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골절상 정도인 줄 알았는데, 장애라네요

우울이와 같이 살아야 한답니다.

by 곤 Gon

어떤 외상은 흉터만 남기고 해당 기관의 기능을 다시 회복하는 반면, 어떤 외상은 영구적인 기능 저하를 불러오는 경우가 있다. 후자를 외상에 의한 후천적 장애라고 불러본다.


처음에는 감기정도의 가벼운 정신적인 몸살이겠거니 했지만, 그 병세를 보아하니 내과질환보다는 외상에 닮아있었다. 그래서 외상 중에서도 가벼운 찰과상 정도, 갈비뼈에 금이 간 정도의 부상과 비교할 수 있겠다고 나름 진단했었는데, 그것도 아니었는지, 이게 치료 기간이 길어져도 너무 길어졌다. 병원에 1년이 넘게 꾸준히 출석을 하면서, 선교단체는 떠나지 못했다. 정신적인 부상은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더 심해져서 수면이 어렵다든가, 불안증세가 심해진다든가, 분노가 잘 조절이 안된다든가 하는 일종의 합병증도 늘어나게 되었다. 그에 따라먹는 알약의 개수나 용량도 늘어나게 되었다.


결국은 자립을 결심하고, 잠수하기 전에 심호흡을 하듯이 숨을 모아 들이쉬고 포궁과도 같았던 왕십리의 선교단체를 떠났다. 떠나면서 너무나 행복하면서도 삶의 질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정신적, 정서적인 독립은 했지만 경제적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선교단체에서 받은 쥐꼬리 같은 월급은 후배들 밥 사 먹이는데 매월 다 쓰고, 저축은 하지 않았다. 영원에만 시선이 꽂혀있었기에 썩어 없어질 이 땅의 재물을 쌓아놓을 생각은 할 필요도 없었다. 오히려 재산이 생기면 하나님보다 그 재산을 의지하게 될까 봐 재물에 오히려 거리를 두고 터부시 했다.


그런데 선교단체를 나와보니 나는 천애고아 천둥벌거숭이였다. 겨우 친구의 도움으로 편의점 야간알바자리를 구해서 근처에 손바닥 만한 원룸을 잡고 낮밤이 바뀐 생활을 했다. 폐기로 나오는 음식을 싸들고 가서 끼니를 때웠다. 주야가 바뀌었으니 조식, 중식, 석식 개념도 없이 배고프면 삼각김밥을 3~4개를 프라이팬에 으깨어 볶아 먹었다. 그렇게 리듬이 무너지고 생존을 위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순식간에 10kg 이상 살이 쪘고, 비대해진 몸으로 편의점에 들어온 물건들을 나르다가 허리 디스크 4-5번이 탈출을 했다. 찌릇찌릇한 방사통을 견디다 못해 일을 그만두고 방 안에 시체처럼 누워서 낫기만을 기다렸다. 이렇게 가난은 육체의 건강도 앗아갔다. 그래도 가스라이팅 당하면서 그곳에 주저앉아 있는 것보다는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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