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부정

나를 이 우주에서 그냥 좀 지워주세요.

by 곤 Gon

너무 피곤했다. 이런 마음으로 평생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지옥이 따로 없었다. 정말 인생이 ‘고해(苦海)’라는 것이 쓰리게 다가왔다. 아직 길게 남은 일생을 약물로 고통을 조절하며 살아야 한다니, 그냥 얼른 끝내고 싶었다.


삶에 대해,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었다. 맞다. 무망감(無望感)이 마음을 가득 채웠다. 매일 성경의 ‘전도서’를 읽었다. 세상 모든 것을 다 경험해 본 지혜자(솔로몬)는


“...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전도서 1장 2절)


라고 이야기했다. 이렇게 고통스럽고 허무한 세상에 일분일초라고 더 살아야 할 이유가 없었다. 햄릿의 대사처럼 죽음 뒤에 무엇이 있을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단지 그것이 두려워서 생을 마감하지 못했다. 혹시나 더 큰 고통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나를 연명하게 했다. 그래서 자의적으로 죽음을 택하지는 못하더라고 신에게 매일 애원했다. 제발 내 존재를 없애달라고 매달렸다. 죽음은 뒤처리를 내가 할 수 없어서 남은 이들에게 너무 폐를 끼치는 일이 될 것 같아, 간절히 그냥 내 존재를 없던 것으로 지워달라고 간청했다. 그러면서 매일 천천히 자살을 했다. 건강을 돌보지 않고 되는대로 나를 놓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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