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광고인 김종섭 Feb 03. 2022

버거는 천천히 만들어야 합니다.

맥도날드 광고를 보며

'버거'를 '버거'라고 말하는 순간 그 광고는 죽는다.



‘버거는 천천히 만들어야 합니다’


이 말이 귀에 쏙 들어왔다. 그리고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누군가 싶어 봤더니 맥도날드 광고였다. 패스트푸드의 대표 브랜드인 맥도날드에서 이런 말을 하다니.


광고는 시선 싸움이다. ‘버거’를 ‘버거’라고 말하는 순간 그 광고는 죽는다. 코카콜라를 봐라. 절대 콜라를 파는 것 같지 않다. 콜라는 ‘happiness’를 판다. 그들의 광고 속에는 항상 늘씬한 미녀와 식스팩의 남자들이 등장한다. 추운 겨울에도 한결같이 천 쪼가리 몇 점 걸치고 나온다. 나도 콜라를 마시면 왠지 저런 몸짱 모델이 될 것 같다. 그리고 모델들은 서로 콜라를 나누어 마시며 행복해한다. 사실은 설탕물인데 말이다. 그리고 'happiness'라는 단어로 코카콜라 광고는 끝난다. 행복을 나누었기 때문에 광고는 끝이 나고 만다.


맥도날드는 패스트푸드와 싸워야 한다. 더 정확히, ‘패스트푸드는 몸에 나쁘다’는 인식과 싸워야 한다. 


‘우리는 더 빨리 만듭니다’ 

‘우리는 더 간편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이런 말을 하는 순간 경쟁자들 속에 빨려 들어가게 된다. 맥도날드가 버거킹 광고를 만들어주는 꼴이 된다. 그런 얘기는 버거킹이 해도 될 법한 말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버거킹 로고만 붙이면 영락없는 버거킹 광고가 되고 만다. 정체성 없는 광고로 오히려 브랜드에 해를 입히는 짓을 하게 된다.


당신의 업은 어떠한가? 지금도 ‘우리가 더 잘합니다!’라는 메시지로 남들과 경쟁하려 하는가? 그러지 말자. 남들이 가는 길에서 돌아서서 정반대의 길을 가보자. 거기에는 어떠한 경쟁자도 없다. 자기가 독점할 수 있는 메시지를 찾게 되는 것이다. 


광고를 하려면 시선을 다르게 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 사람들이 보지 않는 시선, 문제가 가진 그림자 가장 깊숙한 곳에 아이디어가 숨어 있다. 


경쟁의 메시지가 아닌 독점의 메시지를 말하라.




작가의 이전글 미국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쏟은 기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