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였지요, 업무상 볼일이 있어 지하철 2호선을 탔습니다. 어느 역에 도착하자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서너 살 정도 되는 남자아이를 앞세우고 지하철에 올랐습니다. 객실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아주머니는 아이를 앉힐 자리가 없자 출입문 쪽으로 다가가 아이와 함께 어정쩡하게 서서 가는 것이었습니다.
아주머니와 아이가 불안한 상태로 두정거장을 더 가는 동안에도 지하철 안 승객들은 서로 눈치만 볼뿐 어린아이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아주머니와 아이와는 한참이나 떨어져 앉아 가던 동남아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아주머니 곁으로 다가가더니 아이를 안고 자신의 자리로 대리고 가 앉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서툰 한국말로 '몇 살이야' '참 예쁘게 생겼네'라는 말과 함께 아이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 주면서 자신은 그 앞에 서서 가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우리는 그동안 동남아인들에게 잘못된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업신여기며 그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줬던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우리와 다른 생김새의 피부를 가졌다는 이유로 인종차별적인 말로 그들의 마음을 아프게도 했습니다.
실제로 한국인의 이런 인식을 보여주는 영화도 있었습니다. 동남아 외모의 한국사람이 부탄 사람으로 위장 취업해 겪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한국의 고된 생활과 열악한 노동환경 그리고 한국인들의 편견과 차별을 코미디 형식으로 풍자했던 '방가? 방가!'가 바로 그런 영화였습니다.
물론, 한국사람들 중에 동남아인들을 편견으로 바라보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고, 지하철에서도 나이 드신 어르신이나 어린아이 등 노약자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경우를 필자 또한 많이 목격했기 때문에 어제 그 제한적 사안만을 가지고 글의 결론을 맺는다는 것에 다소 조심스럽기는 합니다.
하지만 어제의 경우만을 놓고 보면 우리가 과연 동남아인들에게 편견을 가질 자격이나 있는지 참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서서 가기에는 힘이 부친 어린아이에게 자리 양보하나 못했던 우리들보다는 어린아이를 손수 대리고 자신의 자리에 앉혔던 그때 동남아인 앞에서 만큼은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는데요,
'H.D 도로우'는 편견은 무지의 자식이며 인간의 편견보다 더 강한 것은 없다. 누구에게나 등을 돌리리 말라, 한쪽면만 채색하게 될 것이다고 하면서 '편견을 버린다는 것은 언제든지 늦지 않다'라고 했는데 우리도 동남아인에 대한 편견이 은연중 남아 있다면 지금이라도 버리면 어떨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