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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고인 김종섭 Sep 02. 2022

충치 난 치과의사

말할 수 없는 광고판이 말하는 법

 



음치인 가수

맛없는 맛집

높은 지하     


어떤 기분이 드는가? 엉뚱하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이다. 우리는 늘 자연스러운 것을 연결시키는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무언가 불편하다. 어울리는 단어로 고쳐주고 싶다.      


'충치 난 치과의사'는 어떨까? 역시 어색하다. 다소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치과 광고에 이런 아이디어를 들고 간다면 호되게 욕먹고 쫓겨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가 실제로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나는 2020년부터 치과의사회의 신뢰도를 높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과잉진료를 하는 소수의 치과 때문에 브랜드 전체가 피해를 입었다. 그래서 탄생한 캠페인이 '칫솔이 치과다', '치아가 밝으면 얼굴도 밝습니다' '나쓸래? 치실 쓸래?'였다.      


특히, 신사임당이 치실 쓰는 광고는 부산국제광고제 파이널리스트에 오르는 영광도 누렸다. 하지만 이걸로 성이 차지 않았다. 치과 의사들은 더 낮은 자세로 환자를 섬길 메시지가 필요했다.      


그렇게 탄생한 컨셉이 '충치 난 치과의사'였다. 올해는 유독 선거가 많은 한 해였는데 그걸 차용하기도 했다.      

기호 1번은 과잉 진료를 뿌리 뽑겠다.

기호 2번은 과대광고를 막겠다.

기호 3번은 치아 강국을 만들겠다.     

이런 공약 사항으로 환자들에게 어필했다.  

   

투표 방법이 문제였다. 디지털 기술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인데 그때 떠오른 것이 QR코드였다. 광고 디자인에는 점 하나에도 이유가 있는데 최적의 장소는 바로 치아였다. 치아에 QR코드를 두니 마치 충치 난 치과 의사가 된 것이다. 치과 의사가 돋보이려 했다면 이 광고는 실패했을 것이다. 망가지고 웃겨주고 친근해야 사람들은 더욱 마음을 연다.     

 

메시지를 만들 때는 자연스럽게 접근하라. 하지만 그 표현은 부자연스러워야 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한 번 더 돌아보고 한 번 더 참여하게 된다. 자연스러운 메시지를 부자연스럽게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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