면 체육계의 많은 선수들이 폭력과 폭언에 노출이 되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이면에는 성적 우선주의에 기인한바 크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선수들이 폭력과 폭언에 시달려도 신고조차 못하는 이유는 '신고제도에 문제점 때문은 아닌가,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기사를 관심 있게 읽고 나니 어쩌면 그렇게 내 군대 시절에 있었던 소원수리 제도와 꼭 빼다 닮았는지 그 시절 소원수리 제도의 기억이 자연스럽게 소환되었다. 그래서 그때 그 사항을 거슬러 올라가 잠시 언급해 보고자 한다.


시대의 흐름과 함께 군대도 많은 변화가 있었던 만큼 지금은 이제도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 군 복무 시절에도'소원수리'라는 제도가 있었다. 그때 당시 '소원수리'라는 게 주로 병사들이 군 생활하면서 겪은 애로사항을 들어주는 취지였다.


이를테면 군 내무생활의 어려운 점이나 또는 선임병에게 폭행과 폭언 등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는지 등 평소 말 못 할 얘기가 있으면 거리낌 없이 적어내라는 것이었다. 물론 적어낸 내용에 대해서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 두겠으니 걱정일랑 붙들어 매라는 소원수리였다.


그러나 소원을 수리해 준다는 '소원수리'의 원래 취지와는 달리 '소원 보복'으로 부메랑 되는 매우 이상한 제도였다. 개인의 자유가 통제된 폐쇄된 군대생활에서 억울하게 당한 적이 어디 한두 번 있었겠는가, 마음속에 담아 두었고 써내고 싶은 게 수없이 많지만 대부분의 병사들은 소원수리를 백지상태로 제출야야만 했다.

그럴만한 이유가 선임병에게 가혹행위 등 불편부당한 일을 당했다고 소원수리를 작성해 냈을 때 오는 후폭풍이 만만치 않게 거세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았고, 그래서 괜히 긁어 부스럼 내 상처를 더 키우는 성격의 소원수리를 적어 낼 필요가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주알고주알' 곧이곧대로 소원수리를 작성해 냈던 일부 눈치 없는 병사들이 간혹 있었다. '비밀로 부쳐주겠으니 할 말 있으면 다 써내'라고 강조한 말에 현혹되어 적어냈던 것인데 주로 군생활의 특성을 미처 파악 못했던 초임 병사들의 경우가 그러했다.


하지만 그들 역시도 얼마 못가 '군대의 소원수리가 바로 이런 거구나? 하고 때늦은 후회를 하고 만다. 그것은 소원수리를 백지로 내지 않은 대가는 바로 고자질하는 배신 병사로 낙인찍히고 이로 인해 오히려 군대생활을 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얼마 가지 못해 깨닫기 때문이었다.


경향신문의 어제 기사를 보면 용기를 내어 만약 신고를 하게 되면 그 내용이 가해자 측인 감독 귀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선수들의 말을 전 했다. 그래서  배신자로 낙인찍혀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가 힘들게 뻔해 감사가 이뤄져도 선수들은 폭력을 겪은 적이 없다며 거짓으로 응답하는 게 대다수라고 전했다.


이는 곧 하고 싶은 얘기를 적어내도 그 사항이 시정되기는커녕 오히려 그 병사에 대한 보복으로 돌아갈게 뻔하니 그럴 바에 차라리 백지로 내고 꾹 참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던 그때 당시의 군대 소원수리와 어쩜 그렇게 빼다 닮았는지 생각해 볼수록 섬뜩한 데자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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