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빅이슈코리아 Feb 25. 2020

우리는 왜 환경 운동의 협력자가 되어야 하는가


 윤소영 


ⓒ이상규, 때까치


“우리가 후원하면 1년 안에 산양이 2백 마리가 되나요?” 환경 단체 모금 활동가로 일하면서 후원을 요청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입니다. 야생동물 생태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 말이 무지에서 나온 황당한 우스갯소리로 들릴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이 ‘2백 마리’의 다른 뜻은 내 후원금이 제대로 쓰여 되도록 빨리 눈에 보이는 성과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당장 자신에게 이득이 되지 않을 일에 기꺼이 후원하는 마음이 존경스러우면서도, 특정 사람을 돕는 일과 달리 정확한 수혜 대상을 꼽기 어렵고, 단번에 해결되지 않는 환경문제의 태생적인 특성을 어떻게 공감하게 할 수 있을지 고민스럽습니다. 


환경문제에서 야생동물은 누구나 좋아하는 주제지만 생태계 문제와 야생동물 생명권은 관심을 두기에 조금 먼 이야기입니다. 사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우리에게 보기도 어려운 야생동물을 지키자는 이야기는 저 세상 영역인 것이 당연합니다. 광고를 통해 많이 본 북극곰이 오히려 더 가깝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그러나 소풍을 나간 공원에서 청설모가 쪼르르 나무를 타고 오르는 모습을 본 순간을 떠올려보세요.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탄성과 호들갑스러운 감탄! 이것이 바로 생명을 대하는 경외심과 야생동물 생명권에 보이는 관심의 시작입니다. 그날 소풍은 김밥이 조금 맛이 없어도 괜찮고, 밖에 나오길 백번 잘했다고 생각하게 되겠지요. 친구가 소풍을 가겠다고 하면 이 공원으로 가라고 추천할 겁니다. 도시에서 청설모가 사는 숲은 나무가 잘 가꿔 우거졌을 테고, 도토리 같은 열매가 풍성해 풍요로운 자연으로 우리도 혜택을 함께 누립니다. 나와 야생동물의 권리는 아주 멀지만은 않습니다.


야생동물이 살 만한 곳으로 만드는 일은 후원자의 흔한 질문처럼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 확인되는 것은 아니에요. 위협 요인을 줄여 불필요한 죽음을 줄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지난해 제가 일하는 녹색연합에서 ‘새친구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전문가들이 야생 조류를 꾸준히 관찰하고 연구한 결과 도로 방음벽, 건물 유리창 같은 투명한 창에 부딪혀 죽는 새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새가 풍경이 비치는 창을 열린 공간으로 여겨, 비행 속도 그대로 부딪혀 죽는 것입니다. 대략 1년에 8백만 마리가 이렇게 죽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꽤 오랫동안 이 문제를 줄이는 방법으로 매와 독수리 같은 맹금류 그림 스티커를 붙이는 것이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작은 새들이 천적이 무서워 피해 가서 부딪혀 죽는 사고가 줄어들 것이라고 여겼지요. 그런데 새는 움직이지 않는 그림을 천적으로 인식하지 않아 유리창에 충돌하는 사고는 여전히 발생했어요. 이 안타까운 죽음을 줄일 가장 좋은 방법은 새가 날 수 없는 공간으로 인식하도록 유리창을 분할하는 것입니다. 


새친구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이 하는 일은 모금에 합세해 투명 창을 여러 개로 분할해줄 조류 충돌 저감 스티커를 구입해 붙인 후 실제 새들의 죽음이 줄어드는지 모니터링하는 것입니다. 80명의 참여자가 두 차례에 나뉘어 충남 서산시 649번 지방도의 약 100m 구간에 조류 충돌 저감 스티커를 붙여 실제로 새들의 죽음이 줄어드는지 살펴보았습니다. 효과는 어땠을까요? 스티커를 붙이기 직전 6개월 동안 새들이 서른두 마리 죽은 데 비해 이후 단 두 마리만 죽은 것으로 관찰되었습니다. 새 8백만 마리를 죽음의 위기에서 살리는 일을 서른 마리를 살리는 방법에서 시작한 것처럼, 어려운 환경문제의 주체적인 해결자로 환경 운동 현장에서 뵙겠습니다. 자, 어떤 역할로 함께해주시겠어요? 


윤소영 

환경 단체 녹색연합에서 우리나라 생태와 환경을 지키는 

기금을 모으는 일을 한다. 


위 글은 빅이슈 2월호 22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세상은 내 월급을 알고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