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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창 신부범 Aug 27. 2024

안반데기 밤하늘, 달이 기울자 별빛은 더욱 찬란했다

안반데기 밤하늘 그 경이로움을 만끽하려면 달이 없어야 한다

말복과 처서가 지났다. 절기상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야 한다. 하지만 기온은 여전히 습하고 더워 에어컨 없이는 밤잠을 설쳐야 할 요즘이다. 그런데 같은 대한민국 땅에 밤이면 기온이 20도 이하까지 떨어져 긴팔 옷을 껴 입어야 할 동네가 있다. 


바로  낮과 밤의 기온차가 10도 이상 차이가 나는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에 위치한 안반데기 마을이다. 우선 그곳은 1,100M 고산지대로 축구장 수백 개 넓이의 광활한 대지에 펼쳐진 초록색 고랭지 배추밭이 장관이다.


고랭지란  표고(標高) 600~700미터 이상으로, 높고 몹시 한랭한 고원이나 산지를 말한다. 이러한 지형과 기후의 특성상 배추가 달달하고 맛도 좋아 소비자들로부터 인기가 대단하다. 그래서 없어서 못 팔 배추가 바로 그 안반데기 마을에서 재배되는 고랭지 배추다. 


축구장 수백 개 넓이의 광활한 대지에 펼쳐진 초록색 고랭지 배추밭


안반데기가 여행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이유는 이뿐만 아니다. 고산에 올라 바라보는 경관은 답답한 마음을 시원하게 풀어 줄 만큼 드넓게 펼쳐진 뷰가 일품이다. 거기에  무서울 만큼 '씩~씩~'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엄청난 크기의 하얀 풍력발전기의 웅장함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이렇게 안반데기는 우유자적 즐길 수 있는 낮의 풍광도 사람들의 발길을 유도하기 충분하지만 그보다 그곳의 백미는 밤에 있다. 바로 밤하늘에 펼쳐진 별들의 전쟁이다. 내가 지난 주말 원 없이 잘 수 있는 행복을 반납하고 안반데기로 향한 진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안반데기 밤하늘의 별은 MBC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화사가 다녀온 뒤로 더 유명해졌다. 화사는 방송분에서 날씨가 흐려 아쉽게도 별은 구경 못한 아쉬움을 드러낼 정도로 안반데기 밤하늘의 별에 대한 애착심을 드러낸 바 있다.


무서울 만큼 '씩~씩~'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엄청난 크기의 하얀 풍력발전기의 웅장함


내가 그곳에 도착한 시간은 지난 금요일 저녁 10시 45분 경이다. 그런데 이미 별을 감상하기 위해 온 관광객들로 인산인해였다. 올라가는 길에 주차한 차들로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지형상 밤에 웬만한 베스트 드라이브 아니면 정상까지 차로 올라가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고산지대를 가끔씩 운전해 온 경험으로 정상까지 차로 이동해 적당한 자리에 주차하고 텐트를 쳤다. 그리고 밤하늘을 쳐다보니 먼저 달이 훤하니 떠 있는 모습이 보이나. 대신 별은 생각보다 그렇게 많아 보이지 않았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 별을 구경하기 딱 좋은 날씨인데 왜 그럴까 의아심이 생겼다. 그러던 중 옆에 텐트 친 어떤 사람이 조금만 기다리면 그 이유를 알 거라고 말한다. 시간은 지나고 훤하게 떠 있던 달은 산 너머로 졌다. 그제야 밤하늘에는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한 별들로 가득 찼다.


"바로 이거야"


아쉽게도 스마트폰으로 담을 수 없어 안반데기 홈페이지에서 캡처한 안반데기 밤하늘 사진

무릎을 탁 칠 정도로 안반데기 밤하늘은 그야말로 크고 작은 별들로 장관을 이루었다. 특히 하얀 풍력발전기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떠 있는 별들이 경이롭기까지 했다. 이런 이유로 안반데기는 밤에는 일반 여행객들은 물론 사진동호인들이 자주 찾는 곳은 아닌가 싶었다.


이렇듯 우리나라에서 안반데기는 시골 오지에서나 볼 수 있는 별을 구경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장소다. 하지만 달이 없거나 기울어야 은하수와 유성우까지도 관찰하며 자연의 경이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을 염두에 뒀으면 한다.


왜냐면 밝은 달에  별이 빛에 가려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점 확인하려면  ‘달의 위상’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안반데기, 고도가 높은 지형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여행지는 아니다. 어렵사리 간 그곳에서 환상의 별을 감상하는데 참고했으면 좋겠다.




안반데기마을: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2214-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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