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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창 신부범 Apr 26. 2019

산속 생활도 용기가 필요하다

말은 쉽지만 실행하기  어려운 게 산속 생활은 아닐까?

MBN 시사 교양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는 최고 시청률 7.216%(지난 4월 3일 방송분. 닐슨코리아 유료가구 플랫폼 기준)를 자랑한다. 지상파 방송이 아닌 종편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시청률뿐만 아니라 '탄탄한 마니아층도 확보하고 있다'라고 평가를 받는 게 <나는 자연이다> 프로그램이다.


아직은 산속 생활과는 거리가 먼 나이이긴 하지만 나 또한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그램의 열혈 시청자 중 한 사람이다. 내가 이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 이유는 자연에 대한 낭만에만 있지 않다. 이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자연인들의 소소한 일상생활에서 내 어릴 적 시골 생활의 추억까지도 되살려 볼 수 있어 이 프로그램에 푹 빠진 이유이기도 하다.


다 쓰러져 가는 흙벽의 허름한 초가집 생활의 기억들. 흙으로 아무렇게 빚어 만든 시커먼 아궁이에 가마솥 걸어 놓고, 산에서 주워 온 땔감을 이용 밥을 지어먹었던 불편했지만 잊을 수 없는 기억들, 쌀 한 톨 섞어 있지 않는 꽁보리밥도 사치다. 요즘으로 치면 도배용 풀이나 다를 바 없는 밀가루 죽까지, 가난했지만 소중했던 기억들을 이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금 떠올려 보기에 좋은 프로그램이다.


특히 그 시절  전기 없는 등잔불의 추억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욱 생각이 난다. 한여름 모깃불 피워 놓은 마당에 멍석을 깔아놓고 그 위에 드러누워 하늘에서 무수히 쏟아지는 별빛을 온몸으로 받곤 했던 아름다운 추억들, 산과 들이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그 겨울 해 질 녘, 집집마다 모락모락 피워 나는 굴뚝 연기는 지금도 잊지 못할 기억으로 생생하다.


요즘은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척척 만들어 낼 수 있는 5G 최첨단 시대다. 편리하고 살맛 나는 디지털 세상이라고 하지만 그때 시절 아날로그 추억은 제 아무리 발달한 과학기술로도 만들어 낼 수 없기에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그램의 매력에 흠뻑 젖어든 이유인지 모른다.


그런데 그 누군가는 <나는 자연인이다>에 등장한 자연인들을 두고 '현실을 도피한 사람들'이라는 논리도 편다. 사회와 단절한 채 '산속에서 혼자 생활을 하고 있다'라는 점에서 '그 누군가의 그 말이 틀렸다'라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치열한 경쟁 사회를 벗어난 자체만으로도 현실 도피라면 도피일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현실 도피도 용기가 있었기에 가능했을지 않을까, <나는 자연이다>에 출연한 그들이라고 아무런 생각도 없이 무턱대고 산속으로 들어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수많은 고민과 고민을 거듭한 끝에 얻어 낸 결론이 결국 산속 생활이었을 것이고, 이는 곧 용기를 내지 못했더라면 그런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나는 자연인이다>의 방송화면 -MBN

그러고 보니 내 주위에도 '은퇴 후 노년을 자연에서 살아 보겠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하지만 말 뿐이지 '실행에 옮길 수 있겠느냐?'라고 물어보면 '좀 더 생각해 보겠다'며 선뜻 답변을 못하고 망설인다. 산속에서 살겠다 말이야 쉽게 할 수 있지만 실제 산속의 생활을 생각해 보면 엄두가 나질 않아 주저하는 것인데 충분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럴 것이 문화생활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전기시설과 살아가는데 필수인 수도시설이 들어가지 않는 것만으로도 산속 생활은 하나에서 열까지 비루하고 불편함 투성일 것이다. 물이야 흐르는 계곡물을 끌여다 쓴다고 하더라도 전기는 태양광 설치 말고는 어찌할 방법이 없다.


상상해 보시라, 전기가 없는 산속 생활을... 아침에 자고 일어나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리모컨을 찾을 만큼 한시라도 켜놓지 않으면 안될 텔레비전 없는 산속의 삶이 무슨 즐거움이 있을까, 그리고 냉장고가 없는 밥상은 오죽할까, 또한 선풍기와 에어컨 없는 한여름의 찜통더위를 무슨 통뼈로 버틸 수 있을까,


이는 결국 산속 생활은 그야말로 '원시적 생활을 각오해야 할 만큼 큰 마음먹지 않으면 안 된다'는 얘기와도 상통하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산속 생활에 대한 동경의 마음은 가질 수 있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에는 쉽지가 않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마음먹고 산속행을 택한 이들이 바로 <나는 자연인이다> 출연한 사람들이다.


물론, 이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들어보면 피치 못할 사정으로 산속으로 들어간 경우가 많다. 병 치료의 목적도 있었고 잘 나가던 사업이 어느 순간 쫄딱 망해서, 혹은 친구 빚보증으로 전 재산을 탕진하고 등등 더 이상 사회에서 살아갈 희망을 잃고 '벼랑 끝 심정으로 산속행을 택했다'라고 말한 사연들을 들어보면 그렇다.


그렇지만 이 또한 용기가 있었기에 가능했지 않을까란 생각이다. 그래서 <나는 자연이다>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산속행을 '사회의 경쟁에서 밀려난 현실도피'라는 '차가운 시선보다는 용기 있는 어려운 결정을 했다'는 따뜻한 마음으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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