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리듬을 느껴봐

조울의 세계(핑크빛과 흙빛)

by 곤 Gon

조울의 파도는 우울의 파도와는 격이 달랐다. 우울의 파도는 평시를 살다가 한 달에 2~3번 정도 깊은 절망이 찾아왔었다면, 조울은 나를 창공로 던져 올렸다가 심해로 내쳤다. 조 상태일 때에는 세상이 핑크빛으로 보였다고 하면 좋을까? 아무튼 모든 것이 긍정적으로 보였고 그 안에서 나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너무 긍정적이어서 안 되는 일도 되도록 만드는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 사람들을 모으고 계획대로 일에 투신했다. 최선을 다하다가 갑자기 울이 찾아온다. 그러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서 연락을 모두 끊고 방에서 나오지 않을 때도 많았다. 같이 일을 추진하던 사람들도 벙쪄서 실망을 하게 되고 인간관계도 그렇게 많이 끊어졌다. 세상이 갑자기 흙빛이 되었다. 계획했던 일은 당연히 성취되지 않았고 ‘쟤는 시작은 거창한데 뒷심이 없다’는 평가만 남게 되었다.


지금 복약을 잘하고 있는데도 이 부분이 나를 가장 많이 괴롭힌다. 정말 진심으로 조 상태 일 때에는 모든 것이 가능할 것처럼 희망에 가득 차기 때문에 일을 무리해서라도 시작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러고서는 끝까지 달성을 못하니 ‘꾸준하지 못하다’, ‘뒷심이 없다’라는 평가를 많이 듣게 되었고, 이게 나 스스로를 평가하는 언어가 되어서 나 자신을 옭아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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