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식, 폭음, 무절제
종합병원에 있는 정신병동에 입원하기 위해, 원래 다니던 병원에서 진료기록 및 소견서를 써주셨다. 거기에 적혀있는 나의 병명은 ‘양극성 조울장애’였다. 그전까지 나는 우울증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내 증상을 매번 듣고 처방을 하고 있던 의사 분은 내 증상을 조울증으로 판단하고 계셨던 것이다.
우울이와 함께 살다 보면 오는 우울의 파도가 너무 싫었다. 반대로 그 파도에서 벗어났을 때,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밀려올 때가 있었는데, 나는 그 시기가 좋았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들고 침대에서 기어 나오는 것이 너무 고통인 시기가 지나, 조의 상태가 오면 세상이 살만한 곳이라고 느껴지고 뭐든지 도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해진다.
석사 졸업논문을 두 번 도전했다가 실패했다. 조 상태의 나는 논문을 손쉽게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울의 파도가 오면 글씨를 읽을 수가 없었다. 읽어도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고, ‘이거 해서 뭐 하나’하는 허망한 생각이 가득해서 도저히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한 글자도 쓰지 못하고 첫 번째 논문 작성 시도를 망치고, 다시 조 상태가 되었을 때 지도교수님을 설득해서 두 번째 논문 작성을 시도했다. 그런데 바로 울이 찾아왔고 또다시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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