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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창 신부범 Nov 28. 2023

아내보다 효자손이 좋은 3가지 이유

① 눈치 볼 필요 없다 ②가려운 곳만 긁어 준다.③ 언제라도 긁어준다.

타다닥~ 탁~탁~탁~


자판을 열심히 두드리며 문서를 작성하고 있는데 여기에 딴지를 걸어오는 아주 못된 이 가 있다. 바로 등짝을 괴롭히는 가려움이란 녀석이다.


"갑자기 이게 뭐람,


바쁘다 바빠,

그렇다고 가려움 녀석에게 손을 가져갈 시간적 여유가 없다. 될 수 있는 한  손을 대지 않고 그 녀석을  퇴치해 볼 요량이다. 몸을 이리 비틀고 저리 비틀어 본다. 그래도 소용이 없다. 손을 쓰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아주 독한 녀석이다. 문서 작성이고 뭐고 우선 내 몸을 괴롭히는 그 녀석부터 혼내 줘야 한다. 할 수 없이 자판에서 손을 떼고 그 녀석 쪽으로 손을 뻗어본다.


이게 뭐꼬~


현존하는 생명체 중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인간을 괴롭히는 녀석답게 아주 교묘한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있는 힘을 다해 손을 뻗어 보지만  닿을락 말락 정말 미칠 지경이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여기저기 도구를 찾아본다. 그런데  30cm 플라스틱자가 먼저 눈에 띈다.


"네 이 녀석,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물렀거라"


무당이 귀신을 쫓아내듯 아주 사나운 언성과 몰골로 "허~위, 허~위~"그 녀석을 쫓아 내려 하지만  이번에 플라스틱 자가 말썽이다. 줄을 그을 때는 그렇게 반듯하더니 정작 괴로움 녀석 앞에서는 "흐물흐물" 이리 비틀어지고 저리 비틀어 저 맥을 영 못쓴다.


어찌, 어찌,  플라스틱자 모서리로 겨우 그 녀석과 겨뤄 보지만 개운하게 물리칠 수가 없다.

우리 집 침대 머리맡에 항상 대기하고 있는 효자손

이때 문뜩  생각나는 게  바로 우리 집 침대 머리맡에 있는 효자손이다. 그 효자손만 있었더라도 이 녀석쯤이야 식은 죽 먹기로 가볍게 해치울 수 있을 텐데 지금 내 곁에 없는 게 너무 아쉽다.


효자손, 이름 그대로 가려움을 해결하는데 이만한 효자는 없다. 사람 구부러진 손모양처럼 생긴 효자손은 사람손이 해결 못한 그곳에 위치한 그 녀석을  쫓아내기에  딱 안성맞춤이다. 기껏해야 1,000원에서 2,000원 하는, 가격으로 치면 정말 하잘것없는 효자손은 우리 인간에게 참 유용한 도구다.


그래서인 요즘  웬만한 집에는 효자손 하나는 다 구비를 해 놓고 있다. 혼자 살거나 특히 나이 드시고 홀로 사시는 분들에게는 선택에 여지가 없는 필수품으로 자리 잡고 있는데  우리 집의 경우처럼 부부가 사는 집에도 효자손은 필요한 존재가 되었다.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효자손은 우리 집에 없었다. 그런데 아내도 나이가 먹어가고 육체적, 정신적 한계를 느꼈는지 언젠가부터 내 등에 손대는 것을 싫어하는 듯했다 


어느 날  "내 등 좀 긁어 줘~" 그랬더니 "당신이 알아서 긁어~'라며  화부터 버럭 내더라, 설사 긁어준다고 하더라도 살갗이 빨갛게 달아 오르정도로 엉뚱한 곳만 "빡~빡~"긁어버린다. 아니면 긁은 둥 마는 둥 두어 번 시늉만 하고는 "이제 됐지~"라며  오히려 가려움이란 녀석의 성질만 돋우고 만다.


그래서인지  나 역시 아내 눈치부터 보였다. 그래서 그 이후로 우리 집에 침대 머리맡에 효자손을 두게 되었다. 그런데 막상  써보니 아내보다 효자손이 훨씬 좋다. 그 이유는 효자손은 눈치 볼 필요도 없어 좋고,  긁고 싶을 때 언제라도 긁을 수 있어 좋다. 그리고  가려운 곳만 콕 짚어 긁을 수 있어 시원해서  좋다.


행여 아내가 이 글을 보고 서운하게 생각해도  할 수 없다. 미안하지만 적어도 가려움 앞에서는 누가 뭐래도 효자손이 아내보다 좋은 것만은 염연한 사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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