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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창 신부범 Apr 25. 2019

신입사원 대다수가 아가씨 심정일 거예요

그러니 너무 걱정 말고 직장생활 용기 냈으면 좋겠어요

직장인들의 퇴근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즐겁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기다려지고 반기는 퇴근은 뭐니 뭐니 해도 금요일이 아닐까, 다람쥐 채 바뀌 돌듯 돌아가는 지겨운 직장생활을 버틸 수 있었던 힘도 어쩌면 이 시간이 있었기에 가능했을지 모을 일이다. 따라서 금요일 퇴근은 직장생활을 영위하는 데 있어 큰 에너지원이라 해도 무리는 아닐 성싶다.


세상사 무슨 일이던 이유가 다 있을 터다. 직장인들이 금요일의 퇴근을 마치 춘향이가 한양 간 이몽룡을 나는 심정으로 학수고대 목을 빼고 기다리는 이유는 뭘까,


이유야 많겠지만 직장생활에서의 해방감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라고 본다. 이에 따른 각 개인의 자유가 주어지기 때문이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가정을 가진 직장인은 가족과 보낼 즐거운 마음에 금요일 퇴근을 반가운 것이다.가정이 없는 솔로일지라도 혼자만의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어 그 시간이 오기만을 기다린다.썸을 타고 있는 연인들이라면 둘만의 사랑을 주고받을 부푼 마음에 금요일 퇴근이 기분 좋은 시간인 것이다.


그래서 금요일 저녁은 집으로 향하는 시간마저도 즐거운가 보다. 기타 다른 요일의 퇴근과는 사뭇 다른 지하철 안의 분위기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재잘재잘, 소곤소곤 도란도란 여기저기에서 유독 많이 들려오는 금요일 저녁 지하철 안은 훈훈함의 소리로 넘쳐 난다. 이는 곧 이틀간 휴무에서 오는 여유롭고 행복한 퇴근길임을 증명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금요일 퇴근길 지하철 안의 화기애애한 분위기와 아침 출근시간 때의 지하철 안의 고요함에서 확증적 접근이 가능하리라 본다. 아시다시피 출근시간 지하철은 쥐 죽은 듯 침묵만 흐른다. 눈을 감고 잠을 청하는 승객들이 대부분이다. 아무 말없이 휴대폰에만 열중하는 승객들이 다수다. 이는 곧 그날 있을 직장생활에 대한 불안심리가 작용한 탓이라고 한다면 과도한 해석인지 모른다.


조금 과장된 표현을 빌리자면 소가 도살장에 끌려가는 듯한 기분의 월, 화, 수, 목요일의 출근이다. 그런데 이를 견뎌내고 이틀을 쉴 수 있는 금요일 퇴근이니 어찌 즐겁지 아니할 수 있을까,


그런데 말이다. 기분이 좋은 금요일 퇴근길에는 대수롭지도 않은 주위 사람들의 소란스러운 수다도 별로 싫지가 않다. 반대로 기분이 별로일 때는 조용한 대화 소리도 크게 들리며 신경에 거슬린다. 결국 전자는 기분이 상쾌함에서 오는 너그러운 마음의 아량이라요, 후자는 불쾌한 기분에서 오는 너그럽지 못한 밴댕이 속인 것이다. 사람이라는 게 이렇게 간사함을 새삼 또 느껴 본다.

직장인들의 하루는 항상 벼랑 끝 심정이다. 신입사원의 마음은 오죽할까-게티이미지뱅크-

이런 맥락에 견주어 지난주 금요일 나의 퇴근길은 상쾌함에서 비롯된 여유롭고 너그러운 마음이었다. 회사문을 나설 때부터 '룰루랄라' 콧노래가 저절로 나올 정도로 기분이 좋았던 나였다. 그래서 지하철 안 승객들의 소란스러운 대화 소리도 싫지만은 않았다. 이런 유쾌한 내 기분은 길게 늘어선 마을버스 줄에도 '이번에 못 타면 다음에 타지'라는 여유로까지 생겨났다.


바쁠 것 없는 나는 자연스레 느릿느릿 선비 걸음이 되맨 뒷줄에 섰다. 그리고 얼마 안 있으니 바로 뒤에서 '재잘재잘' 수다를 떠는소리가 귀를 통해 들려왔다. 목소리로 짐작하건대 20대 중후반 아가씨는 아닐까? 뒤로 슬쩍 고개를 돌려 내 짐작이 맞았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두 아가씨가 주고받았던 직장에 관한 대화에 같은 직장인으로 은근슬쩍 훔쳐 들을 밖에 없었다.


두 아가씨의 대화 속에 어느 한 아가씨의 경우는 회사에 입사한 지 얼마 안 되는 것으로 보였다. 그녀는 오늘 선배 언니로부터 업무 인수인계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들어도 들어도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 인수인계가 끝나 혼자 업무를 보게 되면 직장생활 못하고 그만 둘지도 모른다고 넌스레를 떨었다.


물론, 이들 두 아가씨 역시도 즐거운 금요일 퇴근길이라 그런지 주고받는 대화 속에 여유로움이 묻어나긴 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새로운 환경의 직장에서 새롭게 업무를 배우는 과정의 고충을 친한 친구에게 수다스럽게 토로하는 정도로 심각한 대화는 아니었다.


그리고 20대 청춘의 두 아가씨가 나눈 대화가 상큼 발랄해 재미가 있기도 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 아가씨의 말에서 내 신입사원 시절이 문뜩 떠올랐다. 그리고 그녀의 말에 어찌나 동감이 가던지 피식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도 그때 직장 못 다닐지 알았다.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게 두려웠다. 아마 그때 내 심정이 그 아가씨 심정과 같았다.


하지만 이를 견뎌내고 지금껏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그래서 그 아가씨에게 꼭 전해 드리고 싶은 말이 생겼다. 대다수 신입사원들의 심정이 아가씨와 같은 심정일 거다. 주어진 업무를 지적받지 않고 잘 해낼 수 있을지, 행여 일을 못하는 사원으로 낙인 받아 회사생활에 어려움은 많지나 않을지 등등.. 직장생활에 대한 두려움은 신입사원 대부분 갖는 일이다. 그러니 너무 걱정 말고 직장생활 용기 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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