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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이슈코리아 Jan 22. 2020

[스페셜] 100세 시대, 여자는 근육이지

여성과 여성을 잇는 튼튼한 다리 ‘위밋업스포츠’


 양수복 사진 김화영     





바야흐로 결심의 달, 1월이다.  결심도 쉽지만 포기도 쉬운 시기이기도 하다.  많은 여성이 스포츠에 대한 흥미로 체육관을 알아보다가도 뛰어들기 어려워 뒤돌아서기 일쑤다. 그래서 위밋업스포츠가 나섰다. 여성에 의한, 여성들을 위한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이곳의 강좌는 오픈되자마자 매진되고 더 다양한 스포츠를 다뤄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여성들이 다양한 스포츠에 도전해볼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언니들’, 위밋업스포츠의 신혜미, 양수안나 공동대표를 만났다.     


여성들만을 위한 스포츠 플랫폼이라는 콘셉트가 좋다은퇴한 여성 스포츠인들과 여성 입문자를 연결해 선수들의 경력단절 문제를 해소한다는 의미도 특별하다시작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신혜미 우리는 25년 지기다. 고등학생 때부터 알고 지냈다. 다른 학교 소속 축구팀 주장이었는데 연습 게임을 하다가 동갑이고 학교도 가까워서 친해졌다. 한 명(신 대표)은 결혼하고 아이 낳고 유학 가서 공부했고 한 명(양 대표)은 실업팀 생활하면서 삶이 완전히 달랐다. 

같이 재밌게 놀기만 하다가 몇 년 사이에 나이도 들고 아는 게 많아져서 진중한 이야기를 하게 됐다. 사회에 부족한 여성체육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까 둘 다 문제의식을 느끼고 고민하고 있더라. 은퇴한 여성 스포츠인들이 갈 길이 막막한데, 없으면 우리가 하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은퇴 스포츠인들을 모아서 언니들 축구대회를 열었다. 참여율, 반응이 너무 좋았고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한국에서 여성이 운동한다는 것은 살빼기와 다이어트 목적일 거라는 고정관념이 강하지 않나위밋업스포츠는 여자는 근육이라고 이야기하는 게 이색적이다여성이 미용이 아닌 체력 강화를 위해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양수안나 몸은 써봐야 아는 거 같다. 지금은 예전처럼 그렇게 빨리 달리지 못하지만 단거리를 달리고 나면 숨이 차고 근육이 타는 게 느껴진다. 거기서 느끼는 희열이 있다. 앞으로 살날도 많이 남았는데 체력이 좋으면 할 수 있는 일도 많고 좋지 않나.      


주짓수스키강습복싱그룹PT, 탁구 클리닉골키퍼 클리닉 등 강습 중인 스포츠 종목이 다양하다평소 취미로 삼는 운동 종목으론 생소한데초보자도 참여할 수 있는 건가.

신혜미 주짓수 클래스는 아예 운동을 처음 시작하는 분들이 종목에 대한 호기심으로 오시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는 어릴 때 남자아이들한테는 축구나 태권도처럼 운동을 하나씩은 시키는데 여자아이들은 그런 게 없지 않나. 좋아하는 운동도 없고 운동의 필요성도 잘 못 느끼는 분들이 대다수다. 그러다 우연히 우리 클래스를 알게 되고 직접 해본 후에 ‘이거 좋더라’ 하고 주변에 추천한다. 마케팅이란 걸 하나도 하고 있지 않은데 지금 수강생의 30%는 기수강자 추천으로 온다.      


여성 전용 클래스라서 신청하는 수강생도 많을 텐데반응은 어떤가.

신혜미 정말 편하게 운동할 수 있다. 운동 끝나고 나면 얼굴이 벌게지고 머리가 산발이 되지만 표정들이 너무 밝다. 옷이 막 벗겨지고 팬티 자국이 보이고 그래도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운동할 수 있다. 분위기도 좋아서 조금 더 잘하는 사람이 그보다 못한 사람에게 알려주기도 하더라. 직업, 나이 모든 걸 떠나서 같이 운동하는 사람으로서 유대감을 형성하게 된다.      


새해엔 꼭 운동을 목표로 삼게 되지만 작심삼일로 며칠 나가다가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다생리해서야근 때문에 피곤해서 등 여러 이유로 운동을 지속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팁이 있을까

양수안나 생리할 때는 정말 쉬어야 한다. 선수였지만 생리할 땐 쉬려고 했다.(웃음) 월경기엔 몸이 약해지니까 쉬는 게 좋고, 그렇지 않을 경우엔 뭐… 다들 큰 어른인데 운동하라고 강요할 수 없다. 본인이 필요성을 느끼고 체력을 향상시키는 즐거움을 느끼면 귀찮아도 하지 않을까. 운동을 꾸준히 하게 되는 원동력은 재미인데, 재미가 없으면 다른 운동을 도전해보면 된다. 아니면 동기부여를 주는 것도 좋겠다. 알람을 몇 분 단위로 맞춰두고 운동을 안 갔을 때 ‘진짜 안 가니?’처럼 자극이 될 만한 말을 써두는 거다.     


잘 맞는 운동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웃기지만 직업이나 성격특성별로 추천하는 운동이 있을까.

양수안나 해봐야 알 수 있다. 수강생 중에도 성격이 조용하고 차분하고 직업도 서울대 연구원인데 땀 흘리고 과격한 주짓수를 좋아하는 분이 있으시다. 오히려 난 추구 선수 출신이지만 누굴 잡고 치대는 걸 싫어해서 주짓수와는 안 맞는다. 그래서 절대 성격이나 직업별로 분류할 수는 없고 무조건 해봐야 알 수 있다. 구기 운동, 주짓수처럼 몸만 쓰는 운동 등 자기랑 맞는 운동이 있을 거다.       


몸치들은 같은 운동을 배워도 실력이 잘 안 는다능력 강화가 잘 안 되는 사람들을 위해선 어떻게 가르치나.

신혜미 정말 운동신경이 없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축구 선수를 시작하기 전에도 한 번 찰 때 공을 제대로 맞췄는데 발이 공에 닿는 느낌을 모르는 사람도 많더라. 처음엔 ‘이게 왜 안 되지?’ 이해가 안 됐다. 생각해보니까 나도 영어를 못하고, 사과가 애플이라는 걸 늦게서야 알고 영어공부를 하는 것처럼 그분들도 마찬가지겠더라. 몸이 움직이는 원리를 설명하면 이해가 쉽고 또 연습하다 보면 정말 안 되던 게 된다. 

또 우리 클래스의 강사들은 프로의 길을 걷던 분들이니까 가르치는 수준이 남다르다. 프로들만 보다가 생활체육을 하는 일반인을 가르치게 되니까 재밌어하시고 더 잘 가르쳐주려고 하신다.      


국가대표실업팀 출신 강사에게 교육받는 경험이 정말 특별할 거 같다강사 섭외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신혜미 현 주짓수 국대 이은미 강사, 현 마라톤 선수 김선애 강사, 전 농구 국대 김연주 강사, 전 스키 국대 허승은 강사, 전 단거리 국대 김선옥 강사, 청각장애인 유도·크로스컨트리 국대 김관 강사 등 많은 분들이 함께하고 있는데, 강사 섭외는 다 인맥이다.(웃음) 아무래도 선수로, 체육인으로서 살았다 보니 주변에 프로들이 많다. 꼭 섭외할 때 같이 밥을 먹는다. 한두 번 만나서 섭외하긴 어렵고 여러 번 만나서 자세하게 설명하고 그 취지에 공감하는 분들에게 요청드린다. 

수업을 한 번이라도 하고 나면 오히려 이분들이 다음에 또 하고 싶다는 반응을 보인다. 강사와 수강생이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거 같다. 수강생들은 또 다른 종목도 열어달라고 요청하고 강사들도 다음에 또 언제 수업하냐고 물어본다.      


국가대표까지 달았던 프로 선수들이 경력단절의 길을 걷게 되는 여성 스포츠인들의 현실이 안타깝다남성 선수들에 비해 커리어를 이어가기 어려움이 실제로 큰 편인가.

신혜미 그렇다. 분명히 유리천장이 있다. 여성축구단이라도 감독은 다 남성이다. 그나마 코치는 여성으로 하자는 말이 최근에서야 나오기 시작했다. 보통 은퇴하면 교수나 코치로 활동하기도 하지만 극소수다. 경력단절된 분들이 더 많다.      


같은 이력을 지녔다고 해도 남성들이 더 유리한가.

신혜미 물론 활발히 활동하는 분들도 물론 있지만 소수다. 남성들은 끌어주는 경우가 많다. 같은 학교 선후배 사이에서 학연, 지연으로 후배들을 끌어주고 학교에 교육자 자리를 얻는 데 도움을 주는 경우가 있다. 여성들은 일단 위에서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드물고 끌어주기엔 힘이 부족하다. 하지만 요즘은 우리나 우리보다 먼저 운동했던 선배들이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하면서 도움을 주려고도 한다. 조금씩 나아지는 거 같다.     


지난 11월엔 예비사회적기업에 지정됐다소회가 남다를 거 같다

신혜미 큰 주목을 받게 돼서 신기하다. 마케팅 부분은 신경도 못 쓰고 있었는데 트위터나 SNS에서 반응이 좋다고 들어서 너무 감사했다. 사실 금전적인 이득은 거의 없다. 한번은 대관료랑 강사료 등이 나가니까 5만 원이 남은 적도 있다. 돈 벌려고 시작했으면 여기까지 못 왔을 거다. 3년만 버티자고 시작했다. 올해가 3년 차인데, 작년에 반응이 너무 좋았고 바빴다. 특히 수강생들이 오히려 우리 걱정을 해주면서 “클래스가 너무 좋다” “다른 클래스도 열어달라” 피드백 줄 때 기분 좋고 감사하다.      


목표 달성에 도움을 주는 위밋업스포츠의 새해 목표는 뭘까

신혜미 음… 돈을 정말 많이 벌어서 둘이 머리끄덩이 잡고 싸우는 거?(웃음) 돈 때문에 싸워보는 게 꿈이다.      


너무 좋지만 좀 더 아름다운 목표도 있을까

양수안나 지금 함께하는 강사들과 세계여행을 떠나고 싶다. 개발도상국에 가서 거기 아이들에게 스포츠를 가르쳐주면 좋겠다. 축구감독관인 팀원 김재희가 바누아투에서 축구를 가르쳐줬다고 하는데 멋지더라. 

또, 10년 목표로 스포츠 센터를 짓고 싶다. 사무 부분에서 실질적인 생활 스킬이 부족한 운동선수들을 교육해주고, 층별로 축구, 농구, 주짓수 등 종목별 체육관으로 사용하고 한켠에서는 독서모임, 강좌를 여는 문화시설, 노는 공간으로 쓸 수 있는 시설을 만들고 싶다. 


 위 글은 빅이슈 1월호 21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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