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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창 신부범 Sep 12. 2024

엄마를 닮은 누나가 신통합니다

내 1순위 소원은 이런 누나의 건강이에요

전라북도 남원에서 농사를 짓고 사시는 누나집을 찾곤 할 때입니다.


'어서 와라, 배고프지'


반갑게 맞이하는 본새나 그 어떤 말보다 먼저 '배고프지~'라고 물어보는 누나, 찾는 시간이 끼니때가 아니어도 먼저 밥상부터 차릴 준비를 하시는 누나는 꼭 엄마와 닮았습니다.


두 팔을 걷어붙이고 부엌으로 가는 모습도 엄마요, 이것저것 '조물조물 ' 온갖 나물을 뚝 딱 무쳐 정성 가득 밥상에 올린 것 또한 영락없는 엄마입니다.


떠날 때는, 양파, 마늘, 대파등 각종 부식재료들은 물론이요, 고추장, 된장, 참기름과 같은 양념류를 '바리바리' 박스에 담아 놓은 누나,


'더 필요한 것 없냐, 사 먹으려면 다 돈이다'


하시는 말씀 또한 어찌 그리 엄마와 빼닮았는지 참, 신통하기만 합니다.


힘들게 농사 지어 싸 주는 누나가 고마워 용돈이라도 줄라치면 '내가 돈 받자고 주는 거 아니다'라며 한사코 손사래 치는 모습 또한 어찌 그리 엄마와 같은지요, 누나인가요, 엄마인가요, 가늠하기 조차 힘들 정도로 엄마를 쏙 빼닮았습니다.


모든 것을 엄마같이 안아주고, 엄마같이 넉넉한 인정을 퍼주었던 엄마 같은 누나가 사일에 지친 탓인지 건강이 별로 안 좋습니다.


어제는 이런 누나가 걱정되어 전화를 했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엄마와 같은 목소리, 또다시 엄마 같은 말로 나를 울컥하게 만듭니다.


'나 걱정 말고 네 건강이나 잘 챙겨라, 어찌 요즘 밥은 잘 먹고 사니'


ㅠ ㅠ..


엄마와 마찬가지로 초등학교 밖에 나오지 못한 누나입니다. 엄마와 같이 없는 집안에 시집가 평생을 농사일에만 파 무쳐 사신 누나입니다.


그래서 나는 엄마를 쏙 빼닮은 누나의 건강을 내 소원 1순위로 빌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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