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직장인 건강 검진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우리 회사도 11월 10일까지 건강검진을 받으라는 지침입니다. 나 역시 미리 예약을 해 둔 날짜에 맞춰 건강검진을 위해 지난주 금요일 지하철 1호선에 몸을 실었습니다.
출퇴근 시간이 아니어서 인지 지하철 안 승객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여러 군데 비워 있는 비교적 여유 있는 좌석에 앉아 눈을 감고 잠을 청했습니다. 그러고 얼마쯤의 시간이 흘렀을까요, 주위가 소란스러워 잠에서 깨고 말았습니다.
이유인즉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코를 드러 낸 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이를 본 어느 승객이 코까지 막도록 바르게 쓰라고 지적하면서 벌어진 말다툼의 소란이었습니다.
한쪽은 '당신이 뭔데 나더라 마스크 착용을 똑바로 쓰라 마라 참견이냐'는 투였습니다. 다른 한쪽은 '마스크를 그런 식으로 쓰면 안 된다'라고 하면서 벌이는 일종의 자존심 싸움의 성격이 강해 보인 말다툼으로 보였습니다. 그런 만큼 두 사람의 실랑이는 쉽게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를 유심히 지켜보고 참다못한 어느 승객이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고 버티는 남성에게 한마디 한고 나섰니다.
여보시오, '마스크 착용은 자존심을 내세울 일이 아니에요' '사람이 죽느냐 사느냐에 문제예요, '마스크만 제대로 쓰면 될 일을 왜 그렇게 못하겠다고 하시는 거예요'라고 합니다.
마스크 착용은 자존심의 문제가 아닌 생사의 문제라는 따끔한 일침을 받은 그 남성도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던지 마지못해 마스크를 고쳐 쓰는 것으로 마스크 착용을 둘러싼 두 남성 간 지하철 소란은 그렇게 끝이 났습니다.
그렇습니다. 코로나 사회에서 마스크 착용은 본인은 물로 타인의 생명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사실을 코흘리개 어린아이도 다 알 정도입니다. 그런 만큼 마스크는 우리 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일부가 되었고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지 오래입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상기하고 싶어 집니다. 마스크 착용은 이제 생존이 걸린 문제라는 사실을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