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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이슈코리아 Dec 20. 2019

[플레이스] 감귤초콜릿 대신 엽서 한 장, 소품 하나

오브젝트 선흘점


글·사진 양여주      







실속 있는 소비와 미니멀리스트의 삶을 미덕으로 여기는 나 역시 여행 중엔 현지의 소품숍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한 종류의 물건을 근성 있게 모으진 못해도 그 지역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디자인 소품들이 가득한 곳을 만나면 작은 엽서나 양장본 노트 한 권을 구입하곤 한다. 아직까지 국내에는 지역색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드물어 아쉬워하던 와중 제주에 오브젝트가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오브젝트 선흘점은 ‘현명한 소비의 시작’을 슬로건으로 창작자와 소비자를 이어주고, 리사이클링 제품을 판매하는 소품숍 오브젝트가 제주에 선보인 첫 지점이다. 지난여름 문을 연 뒤로 벌써 많은 여행자들이 이곳을 다녀갔다. 예쁜 카페와 집들이 듬성듬성 자리한 중산간 마을 선흘리에 위치해 우연히 발견하긴 어려운 곳인데 그만큼 오브젝트를 목적지 삼아 찾아오는 이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제주 첫 지점답게 감귤 밭에 둘러싸인 투박한 외관이 귤 창고를 연상시킨다. 안으로 들어서자 창문을 통해 빛 그림자를 드리우는 따스한 공간에 아기자기한 소품이 가득하다. 한쪽에선 조개껍질과 돌, 풀과 바람 등 자연을 형상화한 모빌이 햇살을 받아 반짝인다. 다른 지점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도 있지만, 제주를 주제로 삼았거나 제주에서 활동하는 로컬 창작자들의 작품이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제주에서 흔히 눈에 띄는 돌하르방도 아티스트의 손을 거치면 사랑스러운 표정을 지닌 캐릭터로 재탄생한다. 해녀와 현무암, 한라산과 말과 같은 제주의 상징을 새롭게 해석한 디자인 소품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안쪽에는 제주 로컬 잡지와 각양각색의 라이프 스타일을 다룬 독립 서적들도 전시되어 있는데 구입도 가능하다. 찻잔, 성냥, 에코백과 같은 작은 생활 용품부터 방안에 걸어두고 싶은 아트워크까지 그 품목이 무척이나 다양하다. 제주 로컬 셀러들과의 협업을 통해 오브젝트 선흘점만의 작품을 더욱 늘려갈 예정이라고.


소품숍이지만 매장 안의 벤치나 야외 평상 등에 자유롭게 앉아 여유를 즐기거나 바로 앞 감귤 밭에서 귤 따기 체험을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도 특별하다. 아무래도 외진 곳에 위치해 있다 보니 오래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방문객을 배려했다. 귤피생강차와 어리쑥차, 청귤에이드, 자두라떼 등의 메뉴를 판매하는 카페와 함께 ‘취향이 비슷한 친구의 집’을 콘셉트로 꾸민 오브젝트 스테이도 운영 중이다. 복층 구조의 독채 숙소로 침실에선 한라산 뒤로 뉘엿뉘엿 넘어가는 아름다운 일몰을 바라볼 수 있다. 연말까지 거의 모든 일자의 예약이 마감되었을 정도로 인기 있는 곳이니, 투숙을 원한다면 조금 서둘러야겠다.





아무리 선물은 마음이라지만 제주 기념품으로 감귤초콜릿은 이제 조금 식상하다. 이제는 엽서 한 장이나 작은 스티커로 제주 여행의 기분 좋은 기억을 주변인들에게 전해보는 건 어떨까. 분명 감귤초콜릿을 받을 때의 심드렁한 표정보단 호기심 어린 눈빛을 느낄 수 있을 테다. 가벼워진 주머니 대신 묵직한 쇼핑백을 손에 들고 가게 문을 나선다. 물론 나를 위한 선물도 빼놓지 않았다.     


[INFO]
주소: 제주 제주시 조천읍 중산간동로 1175-1
운영시간 : 동절기 11:00~19:00 / 하절기 11:00~20:00 (매주 수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object_jeju
카페 메뉴: 아메리카노 4,000원, 티 5,000원, 에이드 6,000원
오브젝트 스테이 예약 방법: 현재는 에어비앤비를 통해서만 예약 가능하다. 1박에 120,000원부터.
 
양여주  인생이 지루할 땐 모든 걸 내려놓고 이곳저곳을 떠도는 프로 방황러. 현재는 ‘여기어때’에서 전국을 떠돌며 좋은 숙소들을 발굴해 소개하는 여행 에디터로 일하고 있다.


위 글은 빅이슈 12월호 21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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