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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고인 김종섭 Oct 29. 2022

대구의 명품 빵, 대빵을 바라보며


'대빵'이라는 이름을 지어드렸다. 대구를 대표하는 명품 빵 컨셉이니 그에 맞추어 나온 이름이다. 네이밍 작업을 할 때는 그 속에 카피가 들어 있으면 좋다. 예를 들어, '대구 대표 명품 빵'에서 불필요한 단어들을 제외하면 맨 앞 글자 '대'와 맨 마지막 글자 '빵'이 남는다. 그렇게 '대빵'이라는 이름은 자연스럽게 탄생한다. 물론, 그 속에는 '대구 대표 명품 빵'이라는 카피도 녹아져 있다. 


시청분들도 많이 바뀌어 가고 있다. 예전에는 이런 아이디어를 들고 가면 "이 일이 장난 같냐" "얌전치 못하게 무슨 행패냐"와 같은 반응이었는데 말이다. 그런 이유로 우리가 창업 후 가장 많이 싸운 조직이 바로 공무원분들이다. 공무원분들과 대화하고 있자면 왠지 벽에다 대고 홀로 말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요즘은 그분들은 정말 많이 변화되었다. 스스로가 정체될 가능성이 많은 조직이라는 생각에서 더욱 변화하려고 노력한다. 나는 그것을 여러 번 목격했다. 심지어 요즘은 내게 "더 장난스러운 거 없소?"하고 요청한 주무관님도 계신다. 


다만, 대빵의 행보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매해 치열한 경연을 통해 그해의 대빵을 선정하나 보다. 이런 식으로 하니 작년과 올해, 내년의 대빵이 모두 다르게 되는 것이다. 경연을 통해 최고의 빵을 선정한다는 아이디어는 재미있다. 하지만, 1년이라는 시간은 브랜딩 되기에 매우 짧은 시간이다. 


브랜드는 사람과 같다. 1년이라면 이제 막 태어난 아기가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한 시간이다. 넘어지고 걷기도 전에 다른 아이로 바뀌어 버리니 사람들이 인식 할리 만무하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전 성심당 역시 마찬가지다. 성심당은 1956년 대전역 앞에서 찐빵집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브랜딩 되었다. 아기가 태어나 일어날 시간이 있었다. 수천 번의 넘어짐을 통해 어른이 되었다. 사람들에게 인식되는 시간이 충분했던 것이다. 


다시 대빵으로 돌아가 보자. 재작년 1대 대빵은 '애플 모카빵'이었고 그 뒤 '애플파이'가 2대 대빵으로 취임(?)했다고 한다. 물론 경연대회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1등을 했으니 맛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맛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우리가 대전 출장 때, 꼭 성심당에 들리는 이유는 맛있어서가 아니다. '대전에 가면 꼭 들어야 할 곳'으로 브랜딩 되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대전 출장을 다녀와 회사로 복귀하면 왠지 직원들이 "소장님! 대전까지 가셨는데 성심당 빵도 안 사 오셨어요?"라고 쏘아붙일 것 같다. 심지어 죄책감마저 들게 하는 이런 상상 역시 브랜딩에서 비롯된 것이다. 


제품으로 소비자들과 싸우려 들면 백전백패한다. 인식으로 싸워야 한다. 경연이라는 이벤트 역시도 대빵을 브랜딩 하는 과정일 것이다. 하지만 진정으로 대구를 대표하는 명품 빵 콘셉트를 고수하고 싶다면 오히려 욕심을 버려야 한다. 


컨셉은 버릴 수 있을 때 얻을 수 있다. 

명품이 매년 바뀐다 하면 그것을 믿을 사람들은 없다. 지루하리 만큼 한 가지 얘기를 해야 한다. 이 맛도 자랑하고 싶고 저 맛도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안다. 안타깝게도 이제 그런 시대는 갔다. 요즘은 식빵만 파는 제과점도 생겼을 정도로 작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브랜드가 생겨나고 있다. 식빵만 파는 제과점 창업이라... 사장은 얼마나 잠 못 이루었을까. 모카빵, 크림빵, 곰보빵 등의 고객을 모두 놓쳐야 하니 말이다. 하지만 요즘은 작은 이야기를 전문성 있게 한다면 충분히 사랑받는 시대이다.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보자. 작고 뾰족한 이야기를 하자. 갓난아기부터 내일 돌아가실 노인까지 우리 브랜드를 사랑해달라는 말은 집어치우자. 


버릴 수 있을 때 브랜드는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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