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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이슈코리아 Mar 04. 2020

[아트 에세이] 욕망을 덮는 더 큰 힘, 희망


 홍윤기 그림 강수민



주제 사라마구의 장편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는 한 남자가 운전 중 도시 한복판에서 시력을 잃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전염병으로 실명한 사람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시력을 잃은 사람들은 수용소로 격리된다. 전염병으로 시력을 잃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간에서 각자의 욕망을 드러내는 사건들이 벌어진다. 지금 한국 사회의 모습에서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이 연상된다면 과한 지적일까.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한국 사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눈먼 자들의 욕망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각계각층의 모습은 실망스럽다. 마치 코로나19 방역에 실패하기를 바라듯 정쟁의 수단으로 이슈를 끌어내리는 정치인, 공포 분위기 조성으로 클릭 수를 올리는 것이 목표인 것처럼 보이는 언론, 한탕주의로 큰돈을 벌려는 마스크 제조업자나 유통업자의 모습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은 나라의 품격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동양인을 혐오하는 서양인들에게 분노하면서, 정작 중국인을 혐오하는 우리의 모습, 전세기로 입국한 중국 우한의 교민을 격리 수용하는 시설 사용에 반대하는 지역 사람들의 모습, 공공기관에서 보급하는 마스크와 손세정제를 무단으로 가져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내가 기대했던 성숙한 시민의 모습은 아니었다.


하지만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욕망을 덮는 힘 또한 우리 안에 있다고 믿는다. 중국으로 간 전세기가 한국으로 출발할 때, 우한에 남아 있는 교민들과 함께하기 위해 귀국 기회를 포기한 우한대 정태일 한인학생회장, 우한에서 전세기로 입국한 사람들을 환영하고 건강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소망하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들, 자가 격리하는 사람들을 위해 물품을 모으고 전달하는 자원봉사들의 모습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게 하는 힘의 원천이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정치인도, 언론인도, 기업인도 아니다. 우리 스스로가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주체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코로나19 문제가 해결된 이후에 또다시 닥칠 신종 사회문제를 우리 스스로 극복해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면, 이번 위기는 우리 사회 발전을 위한 약이 될 것이다.


홍윤기

사진 찍는 사람. 가끔 글도 쓴다.


강수민

그림을 그리고, 뭔가 만든다.


위 글은 빅이슈 3월호 22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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