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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이슈코리아 Jan 22. 2020

[TV] 한겨울 더 뜨거운 야구의 맛

<스토브리그>


양수복     





프로야구 관중 700만 시대. 겨울은 야구 덕후들에게 추운 계절이다. 3월, 본 시즌이 돌아오기 전, 팬들은 기나긴 비수기를 나며 ‘스토브’(난로) 곁에서 미주알고주알 입씨름을 벌인다. 이름하여 ‘스토브리그’의 개막이다. <스토브리그>는 ‘남궁민이 또 불의에 맞선 캐릭터를? 더구나 스포츠 드라마에 신인 작가?’라는 의문 속에서 시작했다. 최근의 드라마들이 그러하듯 첫 방송의 시청률은 3.3%(닐슨코리아, 전국)로 지상파 드라마치고는 초라하게 시작했지만, 7회 만에  최고 14%대를 찍었고 20대부터 50대까지 폭넓은 시청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 야구 룰을 모르는 ‘야알못’이라도 다음 회가 궁금해지는 이 드라마의 매력은 무엇일까.


<스토브리그>의 핵심은 선수가 아닌 프런트(운영단)다. 4년 연속 꼴찌를 기록하며 선수조차 소속 팀을 창피해하는 야구 팀 드림즈에 짠 하고 나타난 신임 단장 백승수(남궁민)가 냉정하고 솔직하게 드림즈를 고쳐나간다. 별명도 무시무시한 ‘우승청부사’ 백승수는 핸드볼, 씨름, 아이스하키 팀의 우승을 이끌었던 전적을 자랑하며 빠르게 팀의 문제를 파악하고 메스를 들이댄다. 그에게 파벌 싸움하는 코치진과 군림하는 스타플레이어 등은 구슬려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해체해야 할 적폐일 뿐이다. 경기 장면 없이도 백승수는 매회 시원한 승부를 만들어내며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야구 드라마를 만든다.





눈치라곤 보지 않는 백승수는 감정 변화가 크지 않고 담백한 편이고 정의의 편에 싸우는 사이다 캐릭터는 아니다. 그는 법과 규칙의 테두리 안에서 합리적이고 양심적인 편에 서서 나직하게 할 말을 적시에 할 뿐이다. 부당하고 부정한 것이 왜 그른 것인지, 이 팀이 왜 그간 꼴지일 수 밖에 없었는지 조곤조곤 짚어주는 그의 대사들은 한번에 큰 점수를 내는 홈런이 아니라 전체 판을 그리며 전략적으로 던지는 공에 가깝다. 도무지 속을 알 수 없지만 결국은 자기 할 일을 차근히 해나가는 백승수 단장 곁의 운영팀장 이세영(박은빈)은 쌍벽으로 드라마의 재미를 견인한다. 이세영은 단장의 혜안을 알아보고 그의 편에 서기로 마음을 먹었다. 화를 내야 할 땐 거침없이 내지르고 전략이 필요할 땐 백 단장에게 의견을 제시하는 등 제 나름의 역할을 한다. <청춘시대>에 이은, 배우 박은빈의 당당하고 호쾌한 연기력이 돋보인다. 연봉 협상 중 선수 서영주(차엽)가 백승수의 무릎에 술을 붓는 무례를 범하자, 술잔을 뺏어 벽을 향해 던져버린 후 서영주에게 “지랄하네. 선은 네가 넘었어”라며 대뜸 소리를 지르는 통쾌한 장면이 여자 주인공에게 주어졌다는 점도 이 드라마의 남다른 점이다.


16부작의 <스토브리그>는 반환점을 막 돌았다. 드림즈는 문제 선수 임동규(조한선)를 내보냈고, 병역 문제로 미국행을 택했던 괴물 용병 길창주(이용우)를 데려왔다. 사고로 야구선수의 꿈을 포기한 백승수의 동생 백영수(윤선우)도 전략분석가로 입사하며 보다 전략적인 운용에 기대감을 더한다. 그러나 구단주 조카이자 실세 권경민(오정세)은 개인적인 야욕으로 드림즈의 ‘우승 후 해체’라는 묘한 상황을 바라며 긴장을 자아낸다. 백 단장의 지휘 하에 드림즈는 꼴찌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차가운 승부사 백 단장은 드림즈의 해체에 어떻게 대응할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야구 드라마인 만큼 16회를 마칠 때까지 전개를 쉽게 예단할 수 없다.      


SBS 금토 밤 10시 방영


 위 글은 빅이슈 1월호 21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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