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먹는 속도는 사람마다 똑같을 수 없다. 어떤 사람은 속도가 빠른 편이고 또 어떤 사람은 느린 편이다. 먹는 식사량도 어떤 사람은 많은 편이고 어떤 사람은 적은 편이다. 그래서 여럿이 모여 식사를 할 때 모든 사람이 거의 동시에 식사를 끝내기란 우연에 일치가 아니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우리 직원들의 경우 직속 상사인 나와 식사를 같이 할 때를 보면 어떻게 하나같이 나와 그렇게 동시에 식사를 마치는지 참 기묘하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여기에도 다 이유가 있어 보인다.
그럴 것이 우리 직원들의 식사하는 모습을 보면 식사 도중 나의 식사량을 '흘깃흘깃' 쳐다본다. 그러면서 식사 속도를 빨리 하거나 느리게 하는 등으로 나와 식사속도를 맞추어 가는 듯하다. 그렇게 인위적 조절을 하다 보니 결국 나와 거의 동시에 식사를 마치는 것으로 짐작이 된다.
그렇다면 우리 직원들은 왜 이런 식사를 하는 것일까, 그 이유를 나름대로 생각을 해보니 그것은 바로 식사를 빨리 끝내고 기다리거나 혹은 식사가 늦어 나를 기다리게 만드는 것은 상사에 대한 '식사예절'이 아니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시다시피 끼니로 음식을 먹을 때 갖추어야 할 예의범절을 '식사예절'이라고 한다. 각자 생활패턴이 다른 현대인들에게 한 밥상에 모여 식사를 하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내 어릴 적에는 한 식구가 한데 모여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아 아버지로부터 '식사예절' 교육이라는 것을 받곤 했다.
자료출처(김 톰슨 :: 식사예절 정리입니다 (tistory.com) 이를테면 밥상 앞에서 어른이 숟가락을 들기 전에 먼저 숟가락을 들면 그건 어른에 대한 예의에 어긋난다고 말씀하셨다. 뿐만 아니라 어른이 진지를 다 잡수시기 전에 숟가락을 놓고 기다리거나 일어나서도 안되고 그래서 어른과 식사속도를 맞춰 끝내는 것이 올바른 '식사예절'이라고 말씀하셨다.
아버지의 식사예절 교육은 비단 어른과 식사속도 맞추기에만 끝나지 않았다. 밥을 먹으면서 '달그락~, 달그락~' 숟가락 소리 내거나, 맛있다고 '쩝~쩝~'소리 그리고 국물을 '후루룩~후루룩~' 소리를 내어 마시는 행위는 복이 달아나는 행위이니 삼가라고도 하셨다.
이러한 식사예절 특히 가까운 친척과 식사를 할 때는 꼭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셨으니 간혹 친척 어르신들과 식사를 같이 할 경우 어린 나에게는 큰 곤혹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게 다 지켜야 할 '식사예절'로 알고 직장인이 되어서도 그렇게 해 왔다.
그래서인지 직장생활 초년 시절 상사와의 식사는 즐거운 식사가 아닌 고통의 식사인 경우가 많았다. 식사 시간 내내 상사 눈치를 보고 식사 속도에 맞추느라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큰 고역이었다.
이런 점 익히 알고 있는 나는 될 수 있으면 직원들과 같이 식사를 안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하지만 불가피하게 식사를 같이 할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나와 같이 식사속도를 맞추려는 직원들 때문에 오히려 내 마음이 더 불편할 때가 많다.
물론, 직장 상사와의 적절한 식사예절은 나쁘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식사의 즐거움과 자유로움까지 빼앗겨 가면서 하는 '식사예절'은 나는 원하지 않는다. 상사가 빨리 먹거나 늦게 먹는다고 거기에 보조를 맞출 필요가 없이 본인들 방식으로 자유롭게 식사를 끝냈으면 좋겠다.
그것은 직장인들에게 점심식사는 단순히 끼니를 때우는 시간이 아니라 일과 중 유일하게 주어진 소중한 자유시간이라는 점에서다. 그래서 직장인들에게 주어진 점심시간은 사막의 오아시스요, 가뭄에 단비 같은 고마운 시간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그런데 이렇게 금쪽같은 점심시간, 오롯이 자신만의 시간이어야 할 점심시간을 상사 식사속도 맞추느라 아깝게 낭비해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