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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창 신부범 Dec 05. 2023

우리가 사람들에게 보내는 당부 편지예요

 읽어 보시면 좋겠어요

안녕하세요?


거창댁에 거주하는 까미와 산체예요


우리는 토종견을 비롯한 외래종까지 '품종도 다양하고 개체수도 수없이 많아요, 동물 관련 프로그램인 SBS 동물농장에 우리들이 없으면 프로그램 제작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라고 해요, 우리가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 지 알 수가 있는 대목이에요,


그래서인지  요즘 우리들을  키우는 사람들이 참 많아요, 그것도 1,000만 명이 넘는다고 하니 대단하죠, 하지만 우리를 키우다 싫증 났다고 버리고, 귀찮다고 버리고, 병에 걸렸다고 버리고... 이렇게 사람들에게 버림받는 우리 동료들이  자그마치 한 해 8만여 마리나 된다고 하니 마음이 그리 편치만은 않아요,

사실 우리는 오래전부터 사람과 가장 가깝고도 친숙하게 지내왔어요, 대신 사람이 만들어 놓은 규격화된 틀 안에서 수동적으로 살아가긴 해요, 사람들이 나갔다 돌아오면 귀를 뒤로 재치고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반가움을 표시해야 하고요,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기도 해야 해요, 


그리고 우리는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야단을 치는지 정확히는  몰라요, 하지만 그저 벌렁 드러누워 배를 드러내 보인채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취해야만 해요, 싫든 좋든 사람들이 입혀준 옷을 입어야 하고 사람들이 털을 깎으면 깎은 대로 군말 말아야 해요,


그리고  사람들이 목줄을 달아 끌면 끄는 대로 따라 해야 해요, 밖에 나가자 하면 나가야 하고, 집에 가자 하면 가고 여기 꼼짝없이 가만히 있으라면 그대로 있어야 해요, 한마디로 우리는 그저 사람들에게 순응하며 자유를 포기해야만 해요,


참 바보 같지만 우리들이 이러는 데는 다 이유가 있어요, 우리는 태생적으로 먹이를 사람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잖아요, 한마디로 먹이 때문이라는 얘기예요,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먹이를 얻어먹고 살려면 비굴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요, 반대로 먹이와 상관없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을 때가 있어요, 


물론, 우리라고 다 그런 것은 아니에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들도 고유의 특성과 성격이 각자 달라요, 자기 방어와 공격성이 강한 우리들이 있는 반면에 온순하고 순종적이며 친화력이 강한 우리들도 있어요, 가끔씩 사람을 공격해  문제를 일으켜 언론에 보도된 사례는  대체적으로 전자의 경우가 그래요,


마지막으로 말할게요, 우리들은 그저 먹이를 주는 사람, 즉 주인들에게 순종할 뿐이에요, 주인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착하고 순종적일 거라는 착각을 버려야 해요, 


그래서 우리들에게는 곤혹스럽지만  입마개 목줄등 안전장치를 철저히 한상태에서 밖에 데리고 나갔으면 해요, 그게 바로 사람을 위하는 길이기도 하지만 우리를 위하는 길이기도 하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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