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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이슈코리아 Dec 20. 2019

유튜브 <망원댁 TV> 킴, 백팩 커플 인터뷰

망원동 성소수자 공동주택 무지개집에 사는 연애 6년 차 게이 커플


글 정규환 사진제공 망원댁 TV





킴: 32세, 은행원 겸 친구사이 대표

백팩: 29세, 프리랜서

사는 곳: 마포구 망원동

연애 기간: 6년


킴과 백팩은 올해 5월부터 유튜브 채널 <망원댁 TV>를 운영 중인 유튜버다. 두 사람은 2014년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의 소모임을 통해 처음 만났으며, 망원동에 있는 성소수자 공동주택 ‘무지개집’에서 보금자리를 이루고 있다. 대체불가 사랑스러운 케미를 보여주며 큰 사랑을 받는 이들의 일과 사랑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비결은 뭘까?


<6년 차 게이 커플의 어느 주말> 영상이 200만 뷰를 넘겼다.

백팩: 영상이 잘 되어서 기분이 좋다. 최근에 구독자가 5만 명을 넘겼는데, 희망이 보이는 느낌이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할 계획이다.

킴: 이 영상을 사람들이 많이 봐주어서 기분이 좋았는데, 그와 동시에 댓글도 많이 달려서 1~2주 정도는 감당하기 힘들었다. 


갑자기 이렇게 많은 주목을 받으니 기분이 어땠나.

백팩: 구독자가 하루에 3천 명씩 늘었던 때도 있다. 순식간에 1만을 달성했다. 동시에 악플이 미친 듯이 달리더라. 악플을 지우면 새로 달리고 악플에 깔려 죽는 느낌이라서 무서웠다.  

킴; 단순히 성소수자 혐오성 댓글이 아니라 우리의 구체적인 모습이나 관계에 대해 불특정 다수가 악플을 다니까 힘들었다.

백팩: 맞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줬을 뿐인데 그거에 대해 비난을 하니까 심리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웠다.


짓궂은 질문이지만 기억에 남는 악플이 있다면.

백팩: 우리가 함께 교회에 가는 영상을 올린 적이 있다. 어떤 분이 우리가 하느님 잘 믿는 게 보기 좋다며 댓글을 다셨다. 우리더러 더 열심히 교회 다녀서 다시 친구 관계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이게 기분이 좋아야 돼, 말아야 돼’ 황당하면서 웃겼다.

킴: 장문의 살해 협박 댓글이 있었다. 신고를 하려고 해도 현실적으로 잡을 가능성이 낮을 거라 판단해 삭제를 했다. 다른 유튜버들에게도 이런 경우에 대해 물어보니까 똑같은 내용의 댓글이 달렸다더라. 호모포비아의 ‘복붙’ 댓글이라서 조금 안도가 되었다. 나보다 백팩이 많이 힘들어했다. 사회적으로 커밍아웃 한 김조광수 감독님도 대중교통도 이용하고 잘 사시는데 우리가 걱정할 필요가 있나 생각했다(웃음).

킴: 반면 귀여운 내용도 있다. 온라인 케이 커뮤니티에 ‘망원댁’을 검색해봤는데 ‘망원댁 언니 게이 인권 위해 힘쓰는 거 아는데, 망원댁 TV 재미없어’ 이런 식의. 그리고 ‘킴은 친구사이 대표도 하고 엄청 잘사나 봐’라는 댓글이 달렸는데, 그 밑에 누군가 ‘친구사이 대표는 그냥 아파트 통장 같은 거야’라고 달려서 재밌었다.

백팩: 외모에 대한 이야기도 많다. ‘아니 적어도 둘 중에 한 명은 잘생겨야 되는 거 아니야?’라는 식의 내용은 애교다.


사실 기분 좋은 댓글이나 긍정적인 반응이 훨씬 많다.

킴: 한 50대 여성분께서는 자기 자식도 이렇게 밝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댓글을 달아주셨다. 또 예전에 이벤트로 구독자 분을 집에 초대한 적이 있는데, 아이와 함께 온 부부셨다. 이분들이 힘들게 아이를 가졌는데 아이를 정말 사랑하다 보니까 아이가 앞으로 살아갈 세상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셨나 보다. 혹시 자신들의 아이가 성소수자일 수도 있으니까 우리 영상을 보면서 성소수자를 더 많이 이해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2019년 직장인들의 화두 중 하나는 유튜브였다. 실제로 직장을 다니면서 유튜버를 해보니까 어땠나.

킴: 유튜브 수익 자체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많지 않다. 오로지 조회수에 달린 거라서 우리 같은 경우 지금 수익이 별로 없다. 앞으로 더 없어질 거고(웃음).


수익이 구체적으로 얼마인가?

킴: 지금은 한 달에 50~60만 원 정도다. 처음에 엄청 잘됐을 때가 150만 원 정도. 그 다음에 100만 원 정도 됐다가 점점 안정을 찾고 있다. 

백팩: 주 2회 영상을 올리면 90만 원 정도 되고, 주 1회 올리면 절반으로 줄어든다.

킴; 한 달 동안 총 뷰 수가 중요한데, 조회수 1 기준 0.5원에서 0.8원 사이가 된다. 영상 뷰 수가 100만을 찍으면 50에서 80만 원 사이다. 매달 조회수 100만을 꾸준히 찍는 게 쉽지 않다. 


유튜브를 처음 시작할 때는 어떤 마음이었나.

백팩: 우리는 무조건 잘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시작했다.

킴: 회사에 다니면서 4차 산업 이야기를 많이 접하게 됐다. 유튜버도 앞으로 살아남을 직업 중 하나였다. 어쨌든 현재 직장이 평생직장이 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둘 다 서른 살 언저리라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는데, 우리는 큰돈은 벌지 않더라도 즐겁게 일하면서 자유롭게 살기를 꿈꾼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하는 디지털 노마드처럼. 막상 해보니까 전업 유튜버로만 생계를 이어가는 건 어려운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만약에 나까지 직장을 그만둔 상태에서 월 수익이 50만 원이면 생활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다. 지금은 직장과 유튜버를 함께 하고 있는 보완적인 형태다.





한 명은 안정적인 회사에 다니고, 한 명은 프리랜서 유튜버. 완벽한 조합이다.

킴: 개인적으로 되게 좋다. 이제 회사에서도 다 알게 됐고. 백팩이 영상 편집을 하면서 가사 일을 해주는 게 너무 좋다.

백팩: 막상 이렇게 말해놓고 한 달 수익 떨어지면 뭐라고 하면서(웃음).

킴: 일주일에 한 편 만들 거면 일하면서 하라고 농담으로 말한다.


오랜 시간 연애와 동거를 하면서 삶과 일에 조화를 찾은 느낌이다.

백팩: 회사에 다니는 중 유튜브가 갑자기 잘 되었고 이 기회를 놓치는 게 아쉬워서 퇴사를 결정했다. 스스로 이게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내가 몸이 약해서 사무실이나 조직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고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건강에 무리를 느꼈다. 

킴: 백팩이 에어컨 때문에 피부가 많이 상해서 속상했다. 조직 생활을 개인 위주로 전부 맞출 수는 없지 않나. 나는 건강을 위해서라도 일을 그만두고 유튜브를 하라고 했는데, 백팩은 유튜브를 더 잘하기 위해서 그만둔 거였다. 서로 생각하는 게 달라서 그 과정에서 처음으로 많이 다퉜다.

백팩: 결론적으로는 지금 상황이 만족스럽다. 어렸을 때부터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서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하는 일을 킴한테 맞출 수 있어서 좋다. 


그나저나 어떻게 그런 역겨운 영상을 찍을 생각을 했나(웃음).

백팩: 그게 원래 우리의 모습이다(웃음). 사랑스럽지 않나.

킴: 우리 모습이 사람들에게 충격이고 어그로를 끌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다. 아무래도 게이 커플에 대한 호기심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부모님도 알고 있는 사이라서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골치 아프게 생각할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삶의 여러 선택지 중 하나를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백팩: 게이이면서 게이 문화에 대한 편견이 있는 분들도 계시다. 술 마시고 놀지 않는 이상 사람들과 어울리기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 사람들이 우리 영상을 봤을 때 ‘세상엔 다양한 게이들이 많구나’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활동하는 친구사이 같은 커뮤니티의 존재와 중요성에 대해 사람들이 잘 알게 된다. 유튜브를 통해 사람들에게 좋은 정보와 긍정적인 영향력을 주는 것이 뿌듯하다. 이 영상을 보는 사람들이 따뜻함을 느꼈으면 좋겠다.


크리에이터로서 그에 걸맞은 투자를 해야 한다. 외모나 몸 관리도 하고 있나.

백팩: 운동도 많이 한다(웃음). 건강도 더 챙기고. 외모에 대해 노력을 안 할 수가 없더라. 

킴: 그래도 우리가 잘생기고 예쁜 캐릭터는 아니니까. 우리는 편안한 캐릭터 같다.

백팩: 우리를 얼굴 때문에 보는 사람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리는 필수다.


두 사람이 살고 있는 무지개집은 어떤 곳인가?

백팩: 마포구 망원동에 있는 성소수자 공동주택. 성소수자들이 함께 모여 사는 곳이다. 현재 게이, 레즈비언, 양성애자 등의 성적 지향을 가진 13명의 사람들과 5마리의 반려묘가 함께 살고 있다. 


퀴어 대가족이 떠오른다. 무지개집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

킴: 아무래도 안전하다고 느끼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유튜브에 악플이 달렸을 때도 둘만 있었다면 더 힘들었을 거다. 특히 같이 살고 있는 레즈비언 커플들은 더욱더 안정감을 느끼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여자 둘만 살면 이웃과의 시선이나 편견으로부터 더 힘든 점이 많지 않나. 

백팩: 둘 중에 한 명이 늦게 귀가해도 편하다. 그리고 사람들과 같이 사니까 온기가 있다. 집을 오래 비우더라도 걱정이 안 된다.     


무지개집이 처음 지어졌을 때부터 현재까지 약 5년간 살았다.

킴: 처음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왜냐면 다 같이 모이는 게 재밌어서 공유 공간에서 자주 모였다. 같이 만나고 놀고 하면 밤에 늦게 자게 되고, 먼저 올라오기가 그렇더라. 나도 즐거워서 있던 거지만 뭔가 회식의 느낌. 끝을 못 맺고 사람들 눈치 보는 게 힘들었다. 좀 지나니까 덜 모이고 자연스럽게 방으로 올라오고 편안해졌다.


두 사람이 무지개집에 살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있나. 

킴: 당시 백팩이 집에 커밍아웃하고 본가에서 생활하기가 불편한 상황이었다. 그때 독립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막상 나오려니까 쉽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고시원밖에 못 가는 상황. 그때 무지개집 1인 가구에 들어가는 걸 추천받았다. 백팩이 먼저 들어가게 됐고 나는 거기 얹혀서 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살다가 1인 가구가 비어서 나까지 자연스럽게 입주하게 됐다. 

백팩: 그 당시엔 둘 다 취업 전이었기에 당장의 동거는 리스크가 많았다. 우리 둘의 생활 패턴이 맞을지도 확신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무지개집은 경제적으로나 여러모로 안전하다고 판단되어서 들어오게 됐다.


공동주택에서 게이 커플이 동거한다는 건 장단점이 명확할 것 같다.

킴: 퀴어 커플들의 취약한 점 중에 하나가 둘만의 관계로만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거다. 어려움이 생기면 주위의 도움 없이 헤어지고 그런. 주변 사람들 안에서 커플 관계를 유지하는 게 도움이 된다. 갈등을 해소할 여지가 있고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

백팩: 우리는 무지개집에 살면서 친구사이 활동도 같이 하고 교회도 같이 다닌다. 할 이야기가 끊이지 않아서 좋다.

킴: 서로 이야기를 안 하면 모르는 속마음도 사람들이 다 같이 있는 자리에서 말하기 편할 때가 있다. 연애나 동거를 하다 보면 관계가 항상 좋게 유지될 수만은 없지 않나. 좋았다 나빴다 하는 굴곡이 있다. 무지개집에서 지내면서 관계가 잘 유지된 편이다.


둘만 있고 싶을 때도 있고, 같이 있고 싶을 때도 있다. 균형을 잘 찾아야겠다. 

킴: 우리가 앞으로 이사를 가더라도 망원동에서 멀리 안 떨어지고 싶다. 이 사람들과 같이 지내는 게 좋기 때문이다.

백팩: 아는 동네 이웃 주민이 있는 게 정말 다르다고 느낀다. 요즘은 합정동에 있는 요가 공동체가 내 삶의 낙이다.

킴: 백팩이 집에 있는 간식을 거기에 다 갖다 바치고 있다. 나중에 재산도 바치는 거 아닌가 걱정된다(웃음).


게이 커플이 살기 좋은 집의 조건은 무엇일까?

킴: 어쩔 수 없이 서울이라는 생각이 든다. 커뮤니티가 일단 가까워야 된다. 우리가 아직 상상하지 못하는 걸 수도 있다. 

백팩: 서울 집값이 비싼 거 말고는 좋다. 집 자체가 너무 클 필요는 없다. 우리는 아기를 키울 것도 아니니까. 


최근엔 무지개집에서 독립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나.

백팩: 요즘 큰 행복은 킴과 저녁을 차려서 먹는 거다. 가족과 집밥 먹는 기분이 들더라. 우리 관계가 좀 더 성장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고 생각한다. 처음엔 내 공간이 있다는 것으로 만족했지만 요즘은 일상에서 더 만족을 누리고 싶은 생각이 든다.     


망원동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퀴어 프렌들리 한 공간 중 한곳이다. 이 안에서 두 사람의 용기와 우주의 기운이 잘 맞았다는 생각이 든다.

백팩: 무지개집에서 살다 보면 스스로 게이란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없었다. 일도 게이랑 하고 같이 사는 사람들도 다 성소수자니까 삶이 자연스러워졌다. 내가 성소수자라는 생각을 안 하니까 신기하고 편했다. 무지개집에 살면서 많은 게 달라졌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까 마음과 표정이 편안해졌다. 스스로 정체성을 편하게 받아들이게 된 점이 가장 큰 변화다. 우리 요가원에도 퀴어 프렌들리 하다고 쓰여 있다. 그러고 보니 우리 망원댁이란 이름을 잘 지었다(웃음).          


정규환  프리랜서 에디터. 20대의 절반 동안 영화사, 영화제 및 각종 아르바이트를 섭렵했다. 매거진 <GQ>, <뒤로>, ‘앨리바바와 30인의 친구친구’ 등에 성소수자 관련 에세이를 기고했다. 인권 운동을 하다가 만난 게이 파트너와 5년째 동거 중이다.


위 글은 빅이슈 12월호 21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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