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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창 신부범 Nov 24. 2023

단골 순댓국 맛의 비결은 이것에 있다

국밥 맛을 살리는 건 국물이 아니라 '밥'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쌀쌀한 날씨에 더욱더 생각나는 음식은 뜨끈뜨끈한 국밥이다. 점심시간 국밥이 먹고 싶을 때 우선 순댓국밥이다.


회사 주변에 순댓국밥 집들도 많지만 내가 가고 싶은 집은 따로 있다. 그 집은 점심시간 조금만 늦게 가도 긴 줄을 각오해야 하는 그야말로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이다.


그럴 만한 게 맛과 양 그리고 가격까지 손님들의 발길을 이끌기 충분하다. 소위 말하는 가성비 측면에서 최고의 순댓국집으로 통할 만하다.


순댓국밥 특유의 진한 국물에 담백하고 깔끔한 맛, 거기에 뚝배기가 차고 넘칠 정도로 가득 들어 있는 돼지머리고기와 부산물 등 이 정도면 1만 2000원 이상은 받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그러나 이 집 순댓국밥 가격은 8000원이다. 질과 양, 가격 측면에서 소머리국밥 마니아들의 발길을 유도하고도 남는다.


진한 국물에 담백하고 깔끔한 순댓국

나 또한 순댓국밥이 먹고 싶으면 으레 그 집을 찾곤 한다. 며칠 전에도 점심시간이 한참이나 지난 오후 2시, 이 정도면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먹을 수 있겠다' 싶어 일부러 늦게 찾았다. 그런데 아뿔싸! 그 시간에도 두 사람이나 대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아무리 유명 맛집이라도 줄 섰다 먹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두 사람 정도야 괜찮다 싶어 기다렸다. 조금 있으니 주인장이 문을 빼꼼히 열고 "밖에 계신 세 분 다 들어오세요" 한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잠시 후 순댓국에 딱 맞는 조합의 각종 밑반찬이 나왔다. 화이트 톤의 예쁜 접시에 깔끔하고 정갈하게 담겨 나온 반찬이 꽤 인상적이었다. 내 주관적 기준에 의하면 맛집인지 아닌지는 밑반찬만 봐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다녀 본 식당들을 보면 밑반찬과 음식 맛과의 상관관계가 상당함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우선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깍두기 하나를 입에 넣었다. 적당하게 맛있게 익은 깍두기, 아삭, 아삭한 식감이 입안의 침샘을 자극했다. 그 찰나에 순댓국과 밥공기가 도착했다. 뚝배기 안에 순댓국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모습을 보니 얼른 밥을 말아먹고 싶은 욕구가 치솟았다.


하지만 조금 참았다. 이때 바로 밥을 말면 국물의 뜨거운 열기에 밥알이 퍼질 것 같았다. 숟가락으로 휘~휘 젖어 국물의 열기가 조금 식혔다. 그리고 밥공기를 통째로 순댓국에 투하했다. 그렇지 않아도 늦은 점심 순댓국 맛은 이 세상 최고의 맛이었고 한 뚝배기를 순식간에 해치워 버렸다.

순댓국에 투하된 밥이 고슬고슬하고 윤기가 좌르르 흐른다


그런데 이 집은 순댓국 자체도 맛이 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밥이 다른 집과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너무 진 밥도 아니고 그렇다고 너무 된 밥도 아닌, 순댓국에 말아먹기 딱 좋은 그런 밥이 이 집 순댓국밥의 진짜 인기 비결이 아닌가 싶었다.  

옛말에 밥이 맛있으면 반찬이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국밥에도 우선적으로 밥이 좋아야 한다. 좋은 쌀에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고슬고슬한 밥은 국물에 말아도 쉽게 퍼지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도 밥알의 탱탱함이 그대로 살아 있어 국밥의 참 맛을 더욱더 배가 시켜준다.

그래서 비단 순댓국밥뿐만 아니라 모든 국밥에는 밥의 중요성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밥을 먹기 위해 국밥집을 찾지, 국을 먹기 위해 국밥집을 찾는 사람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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