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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고인 김종섭 Oct 17. 2022

천재는 잘 훔치는 사람이다

우리가 알고 있던 천재들의 반전

천재는 잘 훔치는 사람이다. 

첫 문장이 딱 욕먹기 좋게 시작했다. 가요계 표절이 문제로 몸에 살이 떨리는 요즘 이런 글을 쓰다니 나를 이해해주길 바란다.


물론 나 역시 적지 않은 실망을 했다. 나의 90년대는 유희열, 김현철, 푸른 하늘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김현철의 '나를'이라는 노래는 나의 노래방 최애 곡이었다. 중간에 나오는 색소폰 소리는 내가 색소폰을 배우고 싶게 만드는 충동까지 불러일으켰으니 말이다. 


이렇게 선을 넘는 경우가 아니라면 모방은 틀림없이 창의성의 또 다른 이름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천재들의 '훔침 행각'을 살펴보자. 


먼저,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다. 어느 날, 잡스는 제록스의 연구소를 방문한 적 있었는데 훗날 그는 제록스의 GUI를 보고 눈이 멀어버렸다는 고백을 한다. 그리고 잡스는 그것을 그대로 훔쳐버렸다. 이처럼 잡스는 위대한 아이디어를 훔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발명왕 에디슨은 어떤가? 많은 사람들의 믿음처럼 에디슨은 백열등의 최초 개발자가 아니다. 조셉 스완이라는 영국의 물리학자가 백열등 특허를 최초로 얻은 사람이다. 그럼 에디슨이 한 것이 무엇이냐고? 그는 최초의 발명품을 수정 보완했다. 사람들이 더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말이다. 


광고일을 하며 나는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다양한 사람을 보았다. 누군가는 열심히 고민해서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누군가는 남의 아이디어를 듣고 숟가락을 올려 제안한다. 전자는 성실하고 후자는 게으르다. 하지만 전자는 아이디어를 만들고 후자는 발견한다. 나는 아이디어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이디어는 발견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되냐고? 아이디어를 내지 말고 남의 것을 잘 듣고 적당히 변형하라는 말이냐고? 그렇지 않다. 우리 모두는 창작이라는 개념을 조금 더 유연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창작에서 originality가 중요하지만 그보다 speciality가 더 중요하다. 고유한 것도 중요하지만 무언가 기존에 본듯하지만 조금 더 좋아진 것 말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더 새롭게 보이는 것 말이다. 이런 관점으로 창작을 바라본다면 우리는 조금 더 좋은 영화, 음악, 광고를 접하게 될 거라 확신한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꼭 새로워야 할 필요도 없다. 조금만 달라도 엄청나게 다른 것처럼 보인다. 길가다 혹은 운전하다 마주친 신호등을 생각해보자. 전혀 놀랄 것이 없다. 우리가 예상한 파란불, 빨간불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신호등에서 핑크색이 나오면 어떨까? 엄청나게 자극적인 컬러가 느낄 것이다. 우리가 예상한 색에서 조금 달라진 것일 뿐이다. 우리는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 


창작을 고시 보듯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더불어, 당신도 창작을 해보았으면 좋겠다. 타인의 창작을 보고 당신만의 identity 한 스푼을 넣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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