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내 의지로 약을 끊어보겠다!

단약 시도기

by 곤 Gon

대략 우울증이 시작된 지 3~4년쯤 되었을 때였다. 나는 사람들 앞에서 우울이를 굳이 숨기지 않았다. 복약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참... 세상에는 왜 이리 우울증에 관한 전문가들이 많은 건지 원... 내 우울에 대해 솔직하게 드러내면 사람들은 우울증에 대한 자신들의 견해를 무슨 정치사상을 설파하듯이 주장한다. 한 사람은 허벅지 운동을 안 해서 그렇다고 내게 지적을 했었다. 허벅지 운동을 하면 무슨 호르몬이 나와서 우울증 같은 건 쉽게 치료된다고 했다. 애초에 뭔가를 결심하고 꾸준하게 그 행동을 이어나갈 힘이 있으면 우울증이 아니다. 그래도 그 사람의 말을 들었을 때에는 며칠 스쿼트를 열심히 시도해 봤다.


우울증에 대해 견해를 밝힌 사람 중에 가장 많은 비율은 바로 의지의 문제라고 지적하는 사람들이었다. 그게 ‘힘 좀 내봐!’ 다음으로 제일 듣기 싫은 말이었다. 꾸준히 걷고 햇빛을 쐬고 규칙적인 생활을 의지적으로 이어 나가면 우울증은 극복된다! 그건 말을 마차 뒤에 메어 두는 것과 같은 말이다. 우울증이 나아지고 있으니까 규칙적인 생활을 할 힘도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이런 이야기를 하도 많이 들으니 며칠 스쿼트를 시도라도 해봤던 것처럼, 약을 내 의지로 끊고, 나름 주체적으로(약 의존성을 내리고) 살아보려고 노력해 봤다.

멀미를 하는 사람은 배를 탈 때 키미테를 붙이고 타야 한다. 우울증 환자는 갑자기 아빌리파이를 단약 하면 감정의 기복이 너울성 파도가 되어 쓰나미처럼 일상을 완전히 쓸어버리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우울이가 한 달에 두어 번 정도씩 세게 찾아오는데, 복약 중에는 우울이가 찾아오는 것도 알아채고 대비하고 잘 맞이했다가 떠나보내기를 안정적으로 했다면, 단약을 했을 때에는 예고 없이 찾아와 정서를 엉망진창으로 만들기 일쑤였다. 정말 갑자기 세상이 회색빛으로 변하고, 침대에서 일어날 수 조차 없으며, 이불이 왜 그렇게 무거운지 이불을 걷어낼 힘도 사라져, 땅 속으로 꺼져 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나는 왜 이렇게 의지가 부족한가...’ 한탄하며 자기를 멸시하는 마음이 커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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