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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이슈코리아 Dec 24. 2019

[스페셜] 동물에게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


글·사진 김선화 사진제공 어웨어     





길에서 사는 동물들 뿐아니라 가족이 있는 반려동물들의 죽음까지도 쉽게 다뤄지는 것은 동물을 여전히 ‘물건’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분위기, 그리고 그 분위기에 영향을 주는 동물법 때문이다. 동물에게도 당연히 ‘행복하게 살아야 할 권리’가 있음에도 그 길은 한국에서 요원하기만 하다. 동물과 복지란 두 단어는 어찌 보면 낯설면서 이질적인 단어인 탓. 바야흐로 반려동물 천만 시대가 도래했는데 정작 국내 동물복지 수준은 현저히 낮다. 인간에게 인권이 있듯, 동물에게도 기본권이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단체가 있다. 동물복지 향상을 위해 정책과 입법 제안을 하는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Aware)가 바로 그렇다. 동물의, 동물에 의한, 동물을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형주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어웨어 홈페이지에 보면 전국 야생동물 카페 실태 조사 보고서가 올라와있다보통 라쿤카페 정도만 알고 있는데 그 외에 어떤 야생동물 카페들이 있는가.

라쿤카페 외에도 미어캣, 왈라비, 사향고양이, 바위너구리, 코아티 등 다양한 동물이 전시된다. 국제적으로 멸종 위기종 같은 경우는 법에서 어느 정도 관리하고 있어서 멸종 위기종에서 제외된 동물 위주로 카페가 운영되고 있다. 국제 멸종 위기종을 피하되 전시하는 종이 점차 늘어가는 추세다.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놀라는 게 라쿤카페고양이 카페와 같은 것이다서양 국가에서는 동물법 때문에 못 하는데 한국에서만 쉽게 이루어지는 것인지

그렇다. 사실 야생동물 같은 경우 대중한테 전시하려면 보통 규정이 있다. 일정 기준 이상의 시설을 갖춰야 한다. 그런데 한국은 식음료를 섭취하는 장소에 살아 있는 동물을 전시한다. 이를 허용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반대로 서양 국가에선 한국처럼 전시가 목적이라기보다는 사람과 동물의 구역을 따로 정해놓는다. 일종의 임시 보호처로서 입양 홍보가 목적이다. 이 밖에 일본에는 올빼미카페가 있다. 태국에도 야생동물 카페가 한두 군데 있는 거로 알고 있다. 태국은 야생동물 불법 거래의 중심지이고, 여기에서 나온 파생 업체가 야생동물 카페다. 하지만 한국처럼 야생동물 카페의 수요가 많지 않아서 숫자가 증가하고 있진 않다.     


그냥 동물을 보호하자는 운동만 하는 게 아니라 어웨어는 그것을 통해 동물법을 만들거나 개정하는 운동을 많이 하고 있다법으로 동물복지가 제정되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일반 시민들도 피로도를 느낄 정도로 잔혹한 학대 범죄가 계속 일어나고 있다. 이에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나 처벌 기준도 미미하다. 기준이 있어도 처벌이 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처벌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학대랄지 복지 훼손이 사전에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우리나라 최저임금제와 마찬가지로 동물복지를 보장해주는 사회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지금은 반려동물 천만 시대다. 관심이 커지면서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가령 야생동물 카페도 마찬가지다. 사람과 동물 간의 올바른 관계에 대한 사회 인식은 아직 미비하다. 가령, 유기동물도 1년에 12만 마리 이상 생겨나는 상황이다. 지금 국내는 동물복지를 위한 사회적 기준이 없는데, 사회 시스템이 생기면 동물도 생명으로 존중받을 수 있다. 법 제도의 생성과 개정은 동물복지의 밑바닥이자 근본이다.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한다는 법조차 제대로 안 되어 있다민법상 동물이 사물로 분류되고 사체가 폐기물관리법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 맞나

우리나라의 법은 등록된 장묘 업체라면 사체를 처리할 수 있다. 다만 병원에서 죽은 반려동물의 사체는 의료 폐기물로 분류된다. 이 부분은 생명을 덜 존중해서 그런 건 아니다. 다른 나라도 비슷하다. 민법이 그렇다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반려동물의 사체를 쓰레기봉투에 버리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이를 통해 동물 학대가 만연하다고 결론 내긴 어렵다. 현재 국내의 법을 보면 매립은 불법인데 공공연히 매립하는 경우도 일어나고 있다. 해외에선 자신의 사유지면 매립을 허가하기도 한다.    


동물법은 농림축산부에서 관리되고 있어서 개 농장을 법적으로 관리하거나 동물을 학대한 사람을 처벌하기도 어렵다한국의 동물관련법 중에 가장 시급하게 바뀌거나 제정되어야 하는 법은 무엇인가

하나를 꼽긴 어려울 것 같다. 다양한 분야에서 동물 관련 제도가 개선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고 있는 민법에 대한 지적과 현실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오래전부터 나오고 있다. 학대자의 소유권 박탈하는 것이라든지. 이처럼 상식적인 법안이 필요하다. 동물을 일단 사람처럼 대해 달라는 게 아니다. 동물은 인지 능력이 있고 생명이 있는 존재다. 무생물과는 다른 차원에서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주장한다. 이 부분은 민법에서 명확하게 명시해야 할 것이다. 동물을 생명으로 바라보는 움직임이 일어나면 동물보호법, 동물수족관법, 축산법 등 변화가 있을 것이다. 동물법은 개선해야 할 점이 너무나 많다. 계속 문제되고 있는 대표적인 것이 ‘개 농장’이다. 또한 동물 학대의 경우는 학대 행위를 좁게 몇몇 행위만을 규정하고 있다. 법 조항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가지 움직임이 필요하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에서 실험용으로 사용되다 폐사한 탐지견 메이의 비극을 막기 위한 동물보호법 일부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어웨어도 이 활동에 참여했는데.

지난 6월 말에 해당 관계자들이 의견을 모아 만든 법이다. 국가를 위해 사역한 동물을 실험용으로 쓰지 않도록 하는 거다. 사역한 동물은 마약 탐지견 외에도 군견, 경찰견 등 목적견이 꽤 많다. 개정안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동물실험을 위한 개가 몇 마리고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통지하는 것을 의무로 했다. 그리고 사역이 끝난 동물은 일반인에게 분양될 수 있도록 근거를 만들었다. 동물실험 같은 경우는 실험동물의 보호 복지를 강화했다. 국가가 실험동물의 보호 정책을 수립했고 실험기관과 책무도 규정했다. 그렇다고 모든 실험동물이 없어지거나 그들의 고통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단지 일종의 기반을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      


동물장묘 시설로 등록되어 있는 업체도 전국에 40여 곳이 안 되더라한국에 반려동물 개체 수를 생각하면 아주 적은 수다더구나 지방에는 그런 장례 시설도 없다그 이유가 무엇인가

요즘엔 사설 업체가 생겨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도 국내의 동물장묘 시설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제일 문제는 님비현상 때문이다. 사설 업체가 들어선다고 하면 반발이 심하다. 이해가 안 가진 않는다. 찾아보면 알겠지만 비단 동물뿐만 아니라 사람 장묘 업체 역시 반대한다. 따라서 지자체 같은 곳에서 공공으로 장묘를 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고 예산을 편성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또한 혐오 시설이 안 되려면 동물 보호 교육센터랄지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시설과 병행해 운영하는 방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장묘 시설 말고 반려동물을 위한 편의 시설을 연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쉽지는 않겠지만.      


동물복지에서도 최저시급이 시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인상적이다인간에게 최소한의 복지인간이 최소한의 벌어야 할 금액이 법적으로 보장된 것처럼 동물에게도 최소한의 복지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인데자세히 설명해주신다면?

동물보호법에서 이야기를 하면 7조에 사육관리 의무가 나와 있다. 자기 소유의 반려동물에게는 적절한 사료를 제공하고 노력해야 한단 식의 선언적인 조항이다. 그런데 동물복지라고 하면 아직도 동물과 복지의 조합을 불편하게 여기는 분이 많다. 호사스럽게 해달라는 게 아니다. 개는 개, 토끼는 토끼 등 종별로 생존을 위해서 필요한 기본적인 요소가 있다. 질병으로 고통 받을 땐 처치를 받아야 하는 것처럼 정상적인 행동을 위한 기회가 필요하다. 사회적 동물은 다른 동물과 교류하는 것도 필요하다. 기본적인 것들을 법으로 명시하고 제공하지 않는 경우 처벌이나 조치가 있어야 한다. 최소한의 사육관리 의무가 필요하다. 해외의 경우는 동물에 대한 처우가 기본적으로 되어 있다. 방치도 학대의 개념에 포함되어 있다. 적어도 고통을 받지 않고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도록 종별로 기준이 생기는 게 바르다고 생각한다. 스위스도 그렇게 하고 있다. 동물이 동물답게 살아가는 게 어웨어의 목표 중 하나다. 이를 미니멀 케어라고 한다. 현재 국내의 개는 한곳에 계속 묶여 개로서의 삶을 영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원래 개는 사람과 교류하게끔 몇 만 년에 걸쳐 진화된 동물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개에겐 때론 정신적 자극도 필요하다. 물이나 사료는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다. 동물이 동물로 살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이를 종별 최저임금제로 표현하고 있다. 법을 이 정도로 만들려면 인식이 크게 개선되어야 한다.      

최근에는 전시동물 동물체험 테마파크실내체험 동물원을 규탄하는 운동들을 주로 하고 있다동물을 체험하게 한다라는 이러한 동물원들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야생동물은 사람과 교류하도록 진화된 게 아니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최근엔 야생동물을 만지며 가까운 거리에서 먹이를 주기도 한다. 알고 보면 야생동물은 먹이를 다양하게 먹는다. 배합하는 게 힘들다. 잘 운영되는 동물원도 생리적 필요에 맞추려면 어려운 일이다. 체험 동물원은 종별 습성을 고려하지 않는다. 초식동물에게도 당근만 주면 영양 불균형이 생긴다. 동물의 신체 건강을 해친다. 두 번째는 동물뿐만 아니라 사람한테도 좋지 않다. 새롭게 발생하는 전염병은 동물에게서 유래된다. 가령, 메르스도 마찬가지다. 동물 중에 개, 고양이는 의료상 프로토콜이 적립돼 있지만, 야생동물은 그렇지 않다. 어떤 종이 무슨 질병을 가지고 있고 사람에게 어떤 병을 야기할지 모른다. 그런데도 야생동물과 사람 간 무분별한 접촉이 일어나고 있다. 만짐으로써 감염되는 곰팡이성 피부염이라든가. 나아가, 이종끼리 합사하는 일도 벌어진다. 이종끼리의 합사는 생태 연관 관계가 있는 동물끼리 이뤄지고 신중해야 하는 일이다. 또 학자들에 의하면 이종끼리 어떤 병원체를 주고받을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실내 공간에서 동물을 만지게 하는 나라는 없다. 매우 위험한 상태라고 보는데 경각심이 너무 없다.      


반려동물이라는 말이 최근에는 많이 정착됐고, 1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반려동물의 개체 수도 많이 늘어났다몇 년 사이에 반려동물이 얼마나 늘어났는지 수치로 설명해줄 수 있나

사실은 표본조사라 다 다르다. 천만이라고 나오기도 하고, 천만을 넘었다고 나오기도 한다. 내년 인구조사 때 관련된 곳에서 아예 가계마다 조사할 계획인 걸로 알고 있다. 정확한 숫자는 말하기 어렵다. 다섯 집 중 한 곳이라고 말하는 수준이라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늘어난 수요만큼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의식이 비례해서 성장하지는 않았다. 이 숫자가 인도적으로 가능한 수준인지는 다시 생각해야 하는 문제다. 대표적인 게 기르다가 못 기르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유기하는 경우다. 호기심으로 길렀다가 포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정말 피치 못할 사정이 생기기도 한다. 예컨대 보호자가 병상에 있든지, 사망했다든지. 그런데 국내에는 기르던 동물을 인수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 길거리에 버려야 하는 상황이다. 반려동물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건 사회가 책임을 지는 것이다.      


동물복지를 위한 일을 하다가 마음이 너무 아파서 더는 활동을 못하게 됐다는 활동가들도 많다대표님도 그런 마음 아픈 일들이 많았을 텐데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마음이야 항상 아프다. 하지만 마음이 아프다고 하기 미안하다. 저는 마음이 아픈 건데 동물은 최소한의 생존을 대우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동물이 동물답게 대우받고 사는 비율은 아주 적다. 제 감정 때문에 일을 하고 안 하고 결정하는 것은 주제넘은 생각이 아닐까 싶다. 기억에 남는 일을 꼽자면 변화가 없는 현장을 목격하면 힘들다. 개 식용도 마찬가지다. 현장에 갔을 때 변화 없는 상황에 자주 맞닥뜨린다. 2012년 2013년엔 동물법이 없었다. 동물원이 생긴 지 100년이 됐음에도. 하지만 동물원법이 생겼어도 해당 동물이 나이만 들었고 그 동물이 똑같이 있는 경우가 있었다. 법이 생겨도 실질적으로 큰 변화가 없을 때 정신적으로 지친다. 동물복지 여건이 나아지는 건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동물을 이용하고 사물 취급한 세월이 길었다. 사람의 생각이 하루아침에 바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 한 명 설득하고 바꾸는 것도 어려운데 사회를 바꾸는 건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어웨어가 하는 활동과 앞으로 지향하는 바가 있다면

지향하는 건 동물이 동물답게 사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야생동물이든 농장동물이든 간에 동물이 동물다운 삶을 영위했으면 좋겠다. 모든 동물이 생태적 습성을 존중받으면서 정상적으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사회가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기반만 닦는다고 해도 감사하다. 완벽한 법과 제도는 없겠지만 사회인식을 개선해나가고 싶다. 법을 개선하다 보면 동물의 처우가 조금씩 나아질 거라 생각한다. 





위 글은 빅이슈 11월호 21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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