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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창 신부범 May 13. 2021

참 인상적이었던 아가씨, 이유가 뭘까요

나이 탓일까요, 아니면 해이해진 정신력 탓일까요, 요즘 출근길 이불을 걷어내기가 참 힘들 때가 많습니다. 출근 준비를 위해 일어나야 할 새벽 4시가 다가오는데도 육체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잘 것을 요구하고 머릿속은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재촉합니다.


육체와 정신과의 치열한 싸움에서 대부분 정신적 강인함이 승리를 거두지만 간혹 이와 정반대의 현상이 발생할 때도 있습니다. 가령 전날 야근을 했거나 술자리로 인해 평소보다 피곤했거나 잠자리가 늦는 경우는 정신력이 육체에 완패를 당하기도 합니다.


그제 아침의 경우가 딱 그랬습니다. 전날 마무리를 지어야 할 업무가 있어 밤늦은 시간까지 야근을 하고 늦게 잠자리에 들었던 탓인지 그날 아침 출근길은 제 아무리 강인한 정신력으로도 육체를 이길 제간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먹고살아야 하기에 '천근만근' 같았던 이불을 겨우 걷어낼 수밖에 없었고, 이 여파는 고스란히 지하철 출근길로 이어졌습니다. 이 때문인지 지하철 자리에 앉자마자 나도 모르게 깊은 잠 속으로 빠져 들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얼마를 갔을까요, 누군가가 내 몸을 건드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비몽사몽 눈을 떠보니 내 몸은 옆자리의 어느 아가씨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깊은 잠 속으로 빠저 들면 몸의 중심을 잃고 옆자리의 승객에게 기대게 되는 경우가 있지요, 그래서 불편함을 느낀 대부분의 승객은 어깨로 '툭~툭~' 치거나 하니면 직접 깨워 다시는 기대지 말라는 경고의 표시로 짜증스러운 눈초리를 보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날 아가씨는 이와는 좀 다른 면이 있었습니다. 손으로 밀어내거나, 어깨로 치고, 직접 깨워 싸늘한 시선을 보내는 대신에  두 손을 이용 가볍게 내 몸을 곧추 세우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때는 정말이지 그 아가씨의 마음 씀씀이가 너무 예뻐 보였지요,


아마 그녀는 비록 자신에게 불편을 끼친 승객일지라도 함부로 대하지 않고 최대한 예의를 갖추었던 것으로 보였는데요, 남을 배려하려는 착한 마음씨가 아니라면 쉽게 나올 수 없는 젊잔은 행위로 참 인상적인 그날의 아가씨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사람들 간 부대끼고 그럴 때 서로 좋지 않은 일들이 빈번히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럴 때 '어떤 처신을 하느냐'도 참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 점도 나에게는 쉽게 잊히지 않을 아가씨일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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