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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고인 김종섭 Nov 02. 2022

남을 부러워하지 않는 방법

네가 부럽다? 내가 부럽다!


"이 광고는 얼마인가요?"


광고 회사를 창업하고 가장 힘든 질문이었다. 광고의 값을 매기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누군가는 50만 원이라 해도 비싸다고 했다. 누군가에게는 1,000만 원이라 해도 "생각보다 싸군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도대체 아이디어의 가치를 어떻게 매겨야 하나?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창작물에 대한 가치 평가가 인색했다. 사실 남 탓할 필요도 없다. 나 역시 2000년대 초반 소리바다에서 남의 창작곡을 무료로 다운로드하였다. 어쨌든 생각의 가치를 매긴다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나는 볼펜 파는 사람이 가장 부러웠다.

500원! 혹은 1,000원!이라 목에 힘주어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이상할 것이 없는 가격이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제조업이 부러웠다. 볼펜의 가격, 옷의 가격, 안경의 가격, 자동차의 가격 등은 너무나 명확하기 때문이다.

'내게 볼펜만 맡겨봐. 다 팔아치울 건데...'라는 생각이 가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난 광고를 만드는 게 좋았지만 그것을 파는 것엔 자신이 없었다. 광고를 만드는 것과 세일즈는 전혀 다른 영역이었다. 그럼에도 회사를 이어갈 수 있었던 건 어이없게도 다른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뒤로 물러날 곳이 없었다. 나의 뒤는 바로 낭떠러지였고 신용불량자였다. 그러니 눈에 보이지 않는 생각을 파는 일을 계속해야만 했다. 또 계속하니 히트 치는 광고도 나왔고 광고의 견적도 어느 정도 수렴되었다.

두 번째로 부러운 사람은 2세 경영인이었다. 

사업을 하면서 생각보다 많은 대표들이 2세 경영인들이었다. 그들은 출발점이 달랐다. 아버지의 자수성가로 일군 회사는 이미 수십 년에 걸쳐 고객들이 확보되어 있었다. 심지어 2세 경영인이 아버지와 전혀 다른 영역의 사업을 해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아들이 이번에 창업했는데 가서 한번 만나봐"


이 말은 생각보다 위력이 컸다. 아버지의 지인들은 아들의 사무실에 그냥 가는 법이 없다. 꽃다발과 함께, 비타 500과 함께, 미소와 함께 방문하며 고객이 되어준다. 


나의 경우는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기였다. 창업을 하고 내가 입학한 대학이 바로 문전박대였다. 광고주 유치를 위해 미팅 한번 성사 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런 시련들이 나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해주었다. 명함을 특이하게 만든 것이다. 계속 문전박대를 당하다 보니 통찰력이 생긴 것이다. 한 번은 너무 억울해 나를 내쫓는 분들의 공통점을 연구했다. 아무리 야박해도 명함을 주는 1초는 허락해주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때 떠오른 아이디어가 명함을 기발하게 만들면 쫓겨나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남들이 명함 한 장을 쓸 때 나는 명함 봉투를 만들었다. 진짜 명함은 명함 봉투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봉투에는 병원 마크로 도무송을 뚫어나 마치 병원에서 온 사람처럼 보이게 했다. 그리고 이런 카피를 썼다. 


'브랜드 고칩니다'



놀랍게도 이 명함을 쓴 이후로 문전박대를 졸업하게 되었다. 무언가 아이디어가 좋은 광고인처럼 보였던 것이다. 이런 아이디어 역시 생존을 위해 탄생한 것이다. 즉, 시련이 나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 것이다. 이 명함 한 장으로 나는 1억 6천만 원짜리 광고를 따내기도 했다. 회사 운영이 9년째니 지금까지 수십억 원을 벌어다 준 명함이다. 100원도 하지 않는 명함을 통해서 큰돈을 번 것이다. 동시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자수성가한 아버지가 있었으면 어쩔 뻔했어?'


지금은 안다. 2세 경영인들의 스트레스를. 자수성가한 아버지들은 대개 고집불통이다. 자신의 방법으로 성공을 일구었으니 그 방법이 옳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는다. 가장 위험한 부분은 자신의 성공한 시절과 지금은 다르다는 것이다.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던 시절은 지나가고 저성장의 시대가 왔다. 내가 본 2세 경영인들은 아버지에게 작은 것 하나까지도 보고를 드리고 컨펌을 받았다. 결국 2세 경영인은 자신만의 경영 철학을 펼치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다. 그런 모습을 보며 나는 또 생각했다.


'내가 2세 경영인이었다면 어쩔 뻔했어?'


자유롭게 회사를 경영할 수 있는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 내가 직장 생활을 이어가지 않은 것도 나의 삶을 누군가에게 맡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의 회사는 백지 위에 자유롭게 그려가는 세상인 것이다. 그때그때 아름다운 물감으로 써가며 색칠할 수 있음이 감사하다. 


누군가가 부러울 때 그의 뒤로 가라. 그리고 뒷모습을 확인하라. 밝게 빛나는 앞모습과 달리 뒷모습은 그만의 그림자가 있다. 당신의 그림자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당신과 같은 검은색이다. 누군가가 부러울 때, 거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라. 당신이 부러워하는 대상이 절대 당신이 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당신 역시 그가 될 수 없다. 사실될 필요도 없다. 당신이 처한 환경을 오히려 이용하라. 그런 힘든 환경이 당신에게 그레잇한 아이디어를 선물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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