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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이슈코리아 Jan 16. 2020

새해엔 뭐든지 절대 실패하지 않는 방법을 알려드릴까요?


편집장 김송희


그것은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것입니다. 계획하고 시도하지 않으면 실패하지도 않아요! 


사실 저는 새해에 계획 따윈 세우지 않은 지 오래 됐습니다. 계획을 세워봤자 어차피 안 할 테니 아예 계획조차 세우지 않으면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나’를 미워할 일도 없는 거죠. 자신에게 실망하느니 처음부터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로 몇 년을 지내다 보니 12월 31일이 1월 1일로 넘어가는 시간조차 그다지 무의미하게 느껴집니다. 


생각해 보면 그렇잖아요? 12월 31일의 나와 1월 1일의 나는 크게 다른 사람이 된 것도 아니고, 1월 1일이 되었다고 삶이 획기적으로 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나이가 한 살 먹었다고 해도 그것은 사회적 약속일 뿐이지 얼굴에 갑자기 주름 한 줄 강하게 생기는 것도 아니에요. 2019년 12월 31일 23시 59초의 나와 2020년 1월 1일 01초의 나는 여전히 같은 사람입니다. 뭐, 이런 저런 이유로 정신 승리 하면서 새해 계획을 세우지 않고, 아무 것도 시도하지 않으며 살다 보니 마음만은 참 편합니다. 물론 그렇게 살다 보면 내 자신은 물론이고 주변 환경도 전혀 달라지는 게 없습니다. 예전에는 작심 3일이라도 했던 운동, 영어 공부, 일기 쓰기, 독서 등을 이제는 1일도 하지 않는다는 단점도 있네요.


저부터도 계획을 세우고 시간을 알차게 운영하며, 조금 더 나은 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아닌 마당에 이번호 특집 기사로 ‘새해 계획 실패하지 않고 실천하기’를 준비하면서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에게 “뭐든지 쉽게 포기하는 의지박약 인간은 어떻게 하죠?”라고 물었는데, 이 우문에 현답은 이러했습니다. “방법이 없어요. 5분씩이라도 짧게 시작하고 조금씩 시간을 늘려가야죠.” 아, 별로 노력도 안 했는데 눈떠 보니 입에서 영어가 원어민 수준으로 나오고, 눈 떠보니 테니스를 세레나 윌리엄스처럼 칠 수 있고, 피아노는 조성진처럼 잘 치게 되는...뭐 그런 요행 따위는 세상에 역시 없는 것입니다. 


격주간지를 만들다 보니 시간이 어떻게 가는 지도 모르게 새해를 맞이했고, 벌써 1월도 반절이나 흘렀네요. 맙소사. 저는 여전히 올해 계획을 세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말은 이제 하지 말아야지, 자기와의 약속은 하나 했습니다. “이번 생은 망했어”라는 말이요.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느니 대책 없는 낙관을 하는 게 낫겠단 생각을 합니다. 지난해는 망했어도(사실 망한 게 아닐지도 몰라요) 이번 생은 아직 많이 남았고, 인생은 우리 예상보다 아주 길지도 모르니까요. 사는 건 때때로 지겹고 힘들지만 그 속에 즐겁게 빛나는 순간들이 그 있다고, 아몬드가 든 초콜릿을 녹여 먹으며 생각하는 밤입니다. 이 글은 이번호의 마지막 원고입니다. 필자 분들과 기자들이 다 마감을 했는데 저는 뒤에서 채찍질만 하다가 이번호에도 제일 꼴찌로 마감을 하는 걸 보니 이번 생도 망했...아, 이 말 안하기로 했지. 


위 글은 빅이슈 1월호 21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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