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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창 신부범 Aug 30. 2024

이사 간다며 빗자루 건네주는 아저씨가 있네요

왜 그랬을까요, 글을 끝까지 읽으시면  그 이유를 압니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내려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가끔씩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이 한결 선선해 기분마저 상쾌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습하고 더워 부는 바람마저도 달갑지 않았던 것과는 판이하게 다릅니다. 그 어느 해  보다 더위가 심했던 올여름도 자연의 순리 앞에 두 손과 발을 다 들었나 봅니다.


'룰루~랄라~'


한결 부드러운 날씨에 나도 모르게 콧노래가 저절로 납니다. 날씨에 따라 사람의 기분까지 달라진다고 했던가요, 기분 따라 발걸음도 가볍습니다. 평소 멀게만 느껴졌던 집까지의 거리가 금방입니다. 이 기분 그대로 집 현관문 앞으로 '터벅터벅' 걸어갑니다.


그때 마치 지하방에 사신 아저씨게서 계단을 타고 올라옵니다. 공교롭게도 현관문 바로 앞에서 딱 마주쳤습니다. 우연의 일치라고는 너무 정확하게 말입니다.


'안녕하세요, 


'그렇지 않아도 한번 찾아뵙고 싶었는데 잘 됐네요,


'무슨 일 있으세요?'


'다름이 아니라 저 이번주 일요일에 이사를 가요,


이 말을 듣자마자 퇴근길 선선한 날씨에 들뜬 마음이 한순간에 내려앉았습니다. 우리 빌라에 무려 19년이나 거주하신 아저씨로 평소 서로 인사하고 이런저런 얘기도 하며 그렇게 서로 친해진 사이가 됐는데 갑자기 이사를 가게 됐다는 말에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서운해서 어쩌죠,


'그러게 말입니다'


아저씨와 미쳐 생각지도 못한 이별의 아쉬움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집에 들어와 생각해 보니 그분이 우리 빌라를 위해 애쓰신 모습이 새삼 내 뇌리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현관 앞 쓰레기가 나뒹굴면 누구보다도 먼저 손수 빗자루를 들고 청소를  하셨던 아저씨, 그리고 발목까지 찰 만큼 하얀 눈이 소복이 내리는 날에 먼저 나와 눈을 치우셨던 분, 여름철 잡초 하나만 올라와도 말끔히 제거하는 등, 알게 모르게 우리 빌라를 위해 많은 노력 하셨던 모습들이 하나둘씩 떠 올랐습니다.


이러한 그분 덕택으로 우리 빌라는 그런대로 깨끗하게 유지가 됐을 거라는 생각에 새삼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그러면서 그분이 이사를 가고 없는 우리 빌라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그 아저씨의 같은 분이 우리 빌라에 또 있을까?


그때 마치 내 휴대폰에 전화 한 통 걸려 옵니다. 그 아저씨로부터 '잠깐만 내려와 주시면 안 되겠냐'는 전화였습니다, 현관으로 내려가니 새로 산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손에 든 아저씨는 '이것을 드려도 되겠냐'며 넌지시 말합니다. 


'왜 이걸 저에게.. ' 다소 황당한 마음에 말끝을 흐렸습니다.


미안하지만 이 쓰레받기와 빗자루를 받을 사람을 이 빌라에서 301호 말고는 없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현관 주위 청소, 따지고 보면 아무 일도 아닌 잠깐의 수고로움만 투자하면 되는데 이것도 사는 집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해요,


저는 이 빌라를 떠나면 그만이라는 생각도 있지만 그래도 제가 오랫동안 살았던 집이 그 누군가에 의해서 깨끗하게 유지 관리 됐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그래서 이 빌라에서 가장 오래 거주한 301호라면 이 빌라에 대한 애정 또한 깊을 것 같아서 오지랖 넓게도 이걸 드리려고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괜찮고 말고요'


도저히 건네받지 않으면 안 될 아저씨의 진심 어린 말씀에 동감한 나는 쓰레받기와 빗자루를 받아 들고 다짐을 해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 그까짓 껏 한번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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