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는 카타르에서 펼쳐지는 '축구 축제에 흠뻑 취해 있다. 16강을 가리는 승자와 패자로 나뉘고, 골을 넣고자 하는 선수와 골을 막고자 하는 선수간 축구공 쟁탈전은 전 세계 축구팬들을 텔레비전 화면 속으로 빨려 들게 하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예선 H조 예선라운드에서 우루과이와 0대 0 무승부로 비겼고, 꼭 이겨야 했던 가나전에서 3대 2로 석패했다. 오늘 현재 1 무 1패로 승점 1점, 16강 진출에는 벼랑 끝으로 몰려 있어 남은 포르투갈전에서 반드시 이기고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내몰려 있다. 하지만 그 희망에 대한 미련만은 아직 남아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요즘 장안의 화제는 뭐니 뭐니 해도 카타르 월드컵이다. 오늘 아침 어느 직원은 가나전 패배에 대한 아쉬움을 이렇게 말했다. "흰색 유니폼을 입었으면 이겼을지도 모른다"였다. 하지만 이번 카타르 대회에는 아예 흰색 유니폼이 없었기에 입고 싶어도 입지도 못했겠지만 만약 입었다면 그 직원의 말대로 됐을지도 모른 일이다.
축구 국가대표팀의 유니폼 색깔 얘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사실 각 나라의 축구 대표팀 유니폼 색깔은 월드컵의 역사와 함께 축구팬들의 머릿속에도 기억되고 있고 축구 강국일수록 더욱더 또렷하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은 물론. 어느 대회에서나 우승 0순위로 꼽히는 전통적 축구 강국 브라질은 노란색 유니폼이다. 그래서 브라질팀을 '카나리아 군단(Los canarios)'이라 불린다. 그리고 오렌지색 유니폼이 특징인 네덜란드팀을 오렌지 군단으로 불리는 등 각국의 축구대표팀은 고유한 색상으로 자국의 나라를 표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축구 대표팀은 붉은 유니폼이 먼저 떠 오른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국민들이 빨간 티셔츠를 입고 거리에서 경기장에서 수놓은 붉은 물결은 지금도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유니폼은 붉은색이라는 점을 각인시켜 주고 있다. 그런데 묘하게도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붉은색 유니폼을 입은 경기에서 대부분 지거나 비긴 반면 흰색 유니폼을 입었을 때는 모든 경기를 승리로 이끌며 4강의 신화를 이루어냈다. 흰색 유니폼을 입고 뛴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을 연달아 격파했으나 붉은 유니폼을 입었던 독일전과의 준결승전에서는 0대 1로, 3~4위 터키전에서는 3대 2로 아깝게 패하면서 당시 한국 축구에 '흰색 유니폼은 행운이라는 등식이 나왔고 '백의 불패(白衣不敗)'라는 말까지 생겨나기도 했다.
비단 2002년 한일 월드컵뿐만 아니라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도 흰색 행운은 재현됐었다 붉은 유니폼을 입었던 그리스와 전에서는 2골을 먼저 넣고도 간신히 비긴 반면 흰색 유니폼을 입었던 멕시코 전에서는 통쾌한 승리를 거뒀다. 결과론적으로 대한민국 대표팀은 붉은색 유니폼보다 흰색 유니폼을 입었을 때 성적이 더 좋았던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는 붉은색이 주종을 이루는 유니폼과 청색, 적색, 황색이 뒤섞여 있는 유니폼 2종류다. 따라서 행운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흰색 유니폼을 입고 싶어도 입을 수도 없게 되었다. 그래서 흰색 유니폼이 제외되어 아쉽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흰색 유니폼을 입었을 경우 성적이 좋았다는 점은 어디까지나 흰색 징크스일 수 있다.
물론 이런 징크스 승리도 승리다. 하지만 진정한 축구 실력으로 인한 승리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따라서 오는 12월 3일 자정, 붉은색 유니폼을 입고 뛰게 될 대한민국 대표팀이 '포르투갈'전에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