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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이슈코리아 Mar 13. 2020

[스페셜] 밀레니얼은 뭐가 다른데?

우리 세대 스스로에게 묻는다


 김선기     



“우리 세대가 나이를 먹으면 그래도 사회가 좀 더 좋아지지 않을까?” 따위의 이야기를 곧잘 듣게 된다. 이런 ‘희망’은 근본적으로 인간 수명의 유한성에 근거를 둔다. 더불어 노인들의 절대적인 숫자가 줄어들게 될 어느 미래에 지금보다 나아진 세상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일상적으로 이야기한다. 아직 젊음의 영역에 있는 많은 이들은 윗세대가 가졌다고 상상되는 특성들을 비합리적인 것으로 인식함과 동시에, 스스로를 새로운 주인공의 위치에 놓길 원한다. 물론 인간은 기본적으로 각자가 선택하지 않은, 이미 만들어져 온 세계를 일정하게 억압으로써 받아들이게 되며, 젊은이들이 갖게 되는 낡은 것에 대한 거부감은 이런 맥락과 함께 바라봐야 할 필요는 있다.


최근의 ‘밀레니얼 세대’론은 이러한 시각을 광범위하게 부추기고 있는 듯 보인다. 한국에서 밀레니얼 담론은 2017년 즈음에야 유행했지만, 세대담론 연구자의 시각으로 볼 때 이는 상투적인 세대 렌즈를 반복하고 있는 듯하다. 세대 내의 동질성과 세대 간의 차이를 과장하는 식인 데다가, 젊은 세대를 기성세대의 눈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신인류인 것처럼 묘사한다. 청년들을 일종의 인종(人種)으로 그려내는 세대론은 젊은 세대를 타자화하는 기반이 되어 불만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기이한 방식으로 청년 스스로에 의해서 소환되기도 한다. 바로 밀레니얼 담론이 호명하는 대상인 밀레니얼 청년들에게 이 담론이 긍정적인 동일시의 대상이 되는 나름대로 강력한 정체성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특히 밀레니얼 그 자체가 트렌드로 여겨지면서, 밀레니얼에 맞추어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식의 서사가 <90년생이 온다>를 필두로 한 수많은 경영 서적에 의해 설파되기도 했다.


밀레니얼 담론은 다음과 같은 도식을 성립시킨다. ‘밀레니얼(청년)-새로움-미래-좋음 > 기성세대-낡음-과거-나쁨’ 밀레니얼과 기성세대는 여러 방식으로 대비되는데, 예컨대 기성세대의 수직적 조직문화는 이제 사라져야 할 것으로 치부되며, 밀레니얼의 수평적 조직문화에 대한 요구가 정당한 것으로 이해된다. 일과 생활의 균형(워라밸)을 추구하는 합리적인 소비자이자, 느슨한 연대를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사회운동을 하는 시민이며, 페미니즘 등에 익숙하며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명인으로 밀레니얼이 선언될 때, ‘수직적 조직문화’, ‘비합리성’, ‘(시민 아닌) 신민’, ‘비문명인’ 등의 이미지는 기성세대와 자꾸 얽힌다.


그러나 나는 여기서 도대체 ‘밀레니얼은 뭐가 정말로 다른데(!?)’ 하는 의문을 던지고 싶다. 물론 밀레니얼이라는 세대 명칭 자체가 실체 없는 담론적 구성물이긴 하지만, 우리는 1981~2000년생의 밀레니얼이 밀레니얼 담론의 그 밀레니얼처럼 행동하지 않는 반례들을 수없이 많이 알고 있다. 대학이나 젊은 스타트업 등에서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조직문화로 인해 벌어지는 갈등이 넘쳐나고, 다양성을 존중한다고 하지만 젊은층 사이에서 빈곤, 다문화, 외국인, 성소수자 및 여러 종류의 신념과 지향 등과 관련한 몰이해가 나타나는 사례도 많다. 합리적인 개인들이라고도 하지만, 마케팅이나 미디어를 통해 전파되는 정치적 사안에 쉽게 휩쓸리기도 한다. (중략)


중요한 것은 기성세대나 ‘늙음’, ‘낡음’과 다르다는 반복적인 주장과 자기 정당화가 아니다. 성찰을 통해 밀레니얼이자 다음 사회의 주역임을 주장하며 끊임없이 되짚는 일이다. 나 또한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밀레니얼이 포괄하는 연령대에 속해버린 사람으로서, 우리 세대의 이름으로 의미 있는 변화를 이룩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러나 사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밀레니얼이라는 이름이 정말 혐오의 반대편에 서 있다고 말할 수 있는지, 역사상 가장 세대 내 불평등이 격화된 이 시기에 밀레니얼 세대 내의 다차원적인 불평등을 우리가 피하지 않고 대면하고 있는지, 밀레니얼이라는 이름으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 안의 다양성들을 약간은 의도적으로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뭐 이런 것들에 대해서 말이다.      


김선기

문화연구자, <청년팔이 사회> 저자. 미디어문화연구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며,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위 글은 빅이슈 3월호 22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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