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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창 신부범 Dec 31. 2021

친구와 절교를 각오로 독하게 끊자

갈수록 밀려나는 흡연자들 어떤 길을 택해야 할까?

<흡연에 관대했던 그 시절을 회상해 본다>


내 어릴 적 봉초라는 담배가 있었다. 봉초는 잘게 썬 담뱃잎을 공방대에다 피우거나 종이에 말아 피운다. 아버지는 이 담배를 아무 종이에다 둘둘 말아 집이건 밖이건 '퍽~퍽~' 피워댔다. 담배는 곧 아버지의 권위였고 담배 피우는 것에 토를 다는 것은 아버지의 권위에 도전하는 시절에 일이다.


아버지는 그 시절 우리 사회 담배의 관대함을 대변했다. 사무실, 극장, 하다 못해 밀폐된 공간인 버스에서의 흡연은 승객이나 버스기사나 특권 중에 특권이었다. 시외버스를 타면 의자 등받이에 손바닥 크기의 재떨이가 설치되어 있을 정도였다.


남녀가 선보는 장소에서 여성에게 '담배를 피워도 되겠냐'라고 묻는 남성이 최고의 매너남이 되는 시절이기도 했다. 남의 집에 갈 땐 담배 한 보루가 무난한 선물이었고. 높은 지위의 임원의 책상에는 크리스털 재떨이가 중심에 턱 하니 비치되기도 했다.


한마디로 그때 그 시절에는 내 집 안방은 물론이요, 식당이든 술집이든 버스 대합실이든, 심지어는 텔레비전 드라마 화면에도 새하얀 담배연기로 가득 채우기도 했었다. 이는 흡연을 물 마시고, 밥 먹는 행위와 동일시되던 시절이라 가능했다.


<서울 강남 어느 골목길의 금연구역>


<건강에 대한 관심과  흡연 장소 규제 강화>


그러나 국가 경제가 좋아지고 먹고살만해지니 건강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더불어 담배가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을 따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연구가 속속들이 알려지기 시작했고 흡연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다.


이에 흡연자들의 설 땅도 점점 잃어갔다. 식당이나 술집은 물론, 집에서까지도 담배를 함부로 물어 피울 수 없게 되었다. 식구들의 반대로 베란다에 몰래 피워도  '아저씨 담배 연기 올라와요'라는 위층의 앙칼진 경고가 들려오는 세상으로 변했다.


<방송 금연 광고 및 담뱃갑 경고 그림 시행>


뿐만 아니라 이제 웬만한 길거리도 흡연하다 적발되면 수만 원의 범칙금 딱지가 집으로 날라 오고, 범국가적 금연정책도 시행되고 있다. TV에서는 폐암에 걸린 사람의 거친 숨소리를 여과 없이 내보내며 충격 요법을 사용했고, 담배를 피우게 되면 '사랑하는 가족과 생이별을 할 수 있다'라는 감성적 요법도 쓰기도 했다.


여기에 양면 고립 작전으로 담뱃갑에 흡연으로 인한 각종 암등 섬뜩한 경고 그림으로 흡연자들의 담배 욕구를 억제하려는 노력도 했고, 담배값을 대폭 올리는 경제적 극약처방으로 실질적 금연을 유도해 흡연율을 낮추는데도 일조를 했다.


이렇게 흡연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와 더불어 범국가적 금연정책 때문인지 대한민국 성인 남자 흡연율 2017년 질병관리본부 통계 기준 38.1%까지 떨어질 정도가 되었다.


<금연 캠페인 공익광고>


<대우받는 유일한 길은 담배를 끊는 일>


하지만 아직도 거머리같이 따라붙는 담배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 흡연자들이 많다. 그리고 이들이 발 디딜 곳도 자꾸만 좁아져 간다. 어쩌다 피울만한 곳을 만나도 비흡연자들의 눈치를 살펴가며 마치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죄인 마냥 고개를 '푹~'숙이며 담배를 물어 피워야 한다.


그럴 것이 지금 우리 사회는 흡연자들을 사람으로 거의 대접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흡연자들은 담배로 '세금을 걷어가면서 이렇게까지 홀대해도 되느냐?'는 항변과 불만이다. 세금을 낸 만큼 흡연자들을 위한 대책과 흡연할 권리를 명분으로 흡연을 고집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해가면서 담배를 꼭 물어 피워야 하는지 자존감의 문제로 한 번쯤 생각해 볼일이다. 중이 절이 싫으면 떠냐 야 하듯, 돈을 돈대로 갖다 바치며, 사람대접도 받지 못하는, 무엇보다도 본인의 건강을 위해 담배를 끊어 버리는 게 가장 현명하지 않을까 싶다.


마침 내일이 새해다. 새해에는 친한 친구가 상종을 안 해도 좋다는 마음으로 독하게 한번 끊어 보자 '꼭~ 그렇게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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