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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창 신부범 Apr 12. 2019

빌딩 외벽 소화설비, 반짝반짝 윤까지 내야 하나?

때나 먼지 제거를 떠나 "광택까지는 지나친 관리는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시원하게 펼쳐진 왕복 8차선 도로 양 옆으로 하늘 높이 치솟은 상업·업무용 대형빌딩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그 아래로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서울 강남, 그리고 밤에는 여기저기에서 쏟아지는 각종 조명 빛의 휘황찬란한 모습에서 사람들은 서울 강남을 경제와 문화. 패션의 중심지며 서울의 심장이라 치켜세우는지 모를 일이다.


이렇게 화려한 수식어만 따라붙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강남 어느 대로변의 수십층높이의 대형빌딩, 지면으로부터 약 1미터 정도 떨어진 외벽 하단에 도출된 Y자형 형태의 그 무엇인가가 반짝반짝 윤이 나고 있음을 나는 어느 날부턴가 보아 왔다. 그래서 저 물건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것일까, 궁금한 나머지 확인해 들어갔다.


거기 역시도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인도마저도 다른 곳들과 차원이 다르게 잘 정돈된 바로 옆, 그 의문의 물건에 가까이 다가갔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연결송수관 송수구"라는 명판이 또렷하게 새겨져 있었고, 재질은 신주로 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연결송수관 송수구"는 어디다 쓰는 물건일까, 아시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혹시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 같아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강남 어느 대형빌딩 외벽에 설치된 광택을 낸 소화설비인 연결송수관 송수구

"연결송수관 송수구"는 빌딩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지상에서 호스를 연장하기가 곤란한 고층 건물 등에 소방펌프차의 소방호스를 건물 외벽에 설치된 "연결송수관 송수구"에 연결 빌딩 내부에 있는 스프링 쿨러나 옥내소화전으로 압력수를 보내어 화재를 진압하는 일종의 화재진압용 소화설비다.


그렇다면 주용도는 화재진압용 소화설비로 저렇게 반짝반짝 윤이 날정도로 광택을 내야만 하는 이유가 있을까?"다시 말해 "연결송수관 송수구"의 재질인 신주 표면을 "광택을 내면서까지 관리하지 않는다"라고 건물의 화재를 진압하는 데에는 그렇게 큰 지장을 줄리는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게 관리가 되고 있다"는 것은 "도가 지나친 과잉관리가 아니냐"는 생각이다.


이를 글로 정리하기 위해  참고 자료를 검색하다 보니 마치 어느 건물의 용역계약 시방서를  접하게 되었고, 그 시방서에는 미화원에게 주어진 업무로 "연결송수관은 월 2회 약품을 사용하여 광택을 낸다"라고 규정되어 있어 외벽 소화설비 과잉관리의 간접적 증표가 아닌가,라는 생각이다.


어디까지나 "이 시방서에 나와 있는 규정대로 추정해 본다"면 이는 곧 "미화원들에게는 주어진 빌딩 내부 사무실 청소와 외곽청소를 다 끝냈다"라고 그저 가만히 앉아 쉬어서는 아니되기에 굳이 광택을 내지 않아도 될 일을 내야만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고 "내가 본 연결송수관 송수구의 반짝거림도 혹시 그런 차원일지 모른다"라는 생각도 든다.

자료검색 중 발견한 어느 건물의 미화 업무에 대한 시방서

그리고 내가 어느 날에 겪었던 상황으로도 "이런 의문을 간접적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날 오후 냉난방 시설인 공조실 출입문 앞 조그마한 공간에 우리 빌딩 미화원 아줌마가 앉아 있는 것을 우연찮게 보게 되었다. 사실 말이 앉아 있었지 바닥에 조그마한 종지 상자 박스를 찢어 놓고 거기에 거의 웅크린 듯 앉아 있었던 아주머니였다.


그 모습이 너무 애처롭게 보여 "아줌마 왜 거기에 계세요, "라고 넌지시 물었다. 그러자 미화원 아주머니는 "아니에요, 잠깐 쉬고 있는 중이에요"라는 대답을 했다. "그러세요, "라고 지나친 그날이었지만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미화원 아주머니들은 일을 다 끝내고 쉬는 장소가 그곳  공조실 좁은 공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빌딩 지하에 마련된 "미화원 대기실이라는 공간이 별도로 있다"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 대기실에는 식사를 하는 "점심시간 외에는 미화원들이 휴식을 취할 수 없다"라는 것이었다. 행여 주어진 일을 다 끝마쳤을지라도 미화 대기실에서 쉬어서는 안 되고 청소 담당층에서 대기하라는 관리자의 지시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예전 대형마트 계산원들이 매장에 손님이 없어도 언제든지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하고, "앉아 있으면 손님들 입장에서 좋게 보일 리 없다"라는 윗선의 무언의 압력과 눈치로 인해 손님이 없어도 항상 서서 일을 해 옴으로서 사회적 논란을 야기시켰던 사례와 매우 유사한 케이스다.


여기서 다시 "연결송수관 송수구" 얘기로 되돌아 가자면 그것이 "반짝반짝 윤이 난다"고 이상하게 보는 것 자체가 어쩌면 더 이상할지 모른다. 세상사 모든 게 깨끗해서 나쁠 게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는 강남 길거리에 노출된 시설물인데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다"면 그것에 대해 칭찬을 해야 할 일이지 탓할 이유는 전혀 없음을 너무나 잘 안다.


하지만 미화원들에 대한 직업적 편견으로 "깨끗함을 넘어 광택의 빛까지 발하게 만든다"면 그때는 문제가 달라질 수도 있다. 달리 말해 당신들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고 그래서 "노는 꼴이 보기 싫어 놀지 말고 저런 거라도 깨끗이 닦아 광택을 내야지"라는 미화 직업에 대한 천대적 발상에 근거한 깨끗함이라면 그것은 깨끗함의 문제로만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광택을 낸 연결송수관 송수구 등 외벽 소화설비가 조명 빛에 더욱 빛나고 있다

한때 국민의 당 소속이었던 바른 미래당 이언주 의원이 학교 급식 조리사들은 조금만 교육시키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냥 밥하는 동네 아줌마쯤으로 깎아내려 사회적 비난을 받았던 예, 그리고 얼마 전 더불어 민주당 김동호 부산시의원이 특별한 전문 지식이나 기술도 필요 없는 "미화원들 연봉이 왜 이렇게 많냐" "나는 월급 백여만 원 받을 줄 알고 있었는데 놀라웠다"라고 발언해 물의를 일으켰던 예도 바로 이들 직업에 대한 편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언주 의원과 김동호 시의원의 인식 말고도 우리 사회는 미화일 같이 단순노동 직업에 대해 "그깟 일이 무슨 대수"라고 깔보고 업신여기는 천박한 노동의식이 일부에서 자리하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만약 "연결송수관 송수구"의 윤이나는 광택 역시도 이런 차원에서 실시되고 있다"면 이거야 말로 "깨끗함의 이면에 숨은 또 다른 깨끗함의 모순일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그것은 깨끗하다"는 것은 "때나 먼지가 없이 말끔하다"는 뜻으로 그 어떠한 것도 가미가 되지 않는 순수 그 자체를 말하는데 "연결송수관 송수구" 역시도 "때나 먼지 제거를 떠나 광택으로까지 이어지고, 결국 그 속에 "미화원들의 애환이 녹아 보인다" 면 그건 "순수하게 깨끗하다"라고  볼 수 없는 것으로 오히려 진짜 깨끗해야 할 곳은 "연결송수관 송수구"가 아닌 "직업에 대한 편견의 마음이 아닌가?"라는 논리도 성립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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