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무더운 여름 참고 견뎌야 하는 이유
40도를 오르내리는 역대급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지난 2018년 8월 초순의 어느 날이었다.
'야.. 덥다 더워!
가만히 있어도 숨이 '턱턱' 막히는 100년 만에 찾아온 살인적인 이 무더위는 도대체 언제쯤 끝이 날려나? 혼자만의 넋두리를 하며 집으로 향하는 골목길로 접어들 때 쯤이었다. 어디선가 '부스럭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내 귓전을 통해 들려왔다.
8월 초순, 한여름의 태양빛이 뜨겁게 내려 쬐는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서 들려오는 정체불명의 소리쪽을 향해 보니 주차된 좁디좁은 승용차 밑에서 하얀색과 검은색 털이 꾀죄죄한 길고양이가 투명 비닐봉지에 들어있는 음식물 쓰레기를 뒤져 먹는 소리였다.
'이 녀석 봐라' 더러운 그것도 한눈에 봐도 상해 보이는 음식물 쓰레기를 먹고 있다니?
허기가 지고 오죽 먹을 게 없었으면 저런 음식물 쓰레기를 먹고 있을까, 안쓰러운 마음에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그 녀석을 향해 시선을 계속 응시했다, 그랬더니 그 녀석 역시도 먹던 것을 잠시 중지하고 당황한 눈빛으로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이었다.
길고양이들은 사람과 마주치면 기겁해 놀라 도망가는 것이 보통 이건만 이 녀석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차량 밑이니 안전하다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배고픈 배를 기어코 채워야겠다'는 굳은 마음에서였을까, 나를 '힐끔힐끔' 두어 번 쳐다보더니 다시 음식물을 먹기 시작한다.
도대체 저런 더러운 음식물 쓰레기를 어디서 물어 왔을까, 여기저기 주위를 둘러보니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음식물 쓰레기 통이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여기에 일부 쓰레기가 밖으로 흘러나와 있는 것으로 보아 이 녀석 이 곳 쓰레기 통을 뒤저 갖다 먹는 게 분명해 보였다.
음식물 쓰레기를 먹고 있는 이 녀석이 하도 안쓰러워 보여 계속 주시를 하고 있으니 이 녀석도 신경이 쓰였던 걸까, 먹던 것을 중지하고 다시 한번 나를 힐끗 쳐다본다. 더 이상 신경 쓰지 말고 제발 가던 길 가라는 표정으로 말이었다.
이 녀석 이렇게 음식물 쓰레기를 코앞에 두고 한동안 나와 눈싸움을 벌이더니 이내 포기하고 차량 뒤편으로 나가버린 것이었다. 그리고는 내쪽을 다시 한번 흘깃 쳐다보며 못내 아쉽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어디론가 사 라저 버린다.
모른 긴 몰라도 이 녀석 내가 가고 없으면 이곳을 다시 찾아 그 상한 음식물을 다시 입에 댈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던 그날이었다.
이처럼 동물이나 사람이나 견디기 힘든 여름이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더군다나 지금 장마가 끝나면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될 것으로 보여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희망이 있다면 머지 많아 푸른 하늘 고추잠자리가 날아드는 선선한 가을이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는 점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