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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창 신부범 Feb 06. 2023

우리가 너무 쪼잔 했던 걸까요

지난 설 명절을 맞아 형제가족들은  부모님이 모셔져 있는 인천가족공원에 마련된 납골당을 방문했습니다. 각각 따로 모셔져 있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뵙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1시간 30분 정도, 그곳을 떠나 시내로 나오자 딱 점심을 먹어야 할 시간이었습니다.


오랜만에 모이고 어차피 점심시간도 됐으니 밖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뭐 먹을까" 서로들 고민 끝에 명절 기름진 고기도 먹었고 과음을 한 형제들도 있어 이럴 때 속도 풀 겸 칼칼하고 시원한 동태찌개가 제격이라는데 의견의 일치가 이루어졌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맛이 좋아 가끔씩 즐겨 찾았던 어느 동태찌개집을 찾아들었습니다.


우리 인원수는 조카들을 비롯한 총 9명 적당한 자리를 잡고 앉자 셋째 남동생이 8인분만 시키자는 것입니다. 왜냐고 묻자 동생은 속이 안 좋아 별로 먹고 싶은 생각이 없으니 자신 몫은 제외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주인분에게 동태찌개 8인분을 주문했습니다. 그러자 주인분은 인원수 9명 그대로 시켜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동생이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8인분만 달라고 정중히 부탁했습니다. 주인분은 마지못한 듯 주방을 향해 동태찌개 8인분이라고 외쳤고 그렇게 해서 동태찌개 8인분이 우리들 테이블에 서빙되어 왔습니다.  


가스레인지에 올려진 동태찌개는 시간이 흐를수록 보글보글 맛있게 끓는 소리와 함께 미각 그리고 후각까지 공격해 오는 것이었습니다. "좀 더 오래도록 끓여야 맛있다"는 주인분의 말에 참을 만큼 참아보다 결국 숟가락을 들어 국물 3분에 1 숟가락 떠서 후루룩  마셔보니 역시 이 집으로 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집 동태찌개는 생선자체도 신선해 생선살 자체가 다른 집보다 좀 더 부드러울 뿐만 아니라 들어 있는 동태의 양도 제법 많고 여기에 시원하고 칼칼한 동태찌개 특유의 국물의 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밖에 없으니 "동태찌개가 먹고 싶으면 무조건 이 집이야'라는 생각을 해가며 가족들 모두가 즐거운 점심을 먹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주인분이 우리들 테이블로 다가오시더니 다음부터는 '인원수대로 꼭 시키셔야 합니다'라고 다시 한번 강조를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인원수대로 주문을 말하니 "화기애애"했던 점심분위기가 한순간에 가라앉고 말았습니다.


그렇지만 원칙대로 따지자면 인원수 대로 시키는 게 정상이니 뭐라고 말할 수 없었고 그래서 "알았습니다"라는 대답으로 점심식사를 마저 끝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계산을 마치고 나오면서 "잘 먹었습니다"라며 주인분에게 인사를 건넸으나 주인분은 아무 대꾸도 없이 불편한 표정의 얼굴로 "알았으니 빨리 나가시오"라고 하는 듯해 보였습니다 


사정상 인원수대로 주문을 안 할 수도 있는데 그 주인분이 너무 과잉반응을 하신 걸까요, 아니면 그깟 1인분 아끼겠다고 인원수대로 주문을 하지 않는 우리가 너무 쪼잔 했던 걸까요, 이에 대한  브런치 작가 여러분들에게 질문해 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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