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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창 신부범 Apr 10. 2019

편의점 아가씨의 위트가 친구 담배 참게 만든 사연

"금연 정말 힘드네요" 친구 말에.. 그 아가씨 정신건강과 맞 바꾸셨군요

내 어릴 적 봉초라는 담배가 있었는데 곰방대나 종이에 말아 피우게 좋도록 잘게 썬 담뱃잎을 말한다. 환갑이 넘도록 흡연을 즐기셨던 우리 아버지께서도 이 담배를 종이에다 말아 집이건 밖이건 아무 곳에서나 자유롭게 피우셨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그때 그 시절 비단 우리 아버지만이 흡연의 자유를 만끽하지 않았었다. 흡연에 대한 작금의 사회적 관점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일 수도 있겠지만 실제 시외버스 좌석 등받이에 재떨이가 설치되어 있을 만큼 흡연은 때와 장소 가릴 것 없이 언제 어디서나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밀폐된 버스 안에서 담배를 피워 물어도 아무런 문제의 소지가 없었을 만큼 흡연에 대한 관대한 사회는 뿌옇게 피워 오른 담배연기가 극장 스크린을 가릴 정도였으니 기타 다른 대중 시절에서의 흡연이 어땔을지 더 이상 얘기하지 않아도 대충 짐작이 가리라 믿는다.


심지어는 "남녀가 선보는 장소에서도 담배를 피워도 되겠냐"는 물음이 최고의 매너남이 되는 시절이었고, 회사의 사장이나 높은 직위의 임원의 책상의 중심에는 크리스털 재떨이가 한가운데 떡하니 자리하고 있을 만큼 흡연은 곧 남자의 권위로 통했던 시절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텔레비전 드라마 화면은 남자 주인공들이 품어대는 담배연기로 가득 채우기도 했었던 그때 그 시절의 흡연은 한마디로 말해 "하루 세끼 밥 먹는 것과 같았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이는 담배의 해악 대신 기호품으로 여겼던 시절였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시대는 흘러 지금은 공공장소에서의 흡연 퇴출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고, 술집은 물론, PC 방에서도, 길거리에서도 담배를 함부로 물어 피웠다가는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받기 십상이고, 한솥밥을 먹는 가정에서도 조차 배척당할 만큼 담배는 우리 사회의 악의 축이 되었다.

친구 자신 사무실 책상에 붙은 담배 경고 그림 사진

이 같은 흡연의 적대시화는 범국가적 차원의 금연정책도 한몫 단단히 했다. 각 가정 안방의 텔레비전 화면에는 공익광고를 통한 흡연의 "백해무익"이 전파를 타고 있고, 담뱃갑에는 보기만 해도 섬뜩한 경고 그림과 함께 흡연이 우리 몸에 끼치는 구체적 해악까지 삽입되고 있다.


이런 흡연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와 더불어 범국가적 차원의 금연정책이 실효를 거둬서 인지 몰라도 이제 대한민국 성인 남자 흡연율 2017년 질병관리본부 통계 기준 38.1%까지 떨어질 정도로 흡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이제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흡연의 욕구를 이기지 못하고 담배를 입에 물며 흡연율 38.1%의 대열에 동참하는 애연가들이 많은데 나의 절친도 그중 한 사람이다. 이런 절친이 지난 4월 5일 금요일 저녁 나와 술 한잔을 마시고 난 후 떨어진 담배를 사기 위해 편의 점에 들렀다.


그는 편의점 알바 아가씨에게 평소 자신이 피우던 담배 한 갑을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담배를 끊고는 싶은데 정말 마음대로 안되네요?'라며 농담조의 말을 건넸다. 그러자 그 아가씨 안면에 미소를 지으며 던진 위트(wit)가 기가 막혔다."정신건강과 맞 바꾸셨군요, "


아가씨의 이 말에 "허~허~" 웃으며 그러게요, 라며 편의점 문을 나섰던 친구에게서 엊그제 전화가 왔다. 이런저런 말끝에 그가 말하기를 그때 그 이후로 지금까지 담배 한 개비도 피우지 않은 채 버텨 오고 있는 중이라면서 마치 담배를 완전히 끊은 것처럼 자랑삼아했다.


그에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편의점 아가씨의 그 말 이후 일단 "흡연에 대한 자신의 정신적 기강부터 바로잡아야겠다"는 궁리 끝에 보기만 해도 끔찍한 담배 경고 그림의 사진을 자신의 책상에 붙여 놓았고 "흡연의 욕구가 생길 때마다 그 사진을 바라보며 담배를 참아 내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이런 그에게 나는 비록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짧은 금연이지만 "내 친구 대단하다"라는 말로 칭찬을 해 줬다. 그리고 그 정도 정신적 각오라면 의심의 여지가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꼭 금연에 성공하길 바란다"는 진심 어린 격려로 전화를 끊었는데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다음에 만날 그때까지도 대단한 친구로 남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덧붙여 담배 경고 그림 사진 위의 글 귀는 소설가 김홍신 씨가 [인생 사용설명서]라는 책에서 밝힌 금연 이유 중 일부 내용을 여기에 옮기고자 하는데 담배에 끌려 다니신 분들 참고했으면 한다.


"쥐는 쥐약인 줄 알면 먹지 않는데, 사람은 쥐약인 줄 알면서도 먹는다."

"아주 뜨거운 물 잔은 얼른 내려놓으면 되는데, 붙잡고 어쩔 줄 모르니 델 수밖에 없다."

"세상을 끌고 가도 시원찮은데, 담배한테 끌려다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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