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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창 신부범 Jun 11. 2019

빌딩 미화원들에게 가장 힘든 고충은 뭘까요?

내가 근무하는 빌딩 미화원들의 고충을 들어 본 결과

서울의료원에서 일하던 미화원이 지난 5일 갑자기 숨졌다는 보도입니다. 이 미화원의 공식 사인은 면역력 감소로 인한 폐렴이라고 했지만 사망하기 전 주 6일 근무는 기본이고 2주나 3주 내내 일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과로사 논란까지 낳고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나는 이를 계기로 내가 근무하는 빌딩 미화원을 만나 숨가쁘게 돌아가는 이들의 하루 일과와 그리고 이에 따른 애환과 고충이 무엇인지 직접 들어 봤습니다.


눈을 뜨면 남들은 세상모르고 곤히 잠들 새벽 4시예요, 일어나기 무척 힘든 꼭두새벽 시간이지만 꼭 일어나야만 해요, 서울 강남의 직장까지 5시 30분까지는 도착을 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직장에 도착하면 잠깐의 여유도 없이 곧바로 빌딩 청소에 들어가요, 하룻밤 사이에 더러워진 빌딩 청소를 서둘러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지요,


먼저 건물 외각을 말끔히 치우고 나면 곧바로 건물 내부 복도 층마다 돌아다니면서 각 사무실에서 흘러나온 쓰레기들을 일일이 수거해  쓰레기 분리장으로 모아요, 건물에 입주해 있는 사무실 사람들이 출근하기 이전에 이 일을 모두 처리하려면 흘러내리는 땀도 훔칠 시간도 없이 바쁘게 움직이지 않으면 안 돼요,


이렇게 새벽 4시부터 바쁘게 돌아가는 일과는 오전 10시가 되어 잠깐의 여유시간이 있어요, 하지만 이 시간을 이용 늦은 아침을 해결해야 해요, 동료들과 대충 아침을 때우고 나면 또다시 각 사무실에서 수거해 온 쓰레기들을 일반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로 분리해 수거차량에 대비를 해야 해요,

미화원들이 쓰레기 분리하는 모습

그런데 이런 일과를 하다 보면 이해 못할 경우들이 많이 있어요, 뒤를 닦고 난 화장지를 변기통에 버리지 않고 바닥 아무 곳에나 그냥 버리는 사람들이 그래요, 볼일을 봤으면 최소한 물이라도 내려야 하는데 뭐가 그리 급한지 물도 내리지 않은 채 성급히 나가버리는 사람들도 있다니까요,


이뿐인지 아세요, 신문이나 잡지를 보고 그대로 놔두고 가는 경우는 그나마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요, 화장실 바닥에 가래침은 왜 뱉어요, 정 뱉고 싶으면 양변기 속에다 뱉고 물만 내리면 흔적 없이 사라질 가래침을 바닥에 뱉은 것도 모자라 발로 비벼 대는 사람들도 있는데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무엇보다도 우리 미화원들이 퇴근하고 없는 저녁시간 빌딩 계단에서 각종 캔 음료수 커피를 마시고는 미처 다 마시지도 않은 캔음료와 커피잔을 계단 난간에 그대로 얹어 놓고 가버려 그것이 떨어질 경우에는 바닥이 '끈적끈적' 잘 지워지지도 않아 애를 먹기도 해요,


하지만 이것까지는 그런대로 참을만해요, 힘이 들어도 어차피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하면 되니까요, 그러나 요즘 같이 더운 날씨에 정말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저절로 나는 경우가 있어요, 그것은 사무실 사람들이 야간근무를 하면서 간식으로 시켜 먹다 남은 음식물을 계단에 그대로 내다 놓은 경우가 바로 그래요, 


요즘같이 더운 날씨에 먹다가 밖에 버린 음식물은 하루 저녁만 지나도 냄새가 나기 쉽잖아요, 그리고 음식물 쓰레기는 수거해간들 처리할 방법도 마땅치 않고요, 무엇보다도 '버려서는 안 될 아까운 음식물을 버렸다'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이래도 되는 건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그래서 다른 것은 몰라도 음식물 만은 제발 계단에다 내놓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미화원의 애환과 고충에서 '이 정도쯤은 괜찮겠지?' 하는 일부 사람들의 버려진 양심과 특히 먹다 남은 음식물을 계단에 슬그머니 갖다 버리는 행위는 결국 미화원들에게는 감내하기 힘든 고충만 안겨주는 일은 아닌지 우리 모두 다 같이 생각을 해볼 문제라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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