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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이슈코리아 Dec 31. 2019

더는 외롭지 않도록, 마지막 인사를 보냅니다

김수일 전 빅이슈 판매원을 추모하며


 빅이슈 

사진 김화경     





“모든 사람들, 지나가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행복을 찾길 바라는 마음으로 제가 웃는 거죠”     


김수일 전 빅이슈 판매원(이하 빅판)이 지난 11월 4일 오랜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가족이 없어 홀로 살고 있던 그의 빈소는 빅이슈 사무실에 꾸려졌고, 그의 추모회에는 김수일 전 빅판과 함께 일했던 빅이슈 직원들이 모였다. 평소 외로움을 많이 타서 혼자 있는 시간이 힘들다고 주변 동료들에게 토로했던 그의 마지막 길이 고독하지 않도록 빅이슈 직원들과 지금은 빅이슈를 떠난 전 판매원들까지 모두 빈소를 찾아 슬픔을 나눴다. 평소 다정다감했던 김수일 판매원이었기에 다들 그에 대한 추억을 한마디씩 꺼내기 시작하자 금세 빈소에는 훌쩍이는 소리와 함께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마치 사진 속의 김수일 판매원이 이 자리에 함께 하며 우리의 이야기를 듣기라도 하듯이 그의 친구이자 동료였던 빅이슈 사람들은 그와의 기억을 말하기 시작했다.

빅이슈 이선미 판매국장이 기억하는 김수일 전 판매원은 새해마다 정성껏 쓴 연하장을 보내 안부를 물어주던 분이었다. “임대주택에 입주하시던 날, 손님 온다고 보일러를 찜질방처럼 틀어놓으시고서는 환한 얼굴로 저희를 맞아주셨던 게 기억나요. 둘러앉아 짜장면과 탕수육을 먹었던 임대주택 집들이도 이제는 마음 한 켠에 묻어야 될 시간이 되었습니다.”

김수일 전 판매원은 2011년 처음 빅이슈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부터 건강이 안 좋은 상태였다. 그러나 누구보다 성실하게 삶을 일구었고, 빅판에 이어 또 다른 꿈을 꾸며 공인중개사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어렵게 자격증을 취득한 후 누구보다 기뻐하며 길에서 만난 빅이슈 직원과 동료들에게 자격증을 보여주며 자랑을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그토록 소원하던 치과 치료도 마치고 더욱 당당하게 활짝 웃던 모습이 우리들의 마음에는 남아 있다. 친형처럼 김수일 판매원을 챙겼던 홍대입구역의 성기영 빅판은 그와의 마지막 통화를 기억하며 눈시울을 적셨다. “자격증을 땄지만 나이가 많아 취업이 안 된다고. 자격증만 있으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고 한숨을 쉬었던 게 기억나요. 마지막으로 통화할 때, 내가 더 따뜻하게 말을 못해줬어요. 그리고 다시 전화를 하니까 전화를 안 받더라고요. 안 받아도 계속 전화를 해봤어야 하는데. 그게 마음이 안 좋아. 참 착하고 좋은 친구였는데.” 상주를 맡은 사당역의 박영길 빅판 역시 함께 했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참 정이 많은 사람이었다고 김수일 판매원을 추억했다. 김수일 판매원과 가장 돈독한 사이였고, 한 건물에 살아 서로 안부를 챙겼던 강명렬 전 빅판은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김수일 전 빅판이 쓰러진 것을 가장 먼저 발견하고 신고한 그는 김수일 빅판과 연락이 닿지 않으면 집을 찾아가 안부를 챙기는 사이였다. 빅이슈에서 만나 함께 새로운 삶에 대한 의지를 나누었고, 가족이 없어 서로의 외로움을 보듬었기에 그의 죽음을 더욱 안타까워했다. 

연고가 없어 빅이슈 사무실에 마련된 빈소에는 김수일 판매원을 모르는 이들도 와서 헌화를 하며 그가 이제 좋은 곳에서 안식을 찾기를 기도했다. 여기에서만큼은 고독하게 홀로 떠나는 이가 없도록, 길에서 만나 길에서 일하며 인연을 나누었던 우리가 이곳에서만이라도 조금의 온기를 서로 나눌 수 있도록 장례를 치르며 김수일 빅판의 따뜻했던 미소를 떠올렸다. “선생님, 그곳에는 이제 편안히 쉬세요. 더 이상 외롭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 김수일 전 빅판의 생전 인터뷰 영상 

vimeo.com/46993310


위 글은 빅이슈 11월호 21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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