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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창 신부범 Nov 28. 2019

아이돌 가수에게 악플보다 더 힘든 요인은 뭘까?

아이돌 가수 양성 시스템의 문제는 없을까

최근 잇따르고 있는 유명 아이돌 가수들의 비보에  '이해하기 힘들다' '무엇이 부족해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라는 사람들도 있다. 이는 인간이면 누구나 살고자 하는 본능적 욕구마저도 극단적 선택 앞에 무용지물이 될 만큼 '그들에게 말 못 할 아픔이 얼마나 컸을까, 라는 내면의 마음을 미처 헤아리지 못한 데서 오는 섣부른 생각은 아닐까,


사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유명 아이돌 가수들의 극단적 선택이 있을 때마다 화려함 속에 감춰진  어두운 내면의 문제에 대해서는 암묵적으로 소홀히 한 경향을 보여왔다. 그러면서 개인 우울증 또는 누리꾼들의 악플 같은 지엽적인 문제만을 지적해 온 게 사실이다.


물론, 우울증이나 악플에 힘들어했던 연예인들도 없지는 않았다. 그래서 문제의 한 원인일 수도 있고 충분히 지적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문제 해결의 근본과 거리가 있다. 예를 들어 나무의 뿌리가 썩고 있는데 그것은 보지 못하고 곁가지만 말라죽었다고 그것만을 잘라 내는 근시안적인 방식으로는 결국 그 나무는 언젠가는 통째로 죽게 마련인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유명 아이돌 가수들의 잇따른 극단적 선택에도 작은 것보다 큰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우울증, 악플 같은 작은 것만을 봐서는 땜질식 처방에 그칠 뿐이다. 이 시점에서는 우울증이나 악플보다는 아이돌 가수 양성 시스템이라는 뿌리에는 이상은 없는지 살펴보고 곪은 부분이 있다면 도려내는 식 근본적 해법을 마련하는데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먼저 일각에서 오래전부터 제기해 왔던 아이돌 가수 지망생들의 인권침해 논란의 문제다. 연예 기획사들은 외모를 최우선으로 올려놓고 거기에 가능성이 엿보이는 아이돌 가수 지망생들만을 골라 집단으로 합숙시키며 휴대전화 압수, 연예 금지, 심지어는 몸 관리를 위한 과도한 다이어트를 요구하는 등 연예 기획사의 철저한 통제 아래 사람을 기계로 만드는 무한 반복 훈련에 따른 인권침해  논란이 바로 그것이다.


실제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아이돌 출신 가수들이 직간접적으로 뒷받침 한 바도 있었다. 걸그룹 원더걸스의 막내 멤버로 데뷔해 지난 2010년 갑작스럽게 활동 중단을 선언하고 가요계를 떠났던 선미는 원더걸스로 데뷔해 거의 기계적으로 이 무대 저 무대 오르다 보니 어느 순간 무대에 서는 게 행복하지 않아 걸그룹 시절이 싫었다고 토로한 바 있었다.

그래픽 한겨레 김승미

제국의 아이들 출신 박형식 또한  아이돌로 활동할 때는 기계적인 생활을 했기 때문에 어느 순간 내가 누구지? 하는 고민에 빠진 적이 있었다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다. 걸그룹 시크릿 출신 한선화도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연예계 데뷔 후 정신병원에 가고 싶었던 적도 있다고 했던 점만 봐도 아이돌 가수들 내면의 문제를  직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한국의 아이돌 가수 양성 시스템의 문제는 외국 언론의 눈에도 일찍 히 조명된 바 있었다. NY타임스는 2013년 8월 10일 K팝 스타를 꿈꾸는 10대들을 양성하는 한국의 연예학원(K-Pop School)들을 소개하면서 한국의 연예학원들이 쿠키 찍어내듯 비슷한(cookie cutter performances) 안무와 부르기 쉬운 노래, 복장 등을 완벽하게 구사를 하지만 특징이 없어 쉽게 잊힌다고 지적한 바 있었다.


영국 가디언이 2018년 10월  11일 자 <방탄소년단은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밴드가 됐나>란 기사에서 세계적인 K팝그룹 방탄소년단(BTS)과의 인터뷰를 갖고 방탄소년단은 고기능 풍선껌 기계와 같은 산업을 상징하는 가수 라면서 K팝의 문제점을 은근슬쩍 꼬집었다.


그리고 지난 11월 25일(현지시간) NY타임스는 걸그룹 카라 출신 가수 구하라의 극단적 선택을 계기로 케이팝 스타가 살아가는 산업 생태계에 대해 다시 한번 집중 조명했다. 케이팝 스타는 어릴 때부터 스파르타식으로 배우며 기계적인 삶을 살게 된다며 그들의 추락은 최고의 명성에 올랐을 때만큼이나 갑작스럽고 극적일 수 있다며 케이팝 전문가를 통해 지적했다.


이렇게 일각에서 제기한 문제와 아이돌 가수 출신들의 고백 그리고 외국 언론의 지적을 종합해 보면 우리나라 아이돌 가수 양성 시스템에도 문제는 많아 보인다. 그래서 우울증이나 악플의 문제보다 앞서 아이돌 가수 양성 시스템의 문제를 세밀히 살펴보고 개선할 부분이 있다면 개선하는 것이야 말로 유명 아이돌 가수의 극단적 선택을 막는 예방책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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