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빅이슈코리아 Dec 24. 2019

[인터뷰] 충분히 슬퍼하세요. 그래도 괜찮아요


 김선화 

사진제공 펫포레스트





“신장이 좋지 않습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겠습니다.” 수의사는 고양이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다. 우리 집 고양이는 남몰래 스스로 무지개다리를 건널 준비를 하고 있었을까.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들은 언제 닥쳐올지 모를 이별을 대비해야만 한다.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로 일하고 있는 펫포레스트 강성일 실장을 만나 가족이었던 동물을 보내는 애도의 과정에 대해 물었다.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마지막 소풍 길의 안내자. 스카이펫파크(SkyPetpark) 방송 <잘살아보시개> 38회에서 그렇게 소개됐다. 보통 반려인들의 반려동물이 사망해 하늘나라로 간다는 의미로 무지개다리를 건넜다고 말하거나, 소풍을 떠났다고 말을 한다.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를 하게 된 계기나 이유는?

이 일을 한지 8년 차다. 이전엔 작은 사업을 하다가 그만두게 됐고 이후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을 하자는 고민을 하게 됐다. 원래 강아지를 좋아했는데, 그들의 마지막을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경기도의 한 반려동물 장례 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이 일을 배웠다. 당시 제가 갔던 곳은 사후 수습, 처리만 하는 곳이었다. 보호자가 와서 일정 금액을 내고 가면 화장하고 유골을 대신 뿌려주는 식이었다. 일하다 보니 이보다 더 나은 방법은 없을까를 고민하게 됐다.      


일본에서 반려동물 장례 문화를 접했다고 말씀하셨는데 어떤 문화였는지 구체적으로 들려달라.

가까운 지인에게 일본이 반려동물 장례 문화가 잘 정착돼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야기를 듣자마자 바로 일본으로 탐방과 견학을 하러 갔다. 돌아와선 우리나라에 있는 반려동물 장례 업체 11군데에 편지를 보냈다. ‘저는 이런 사람이고 우리나라에서 동물 장의사 일을 정식으로 배우고 직업으로 시작해보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답을 받은 곳 중 충남 지역에 있는 한 동물 장례식장에서 일을 시작하게 됐다. 그때 인천에 살았는데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왕복 230킬로미터를 달려 출퇴근을 했다. 거기서 일하면서 우리나라 정서에 맞는 반려동물 장례 절차와 의전 업무를 접했다.     


반려동물의 장례 시스템과 절차가 궁금하다

장례 시간대를 예약해야 한다. 반려동물의 경우 보호자께서 직접 데리고 오시거나 저희 측에서 데리러 간다. 이후 장례식장에 도착하면 식순에 맞춰 장례를 시작한다. 먼저 반려동물의 상처나 대변이 있는 경우엔 수습해주는 과정부터 시작한다. 그 후엔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다음엔 화장이 이뤄지고 유골을 수습한다. 유골함은 보호자에게 인도된다. 납골을 안치하거나 루세떼 스톤을 제작하는 경우가 있다. 루세떼는 유골분으로 만든 보석이다.     





반려동물 유골로 만들어지는 루세떼는 모두 동일한 색깔인지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루세떼 스톤들은 투명한 색깔이던데.

반려동물마다 다 다르다. 인하고 칼슘 성분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색깔도 다르고 모양도 다르다.     


루세떼는 따로 관리법이 있나?

스톤은 특별한 관리가 필요 없기 때문에 많이들 스톤으로 제작한다.     


많은 동물들의 장례를 진행하셨다그 중에서도 마음에 남은 장례 경험이 있다면.

오랜 시간 많은 반려동물의 장례를 해왔다. 어떤 한 장례 의식이 특별히 더 뿌듯했다고 말할 순 없다. 매일매일 다른 보호자와 다른 반려동물을 봤다. 절차는 같았지만 가족들의 특수했던 상황이나 사연들이 모두 달랐기 때문에 항상 가족 분들에게 감정 이입이 되곤 한다. 최근 들어서는 시각장애 안내견의 장례를 맡았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사람을 위해 태어났던 건 아니었지만 특수한 유전자와 능력으로 10년 가까이 사람들에게 도움을 줬다. 기억에 남았다기보다는 의전을 수행하면서 보호자 가족과 함께 많은 눈물을 흘렸던, 조금은 특별했던 장례식으로 기억한다. 오랜 시간 장례를 하면서 가족의 슬픔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항상 마주했다. 절차에서 실수가 생기지 않도록 슬픔을 참는 연습을 참 많이 했다. 그런데 그 장례 절식에서는…. 저 역시 무너졌었다.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해달라.

우선 시각장애 안내견의 장례는 일반적인 장례 절차와 조금의 차이가 있다. 그날 장례에는 총 세 가족이 참석을 해줬다. 설명하자면, 시작장애 안내견이 태어난 지 얼마 안 됐을 때의 임시 보호자 가족이 참석했고, 성견이 되어 훈련소에 입소했을 때의 훈련사가 참석했고, 실제 안내견의 도움을 오랜 시간 받았었던 시각장애인 가족이 참석을 했다. 장례 절차가 시작되고서 추모실에서의 분위기도 숙연했지만, 모든 사람의 마음이 아마도 같았을 것이다. 안내견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이 공존했던 것 같다. 이때 감정선을 지키지 못했다. 마음도 아팠었고 너무나도 슬펐던 기억이다. 오랜 시간 이 일을 했지만 슬픔을 참는 건 연습으로는 되지 않는 것 같다.     


장례 지도사에게 특별히 잊기 어려운 동물의 죽음이 있나.

종종 사고사를 당해 장례식장에 오는 반려동물을 마주할 때 너무나 속상하고 마음이 많이 안 좋다. 보호자가 반려견과 산책을 하다가 목줄을 놓쳐 순식간에 사고가 생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는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해야 하고 어렵다. 그런 상황의 반려동물이 장례식장으로 바로 온 경우 차 사고를 당했기 때문에 장기가 파열되었거나 큰 외상이 있기도 하다. 장례 식순에 염습 절차가 있는데 그때 상처 부위를 직접 꿰매주고 봉합한다. 가능하면 보호자들이 너무 놀라거나 마음 아프지 않도록 조심히 잘 수습해야 한다.





이별을 하는 장례식은 당연히 슬플 수 밖에 없다그럼에도 장례 지도사 입장에서 마음에 위안을 받을 때가 있나.

매일 동물 사체를 보고 슬퍼하는 사람들을 봐야 하기에 힘든 부분도 있다. 실제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은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 많다. 같은 반려인이기 때문에 최대한 공감하려 하고, 함께 슬퍼한다. 감정적으로 힘든 일이다. 하지만 끝나고 보호자께서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가거나, 고맙다고 표현해주면 보람을 느낀다. 우리는 나름대로 이 일에 대한 사명감이 있다. 그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다.  

    

유가족을 어떻게 위로하나.

위로는 위로한다는 말로 되는 게 아니다. 나 역시 반려동물 키우고 있기 때문에 아이를 좀 더 기억할 수 있게 조언해드린다. 심리 상담을 받으러 가도, 심리적인 부분만 이야기하지 반려동물과 이별한 부분은 이야기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유년기, 중년기, 노년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 들어주고 나눈다. 소통의 창구 역할을 하려 한다.  


그래도 장례를 치르는 반려동물들은 반려인이 끝까지 책임을 진 동물들이다한국은 반려인이 끝까지 동물을 책임지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 같다통계에 대해 아시는 게 있다면.

통계 자료로 봤을 때 끝까지 책임지는 반려인이 8퍼센트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아직 동물등록이 안 된 반려동물도 많다. 처음 일할 땐 반려동물의 장례식에 보호자가 한두 명이 오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온 가족이 참석한다. 할머니, 할아버지, 손자, 손녀 등 가족 모두가 오는 경우도 많아졌다.     


펫로스 증후군을 사전 예방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현재 우리나라는 반려동물을 떠나보낼 때 가이드가 없는 걸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같이 산책하고, 놀아주는 방법에 대한 정보는 많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는 법에 대한 정보가 없다. 오랜 기간 아이와 같이 있었다면, 반려동물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 일차적으로 반려동물의 생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반려견은 아홉 살부터 노령이다. 사람과 수명이 다르다 보니 ‘에이 좀 더 살겠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반려견은 수명의 끝과 가까워지고 있다. 노령이 가까워오면 버킷리스트를 만들면 좋을 것 같다. 동물이 매일 똑같은 하루를 보내는 건 지양하면 좋을 것 같다. 또 가족 중에 다는 아니어도 한 사람 정도는 반려동물이 숨을 거뒀을 때 할 수 있는 조치, 사후 수습 등에 대해서 알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별이 닥쳤을 때, 충분히 애도할 시간을 가질 것을 강조하고 싶다. 기존에 반려동물 장례 업체는 숨 거두고 바로 안 오면 큰일이 생긴다는 식으로 말해왔다. 하지만 나는 72시간 내에 충분히 애도하고 오라는 주의다. 사람도 3일이라는 시간 동안은 장례를 하며 애도한다. 장례에 들어가면 반려동물과 이별하는 거다. 빠르면 장례 절차가 다섯 시간도 안 걸린다. 이후엔 정말 이별하는 거다. 펫로스를 극복하기 위해선 충분히 슬퍼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리고 반려동물에게 가장 편안했던 곳도 집이고, 반려동물이 오래 머물렀던 곳도 집이다. 집에서 마음의 준비를 하시고 준비가 된 뒤에 장례식장으로 오시길 바란다.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일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느림의 미학을 가진 친구들이 이 일에 좀 더 잘 맞을 것이다. 왜냐하면 장례 지도를 하는 중에는 어떠한 실수도 있어선 안 되기 때문이다. 실수를 돌이킬 수 없으므로, 느리지만 꼼꼼한 성향이 이 일에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반려동물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만약 뜻이 있다면 실무를 접하기 전에 직무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관련 민간자격증을 취득했으면 한다. 먼저 이론적으로라도 직무를 이해해보는 것이 직업 선택에서 중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무방비 상태로 애들을 보내지 말아달라. 충분히 애도할 시간을 가지고, 보내는 과정도 진중하게 보내주시길. 가족이었던 반려동물의 마지막이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위 글은 빅이슈 11월호 21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스페셜] 둥이와 나의 추억앨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